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의 바티칸 변호사 한동일이 ‘검은 사제들’의 진실을 폭로(?)했다. “강동원이 와도 못한다”는 구마 의식에 대한 잡학 사전이 흥미를 한껏 자극했다.
지난 19일 방영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이하 ‘알쓸별잡: 지중해’) 8회에서는 김상욱과 한동일의 이탈리아 북부 도시 볼로냐 탐방기가 전개됐다. 그리고 최초 대학의 탄생부터 대학 교육의 위기, 그리고 신앙과 의학의 경계에 놓인 구마 의식에 이르기까지, ‘알쓸별잡: 지중해’ 특유의 종잡을 수 없는 광범위한 잡학 수다가 펼쳐졌다.
단지 오래된 대학이란 역사를 넘어, ‘학문의 자유’라는 개념을 실질적으로 꽃피운 유럽 대학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이 이목을 끌었다. 강력한 왕권과 교황권이 닿지 못했기 때문에, 볼로냐 대학에선 법학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의 질서와 자유를 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볼로냐를 자유의 도시로 만드는 철학적 뿌리가 됐다.
김상욱과 한동일이 방문한 ‘해부 극장’은 그런 지식의 진화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공간이었다. 고대 그리스어 ‘테오레오(Theoreo, 본다)’에서 유래한 ‘극장(Teatro)’은 단순한 관람이 아닌 통찰과 학문적 시선을 의미했다. 실제로 볼로냐 해부 극장은 단상 중앙에 시신이 놓이고, 이를 둘러싼 계단식 좌석에서 학생들이 해부 과정을 지켜보는 구조였다.
그런데 이런 해부학이 발전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었다. 수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중세 유럽의 흑사병은 기존 의학의 무력함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종교적 이유로 시신 훼손을 금지했던 교회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교황청의 시신 해부 허용은 해부학뿐만 아니라 근대 의학의 전환점이 됐다.
이에 과거 수도원에서 약초와 허브티, 기도와 구마 의식으로 이뤄지던 치료 방식은 새로운 의학 체계로 점차 대체됐지만, 그럼에도 ‘구마’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한동일은 현대 가톨릭 교회에서도 여전히 구마 사제가 존재하며, 정식 훈련과 문서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바티칸 변호사가 전한 흥미로운 팩트는 현실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으로 이어졌다. 물리학자 김상욱이 꺼낸 ‘대학의 위기’였다. 인쇄술의 발달로 강의실에서 책을 읽어주는 식의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어지자, 대학 교육에 대한 회의가 퍼졌다.
결정적 변화는 국가의 탄생이었다. 국경과 언어의 장벽이 생기며 대학들은 점차 고립됐고, 각각의 나라는 법학, 신학, 의학 전공자 등 실용적 인재만을 필요로 했다. 대학이 자유로운 사상의 장이 아닌, 국가를 위한 기능적 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다. 게다가 그 외의 학문은 귀족 자제들의 인맥을 위한 사교 수단으로 소비됐다.
대학의 첫 번째 위기를 짚은 김상욱은 “현재 우리는 두 번째 위기 속에 있다”는 현실을 논했다. 이젠 국가가 아니라 기업과 실용성 중심의 평가 시스템이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빠르게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교육은 투입 가능한 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건축학 교육의 현실을 통해 획일화된 수업을 지적한 유현준과, 문학이야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배우는 과정이라며 대학의 본질을 되짚은 안희연 역시 이 주제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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