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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의 아트 스토리] RM도 애정하는 ‘이건희 컬렉션’ 아직도 표 구하기 전쟁 중... 故이건희 회장 “문화유산 보존이 곧 우리 모두의 의무”

박지혜 기자
2022-07-22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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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념 전시회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28일부터 시작된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은 폐막을 한달 여 남겨둔 지금까지도 예매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이번 기념전은 '이건희 컬렉션'을 소장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진행한 지난해 특별전과 달리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관람객이 기증품 특징과 참모습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건희 컬렉션'은 고 이 회장의 유족이 지난해 4월 문화재와 미술품 총 2만3181점을 기증한 작품을 말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문화재와 미술품 국가기증 사례로 기록됐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큰 가치를 지니고 있어 문화예술계에 큰 여파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오는 8월 2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기념전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며,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박수근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등 이건희 회장 작품을 기증받은 5개 지역미술관도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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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인터파크

22일 국내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 해당 전시를 검색하면 입장권을 사고파는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상에서 기념전 입장권은 1인 5천 원~1만 5천 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입장권 예약은 최근 ‘피켓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예매 경쟁)이라 불릴 정도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예매처인 인터파크에서는 4차에 걸친 예매권 판매가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취소표 쟁탈전이 펼쳐지고 있다. 

2022년 문화예술계의 이보다 더 소문난 잔치는 없었다.

전례없는 고 이건희 회장 수집품에 이토록 열광하는 일련의 상황들은 문화 예술계에 어떤 의미를 주는걸까?

거리두기 해제 이후 보복심리

‘보복관람’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보복소비’의 전시 버전으로 코로나 위험으로 마음 편히 찾지 못했던 전시장으로 관객들이 다시 몰려온다는 의미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완화되면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중인 어느수집가의 초대의 경우 하루 정원이 1500~2100명으로 훨씬 많어졌음에도 아침마다 매표소 앞에는 온라인 예매를 하지 못한 시민들이 긴 줄을 서서 매표를 기다린다는 현장 전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서울관에서 개막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은 지난달 기준 관람객 24만 8704명이 다녀갔다. 

미술관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시간당 30명이라는 입장 제한 상황에서 공개됐음에도 시민들의 관심이 컸다"라며 “서울관에서 열린 전시에 길게 대기 줄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MZ세대의 관람 '이례적'.. SNS 인증으로 이어져

온라인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건희 컬렉션 학예연구사 큐레이터 전시투어 영상은 지난해 9월 유투브 계정을 통해 공개된 이래 현재 조회 수 32만회를 넘었으며,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투어 영상도 지난 7월 공개된 후 2만 900회가 넘었다.

특히 '이건희 컬렉션'은 MZ세대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의 오너인 이건희 회장의 수집품을 엿볼 수 있다는 데서 젊은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며 특별한 경험을 찾아다니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이건희컬렉션' 관련 해시태그 게시글 수는 2만 4000건을 넘어섰고, 유튜브에도 관련 영상들이 지속적으로 업로드 되고 있다. 

특히 미술애호가로 익히 알려진 방탄소년단 RM은 작년 ‘이건희 컬렉션’이 공개된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은 물론 대구미술관도 찾아 인증샷을 올리면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경쟁


작년 이건희 미술관 건립을 두고 많은 지방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한 지역사회의 경쟁은 한국판 ‘빌바오 효과’로 불린다. 스페인의 작은 공업도시인 빌바오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오면서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글로벌 도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도 미술관 건립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며 유치를 적극 환영했다. 


'안목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것을 나도 보려는 욕심이 아니다. 남들이 지나친 것을 남다르게 볼 수 있는 힘이다.
드러난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것, 은닉된 것을 발견하고 응시하는 내공이다.

일상의 사소함과 단순함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것을 찾는 능력이다. (故이건희 회장)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와 근현대 작품 규모는 무려 2만3000여점에 이른다. 

특히 이번 기부는 지방 출신 작가 연고지도 놓치지 않고 챙겼다는 점에서 지방의 문화 자부심 확산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문화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 곧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임을 강조했던 이건희 회장의 생각이 오늘날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이건희 회장의 문화기부가 나비효과가 되어 우리나라 예술문화 발전에 큰 변곡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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