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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세현, ‘신스틸러’의 발견

2016-11-25 17:13:42

[우지안 기자] 주인공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기며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잠깐의 장면에도 확실하게 자신만의 색깔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신스틸러’의 활약이 돋보이는 요즘이다.

연기자의 길로 접어선 지 이제 10년 차가 된 전세현은 마치 신인 같은 마음가짐으로 매 작품마다 감사하게 연기하고 있었고 그 결과 ‘신스틸러’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저 ‘연기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전세현. 영화를 비롯한 다수의 드라마에서 그가 보여줬던 존재감은 짧지만 확실한 여운을 남겼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배우. 오래도록 길게 보고 싶은 전세현과의 만남을 들여다보자.

Q. 화보 촬영 소감이 어땠나요?

bnt 화보 너무 좋아해서 제가 찍고 싶다고 먼저 했어요(웃음). 7년 전에 영화 ‘실종’ 개봉하고 나서 영화 잡지 인터뷰하면서 찍었던 게 마지막이고 중간에 일을 쉬기도 했지만 진짜 오랜만에 화보 찍는 거예요. 기대되게 많이 하고 와가지고 그런데 잘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완전 기대 돼요.

Q. 벌써 데뷔 10년 차 내공 있는 배우,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어영부영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갔네요(웃음). 제가 집이 부산이라서 주변에 연기를 한다는 사람도 없었고 집안에 예체능 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당시만 해도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 방법은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 밖에 없었죠. 집안에서 반대도 심했는데 결국에는 보내주시더라고요. 대학교만 가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또 아니더라고요. 우선 학교 다니면서 졸업하자는 생각으로 4년 열심히 다녔고 그러다 보니 데뷔가 좀 늦어졌어요. 졸업하고 데뷔했거든요.

Q. 부모님 반대가 심했었나 봐요

대학교를 안 간다고 하니까 ‘그러면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 하시면서 허락 해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재수하면서 연기학원을 보내주셨어요. 결국엔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네요(웃음).

Q. 연기를 안 했다면 지금의 세현씨는 뭘 하고 있었을까요?

그 부분은 정말 생각 안 해봤어요. 3년 정도 쉴 때 되게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때 막상 생각은 하는 데 나이는 먹어가고 대학가서도 이쪽 분야를 공부했으니 막막하더라고요. 만약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있었으면 아마 승무원이 됐을지도 모르겠네요(웃음).

Q. 드라마 ‘기황후’, ‘미세스 캅’, ‘아이가 다섯’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남겼어요. 조연으로 출연하는 데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전혀 없어요. 왜냐하면 일이 없어보면 얼마나 그게 소중한지 알게 되거든요(웃음). 작은 역할 하나라도 너무 감사해요. 지금은 어떤 연기,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지 질문하신다면 저는 가리지 않고 다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주어진 대로 다 하고 싶거든요. 이름을 바꾸기 전에는 도도하고 센 캐릭터를 맡았는데 이름을 바꾸고 나서부터는 캐릭터도 좀 가벼워지고 발랄해지기도 했어요. 저는 연기하는 게 되게 재밌거든요. 안 해봤던 캐릭터를 믿고 맡겨주시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죠.

Q. 지금껏 출연한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영화 ‘실종’이요. 그 작품은 잊을 수가 없어요. 자현 언니도 많이 도와주셨고 문성근 선배님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제가 김성홍 감독님 영화를 원래 좋아했거든요. 공포, 스릴러를 좋아해서 올가미-손톱도 굉장히 감명 깊게 봤어요. 사실 캐스팅도 다른 분이 돼있던 상태였는데 우연히 시나리오를 받게 됐고 한 번에 읽고는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해죠. 그렇게 감독님께 오디션을 본 뒤에는 두 명 모두 괜찮다고 생각하셨나봐요. 자현 언니에게 영상을 보여주셨는데 언니가 저를 뽑아서 제가 그 캐릭터를 맡게 됐죠. 저는 언니한테 평생 감사해야 해요(웃음). 사실 지금도 가끔 그 영화를 챙겨보거든요. 그때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만약에 지금다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는 힘든 줄도 몰랐고 고생이라고도 생각 안 했으니까요. 그 당시의 신인의 깡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영화 ‘실종’은 그야말로 세현씨를 각인시킨 작품이잖아요

