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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없는리뷰] ‘롱 리브 더 킹’, 왜 멜로만 보일까…사랑은 깡패도 국회로 보낸다

2019-07-16 11:45:17

[김영재 기자] 6월19일 ‘롱 리브 더 킹’이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롱 리브 더 킹’은? 물론, 결말 ‘스포’는 없다.

★★☆☆☆(2.4/5)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감독 강윤성/이하 롱 리브 더 킹)’은 제목부터 직관적이지 못하다. 목포에서 영웅이 나왔나 본데, 앞에 ‘롱 리브 더 킹’의 뜻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오리무중의 답은 바로 ‘폐하 만수무강하시옵소서’. 허나 두 손을 하늘로 뻗는 일이 별로 탐탁스럽지 않다. 우선 ‘범죄도시’ 감독 신작이란 기대감에 비해 전작의 향이 없다. 또 이 영화는 장르 역시 오리무중이다. 정치, 액션을 내세우나 대신 멜로가 돋보인다.

장세출(김래원)은 용역 깡패다. “합법” 운운하며 투쟁을 무마시키는 것이 그의 임무. 하지만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이 그의 뺨을 때린 후 모든 게 달라진다. 옹골찬 어투로 “너 같으면 평생 살던 집에서 나가라면 나가겠어?” 하는 강소현에게 장세출은 문득 외사랑에 빠진다.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남자의 호언에 여자는 좋은 사람이 될 것을 주문하고, 이에 깡패는 유흥업소를 정리한 후 황보윤(최무성) 이사장 아래서 새 사람을 목표한다. 황보윤의 추천으로 국회의원 선거까지 출마하게 된 건달 장세출. 반대파 후보 최만수(최귀화)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조광춘(진선규)과 손잡고 12년 전 사건 하나를 들추는데….

누적 조회수 1억 뷰에 달하는 웹툰 ‘롱 리브 더 킹’이 원작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보다 만화를 보는 듯하다. 변호사가 조직 폭력배, 그것도 보스의 뺨을 때린다는 것부터 이 영화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만일 ‘날 이렇게 대하는 건 네가 처음이야’에 실소가 터진다면 당장 자리서 일어나 영화관 밖으로 나와도 좋다. 왜냐하면 배우 최귀화의 말대로 “어디 땅에 붙어 있는 내용이 아니”라서다. 깡패는 여자의 요구에 ‘순순히’ 사업을 정리한다. 조직원들은 반발은커녕 보스의 변심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목포대교에서 버스가 추락한다. 감독과 출연진이 ‘롱 리브 더 킹’의 하이라이트라 누누이 강조한 신이다. 만화는 또 등장한다. 버스와 함께 추락했음에도 불구, 장세출은 ‘순순히’ 새 일터에 출근한다. 수면에서 교량까지의 높이가 무려 53m다. 하지만 주인공은 어디 하나 크게 다친 곳이 없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는 지독한 현실 반영에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아수라’를 보자. 이건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였다. 다만 그 현실 반영을 너도 나도 시도한 탓에 이 영화 저 영화가 모두 비슷해진 것이 현 영화계의 흠이었다. 그 흠을 만화 같은 영화 ‘롱 리브 더 킹’이 깬다. 그런데 극과 극은 서로 통하나 보다. 너무 만화를 닮아도 문제인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 작품 웹툰이 원작이잖아요? 모르셨어요?” 하는 듯한 이 영화의 강점은 오락성인데, 그마저도 누덕누덕 기운 누더기처럼 장르가 중구난방이다.

배우 진선규가 강윤성 감독의 새로운 모습과 생각이 작품에 녹아들었다고 할 만큼 이 영화는 그 결이 ‘범죄도시’와 다르다. ‘범죄도시’에서 마석도와 장첸이 대립했듯 장세출 역시 최만수와 목포 국회의원직을 놓고 건곤일척을 벌인다. 하지만 폭력이 덜하고 대신 멜로가 있다. ‘범죄도시’의 재미 요소가 한국형 슈퍼히어로(강력반 형사)와 빌런(하얼빈 조폭)의 대결이었다면, ‘롱 리브 더 킹’의 재미는 장세출과 강소현의 연애에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우리한테만큼은 나한테만큼은 솔직했어야죠” 하는 강소현을 보면 사랑하는 사이에는 그 어떤 과오도 용서될 수 있다는 명제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 영화가 멜로로 기억되는 결정적 이유는 단연 노래방 신이다. 아직 이르다고 하는 여자와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남자의 무언의 교류는 “롱 리브 더 강윤성”을 외치게 한다. 하지만 너무 잘 찍어도 문제다. 노래방 신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이 영화는 순식간 멜로 영화로 각인된다. 한 남자가 그의 죄를 청산하고 영웅(국회의원)이 되기까지의 클라이맥스마저 멜로다. 진선규와 최귀화가 코미디 사수를 위해 분전하나 백 허그가 워낙 강렬하다.

