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 재조명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엄혹했던 시기 중 하나인 박정희 정권의 유신 체제와 긴급조치가 내려졌던 순간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10월 17일,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뀌다”
이날 방송은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사건으로 시작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특별선언을 통해 헌법 개정을 예고하며, 국회를 해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로 인해 주요 정치인들은 강제 가택 연금을 당했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보안사에 끌려가며 강제 수사를 받았다.
사실 박정희 대통령은 1969년 개헌을 통해 3선이 가능해지면서 5대, 6대 대통령을 거쳐 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이마저도 만족하지 않고, 임기 제한을 없애기 위해 다시 한 번 헌법 개정을 추진했다. 결국 대통령 임기 1년 만에 새로운 선거가 실시됐고, 이를 통해 유신 체제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됐다.
박정희 vs. 김대중,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 유세
결국 10월 17일, 유신 헌법이 탄생했고, 대통령의 영구 집권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헌법 조항들이 포함됐다. 또한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 긴급조치를 내릴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부여됐고, 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찬성률 99.9%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박정희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후 대한민국은 1987년까지 16년간 대통령 직선제를 실시하지 못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긴급조치 1호부터 9호까지, 자유는 사라졌다”
유신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국민들의 불만과 반발이 점차 거세졌다. 그러나 정부는 긴급조치 1호부터 4호까지를 연이어 발동하며 유신 체제에 대한 비판을 원천 봉쇄했다. 특히 ‘민청학련 사건’으로 불리는 대규모 탄압이 벌어졌는데, 정부는 유신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을 북한의 사주를 받은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무더기 체포를 단행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1,000명 이상이 조사를 받았고, 7명은 사형, 7명은 무기징역, 12명은 2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을 변호하던 강신옥 변호사마저도 재판 도중 연행돼 구타를 당하고 구속됐다. 이를 지켜보던 이인권은 “너무 충격적”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혁당 사건, 그리고 “18시간 만에 집행된 사형”
1975년 4월 8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민청학련 사건’과 연계된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 8명이 사형을 선고받았고, 불과 18시간 만에 형이 집행됐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신속한 사형 집행 사례로 기록되었으며, 이후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 사건을 듣던 이인권은 “말이 안 되지 않느냐”라며 깊은 충격을 드러냈다. 이후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중앙정보부가 해당 사건을 조작했다고 발표했고, 법원은 희생자들에게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학우여, 민주주의는 투쟁의 결과다”
박정희 정권의 폭압적인 정책이 계속되자, 저항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 갔다. 서울대 학생 김상진 열사는 “학우여, 아는가. 민주주의는 지식의 산물이 아니라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이라며 양심 선언문을 낭독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달 후, 긴급조치 9호가 선포되면서 사석에서조차 정치 이야기를 하면 체포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으로 불렸던 긴급조치 9호는 술자리에서조차 정권을 비판하면 처벌받는 강력한 조치였다. 이 시기에는 수많은 노래가 금지곡으로 지정됐고, 그중에는 고 김민기의 ‘아침이슬’도 포함됐다. 방송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지자, 생전 김민기와 막역한 사이였던 장현성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부마민주항쟁과 유신의 종말
1979년,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이 ‘YH 사건’으로 인해 국회의원에서 제명되면서, 그의 정치적 본거지였던 부산에서 거센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곧바로 마산으로 번졌고, 역사적인 ‘부마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면서 7년간 이어졌던 유신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며 긴급조치는 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인권은 “유신 헌법에 대해 배웠지만, 내막에서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실 처음 들었다. 그분들 덕분에 지금의 자유를 누리는 거 아닐까”라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한편, SBS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역사 속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에 방송된다.

장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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