데뷔하고 얼마 안 돼서 찍었으니까 정말 열심히 했었죠. 당시에 저는 개 우리에 들어가서 거의 안 나왔거든요. 세트도 작게 지어놓고 주변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어요. 다행히도 당시에 여자 스태프들이 많아서 되레 편했죠. 모든 환경들을 편하게 해주시려고 많이 도와주셨던 것 같아요. 열심히 따라갔고 불평할 것도 없이 열심히 찍었어요(웃음). 나중에 생각해도 실종은 저의 인생 작품이지 않을까 싶어요.

Q. 드라마 ‘아이가 다섯’에서 천성희 역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죠. 연기하면서 어땠어요?

저는 너무 재밌게 찍었어요. 그런 캐릭터를 처음 맡아보기도 하는 거였고 현장이 너무 좋았어요. 긴 호흡으로 연기하면서 소속감을 많이 느겼던 것 같아요. 소유진, 안재욱 선배님은 물론 감독님도 너무 잘해주셨고요. 함께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현장에 자꾸 가고 싶었어요. 천대리 캐릭터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요. ‘아이가 다섯’으로 인해 이미지도 조금 달리 봐주시는 것 같아요.

Q.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장면 있어요?

제가 혼자 설레발치던 장면이요. 중간쯤에 저에 대한 에피소드나 제 이야기가 나올 줄은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좀 많이 나왔어요. 작가님께서 저에 대해서 저무 잘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때 현장 가면 대본에 제 분량이 많아서 사람들이 천대리가 주인공이라고 우스갯소리도 했었어요(웃음). 분량이 또 많으니까 좋아서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촬영장 다녔죠.

Q. 세현씨 평소 성격은 어때요?

저는 낯을 잘 가리는 편인데 조금 편해졌다 싶으면 얘기도 잘하고 내숭도 없고 직설적이고 솔직한 스타일이에요. 까불거리고 장난도 많이 치고요(웃음). 예전에는 역할이 한정적이다 보니까 그런 부분을 숨겨야 하는 게 되게 힘들더라고요. 제 속에 있는 걸 극대화해서 만들어내야 잘할 수 있는데 원래 성격과는 다른 걸 만들어야 하니까 조금은 힘들었죠. 물론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공도 부족했고요.

Q. 지금은 본인의 성격을 많이 녹여내는 편인가요?

지금은 많이 그렇죠. 예전에 드라마 ‘롤러코스터’ 찍었을 때는 대본에 모든 게 나와 있는 게 아니라서 배우들끼리 애드리브도 맞춰서 촬영했어요. 거기서는 등장인물의 이름도 실제 이름을 쓰다 보니까 가끔 제 성격이 나올 때가 있었거든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TV 보다가 제 진짜 모습이 나올 때는 ‘저거 넌데’ 하면서 막 웃기도 했어요. 그때 작가님께서도 제 성격에 맞춰서 써주셨던 부분도 있어서 재밌게 촬영했었죠.

Q. 드라마 ‘우리 집에 사는 남자’ 수애의 절친으로 등장, 촬영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감독님께서 ‘아이가 다섯’에 나온 제 모습을 보시고 불러주셔서 함께 하게 됐어요. 전개도 빠르고 제 분량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니라 저는 현장에 갈 때마다 적응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웃음). 촬영장에 가보면 누구 하나 까칠한 사람이 없는 게 다행인 것 같아요. 수애 언니도 너무 편하고 차분하고 오히려 저는 말을 잘 못 거는데 언니가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편하게 대해 주시더라고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도 있어서 반가웠고요.