사실 이 영화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인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웹툰이 원작이고, 홍보 역시 보스가 ‘정치’를 계기로 반전 인생을 사는 데 집중되고 있다. 예고편을 보라. 황보윤의 “이번 선거 나 대신에 출마혀”를 시작으로, “그 깡패 새끼랑 5%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 지금?”, “정치는 이 새끼야 배짱이야 배짱”, “선거가 장난 같아요 지금?”, “선거 포기 안 할라니까 말리지 마쇼잉” 등의 대사는 작품과 정치(선거)가 한몸임을 알린다.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는 포스터 속 주인공을 보면 선거에 이긴 그가 당선 축하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이에 대다수 관객은 깡패의 정치 성공기를 기대할 터.

그런데 성공은 하되 그 과정이 아쉽다.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이 선거의 묘미인데, ‘롱 리브 더 킹’에는 그게 없다. 결국 보스를 국회로 보내는 힘은 뛰어난 전략가의 책략도 아니고, 혀를 내두르게 하는 사나이의 배짱도 아니다. 사랑에 마음을 뺏긴 한 남자의 진심이고, 그 사랑은 끝내 작품의 근간을 흔든다. 용역 깡패가 사회 지도층에 준하는 국회의원보다 더 시민을 아끼고 존중함에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하는데, 왜 관객은 “이 장세출이 국회로 보내주쇼” 대신 “내가 좀 늦었죠?”에 마음이 끌리는 것일까. 양념 역할을 해야 할 남녀 꽁냥꽁냥이 코미디와 액션을 압도하는 일은 주와 부의 역전이다.

가수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이 두 차례 등장하는데, 하나는 로맨틱하고 다른 하나는 소위 ‘병맛’이다. 그리고 후자는 이 상업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 넣는다. 그 뛰어난 오락성으로 ‘범죄도시’에 대한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킨 바 있는 강윤성 감독. 하지만 이번은 반대다. 한식 요리사가 양식에 도전한 듯한 ‘롱 리브 더 킹’은 그가 만든 별식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따로 있다. 얼토당토않은 제안에 무조건 저자세로 일관하는 것. 그것이 불만이다. 장세출은 “지금 하는 깡패 일만 정리해도 좋은 여자 만나실 거예요” 하는 강소현에게 “낙장불입”을 외친다. 카페에서 함께 차를 마신 그 찰나에 인생의 전환을 결정한 것이다. 사랑은 위대하나 그 사랑을 얻기 위해 무조건적인 희생을 각오하는 장세출은 일의 경중보다 나의 소망이 더 중한, 어린아이 같은 성인이다.

왜 사랑은 어느 한쪽의 희생으로만 완성되는가. 만일 그것이 강윤성 감독이 말하고 싶은 사랑의 필수 조건이라면 이 ‘깡패의 순정’은 거부하고 싶은 순수한 애정이다. 반대로 남성이 여성에게 막무가내로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것 역시 문제다. 핵심은 성(性)이 아닌 사랑한답시고 다른 한쪽의 일방적 노력과 희생을 요구하는 이기심이다.

15세 관람가. 손익분기점 260만 명. 총제작비 95억 원.


“남자 관객 분들은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롱 리브 더 킹’ 장세출 役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배우 김래원(38)을 만난 때는 마침 음력 5월5일 단오였다.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이기도 한 단오는 단오떡을 해먹는 우리나라 대표 명절 중 하나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그 단오가 맞다. 단오라고 해서 특별히 단오스러운 인터뷰가 진행된 건 아니었다. 그네를 타지도 않았고 씨름도 하지 않았다. 창포물은 더더욱. 그렇지만 맥락은 같았다. 4일 언론시사회에서 동료 원진아가 말한 것처럼 워낙 섬세하고 생각도 많아 보이는 김래원은, ‘롱 리브 더 킹’의 풍년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장세출은 어째서 변한 걸까요?

“동화 같은 이야기죠. 세출이에게 그렇게 대범한 행위를 한 사람이 아마 없었을 거예요. 근데 소현이가 마음의 타격까지 동시에 입힌 셈이에요. 아마 그 순간이 변화의 계기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배우로서 그 뺨 맞고 반하는 신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컸어요. 감독님께서도 준비가 필요하셨나 봐요. 촬영을 뒤로 미루시더라고요. 며칠 전 영화를 봤는데, 그 장면에 감정 표현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셨는지 줌까지 사용하셨고요.”

―영화 ‘프리즌’ 때는 사실적이고 현실성 있게 잘 해내는 것을 고민했다고 했어요. 반면 이번 영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죠.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는 그런 면이 굉장히 많았죠. 근데 ‘범죄도시’ 감독님이시잖아요. 그 이야기마저 리얼하게 그려내실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깡패가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이 통쾌함을 안기는 영화로 홍보되고 있어요. 하지만 멜로 비중이 너무 큰 나머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관객도 존재해요.

“남자 관객 분들은 실망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강 감독님 전작이 워낙에 강렬했잖아요. 근데 애초부터 이 영화는 멜로였어요. 처음 시나리오 보고 저 혼자만 멜로로 봤나 해서 감독님께 조심스럽게 여쭤 봤더니 감독님도 멜로로 생각하고 계셨고요. 그리고 멜로로 기억되는 게 저희의 성공이자 감독님의 성공이에요. 멜로 신이 몇 신 없어요. 근데 그 몇 신이 잘 만들어졌기에 이 영화 전반이 멜로로 보이는 거죠.”

(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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