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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환 박사의 치유와 공감] 환절기, 상쾌한 호흡이 있는 일상 

김도윤 기자
2022-09-18 12: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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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이비인후과 전문의 안태환

인간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항온동물이다. 그러나 성큼 다가선 가을의 일교차는 부지불식간에 신체 밸런스를 무너뜨린다. 지금처럼 기온차가 클 때는 우리 몸이 미처 방어벽을 구축하기도 전에 질병이 발생할 수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올해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무릇 건강은 선제적 방어가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를 살며 기침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동반한다. 각종 호흡기 질환의 공격이 잦은 환절기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기온의 차이가 10도를 넘나드는 환절기에 적응하기 위해 인체는 다양한 변화를 맞는다. 자율신경을 시작으로 근육이나 혈관, 심지어 피부까지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면서 정작 면역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는 줄어든다. 특히 지금 같은 가을 환절기에는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호흡을 담당하는 기관지는 자극에 노출된다. 호흡기 점막이 평소보다 약해지면서 각종 감염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옛 속담에‘덥고 추운 것도 추분(秋分)과 춘분(春分)까지다’라는 라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추분과 춘분은‘추위와 더위의 변환점’으로 인식되어 왔다. 두 절기는 태양이 황경 180도의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며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을 의미한다. 춘분이 지나면 낮의 길이가 길어지며 날이 따뜻해지고, 추분이 지나고 밤이 길어지면 날이 서늘해지기 시작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절기의 반복이지만 단 한 번도 이 같은 규칙을 어기지 않으니 참으로 오묘한 자연의 섭리이다.

지난 한 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감기와 비염, 인후염 등 주요 환절기 질환은 여름이 끝나는 8월 최저치를 보이다 9월부터 급증세로 돌아섰다. 실제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감기 환자가 유난히 많아지고 있다. 주목할 통계는 비염 환자의 증가세이다. 8월에 비해 9월에는 2배나 치솟았다. 급격한 온도 변화 등 외부 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비염은 큰 일교차로 호흡기가 예민해지면 쉽게 찾아온다. 코막힘과 재채기, 맑은 콧물이 일반적인 증상이고 눈과 코가 가렵기도 하다.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므로 무심코 넘기기 쉽지만 만성화되면 괴로운 질환이다. 평화로운 일상을 방해하는 고약한 호흡기 질환이다. 이러한 비염은 코의 구조상의 문제로 염증이 발생하거나 외부 환경의 변화에 의한 점막 자극, 꽃가루나 집먼지 진드기 등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심한 경우 축농증과 물혹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종일 콧속에 끈적한 점액질이 차 있기 때문에 콧속이 답답하고 숨을 쉬는데 불편을 초래한다. 또한 밤이면 증세가 더 심해져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환자분들이 계신다.
 
비염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간혹‘비염은 완치가 없는 만성질환이다’라며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절대 옳은 생각이 아니다. 비염 역시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코 질환 중 하나이다.
 
비염을 치료하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환경요법을 예로 들 수 있다. 비염을 유발하는 물질과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다. 일례로 비염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물질인 집먼지 진드기는 실내 온도 22℃, 습도 50% 정도를 유지하면 번식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침구류는 자주 물세탁을 해서 햇볕에 말려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만일 원인 물질을 차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약물요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비염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코 점막 수축제, 항염증제, 비스텔이드 항염증제 등으로 먹거나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두 종류가 있다. 또한 코 내부를 식염수로 세척해 주면 보조적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식염수는 콧속의 끈끈한 점액을 묽게 만들고 점막을 촉촉하게 적셔 주어 코 막힘 증상을 완화해 준다.
 
약물치료로도 효과가 미비할 경우에는 원인물질에 대한 신체 저항력을 길러주는 면역요법을 시도해 봄직하다. 이는 원인 물질을 주사해서 체질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비교적 장기간에 걸친 치료법이지만 효과가 좋아 세계적으로 조명 받고 있는 치료법이다.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비염을 치료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코 막힘이 심한 경우, 축농증이나 물혹을 동반한 만성비염은 레이저나 고주파를 이용한 시술이 탁월한 효과가 있다.
 
만일 비염의 원인이 코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했다면, 이를 동시에 개선하는 수술로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을 수 있다. 코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둥 역할을 하는 비중격이 휘거나 굽은 비중격 만곡증, 만성 염증에 의해 콧속의 피부 조직이 비대해진 비밸브 협착이 발생한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이런 경우는 수술로 코 질환 치료와 동시에 코의 형태까지 바로잡는 미학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 성인의 70%는 비중격만곡증을 갖고 있다. 이는 코 막힘, 콧물, 비염, 축농증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는 요소로 꼽힌다. 만일 코 막힘과 함께 코가 휘어진 형태를 갖고 있다면 비중격만곡증에 의한 비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처럼 비염은 원인과 상태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증상을 호전시키고 치료할 수 있다. 때문에 의사의 관점에서는 치료에 앞서 비염이 발생한 까닭을 정확히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며,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된다. 진료 중 환자분들이 느끼는 고통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이유도, 정밀한 검사를 진행하는 이유도 증상의 빠른 호전을 위함이다. 일상적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환자의 고통을 온전히 공감할 수는 없지만, 그 마음을 헤아려 짐작하는 것 또한 응당 의사의 몫이다.
 
초가을 환절기는 아침에 꽃 피고 밤에 달이 환한 화조월석(花朝月夕)의 운치가 절정에 달하는 때이다. 청명한 하늘만큼 상쾌한 공기는 가을에 누릴 수 있는 호사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상쾌한 하루의 시작을 돕는 일. 이는 평생 동안 코의 기능적 미학적 완성을 추구해온 의사로서의 직업적 소명이자 환자들의 안녕을 기도하는 인술의 가치이다.
 
지혜로웠던 선조들의 은유적인 표현처럼‘덥고 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외출 길, 변덕스러운 기온에 대비해 외투 한 벌을 챙기는 것처럼 현 시기 우리 코의 건강도 한 번 즈음 돌아보면 좋겠다. 건강은 그렇게 준비된 태도에서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