이수혁씨 같은 경우는 촬영장에서 아직 만난 적은 없고요. 지훈 오빠는 두어 번 정도 봤어요. 워낙 나오시는 분들이 키가 크신데 제가 캐릭터상 구두를 안 신고 단화 아니면 운동화만 신거든요. 같이 대사를 쳐야 되는데 너무들 크셔서 제가 작은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올려다보게 되더라고요. 김영광씨가 저 때문에 넘어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타이밍을 제가 잘 못 맞춘 적도 있어요. 제가 치마도 입고 있었고 키가 워낙 크시니 타이밍이 어렵더라고요. 저 때문에 많이 넘어지셨는데 되게 미안하더라고요. 제대로 사과도 못 드렸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Q. ‘2015 서귀포 신스틸러 페스티벌’ 수상, ‘신스틸러’라는 타이틀에 대해서

‘신 스틸러’라는 말 자체를 정의해보면 장면을 훔치는 사람이잖아요. 그 장면에서 모든 걸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내 캐릭터를 각인 시키는 건데 사실 모든 장면에서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조연들 중에 힘있고 임팩트 있고 연기 잘하는 사람들에게 붙는 타이틀인데 제가 상을 받게 되니까 ‘이 상을 받아도 되나’라는 생각에 부담스러웠어요. 이름을 바꾸고 받게 된 첫 트로피라 침대 맡에 두고 보면서 매일 열심히 하자고 다짐하고 있어요. 일을 좀 쉬다가 다시 하는 거라 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한 걸음 떼고 있는 이런 상을 받으니까 부담스러우면서도 열심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매일 상기 시킨답니다.


Q. 10년간 연기의 길,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다면?

제 마음과 뜻대로 안 된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 나랑 마음 맞는 회사를 찾는 것도 너무 힘들었죠. 집 밖에도 안 나가고 TV도 안 보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너무 운이 좋게 드라마 ‘미세스캅’을 만난 거죠. 그 당시에 진짜 다 내려놓고 부산으로 내려갈 생각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찰나에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 거예요. 그렇게 다시 일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어요. 그래서 일에 대한 소중함도 너무 잘 알아요. 일을 쉬기 시작한 때가 32살이었는데 지금 시간이 지나도 뭔가 나이가 멈춘 기분이에요. 가끔은 철이 안 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나이야 뭐 숫자니까요(웃음).

Q. 함께 호흡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김해숙 선생님과 한번 호흡 맞춰보고 싶어요. 저의 엄마가 돼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선생님은 너무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시잖아요. 영화 ‘도둑들’에서도 그렇고 ‘무방비 도시’에서도 그렇고 하시는 거 보면 에너지가 대단하셔서 존경스러워요. 사실은 엄마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게 드라마에서 보면 애잔하고 짠한 연기들 많이 하시잖아요. 연기나 감정적으로도 깊숙하게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함께 해보고 싶어요. 감정적인 교감을 나눠보고 싶거든요.

Q. 롤모델은?

신인 때는 뚜렷하게 있었던 편인데 지금은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주어진 대 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죠. 누구를 쫓아가고 이런 것보다는 내가 가진 걸로 발전시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Q.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

드라마 ‘기황후’에 함께 출연했던 김서형 언니랑 지현이랑 같이 자주 보며 친하게 지내요. 서형언니가 술을 못 해서 대부분 커피 한잔하면서 수다만 떠는데도 금세 몇 시간이 지나가요. 얼마 전에 서형 언니가 이사를 해서 집들이 겸 갔거든요. 집밥을 한 상 차려줬어요(웃음). 같이 있으면 연기적으로도 많이 도움이 되고 드라마 모니터도 되게 잘해주세요. 언니도 힘들었던 적이 있고 늦게 빛을 봐서 옆에서 격려도 해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고요. 이쪽 일을 같이 하면서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고맙고 든든해요.

Q. 혹시 결혼 생각은 있나요?

집에서는 시집가라고 난리에요(웃음). 둘째, 셋째 동생들은 다 결혼했거든요. 저는 지금 일이 더 좋아요. 그동안 남자를 만날 겨를도 없었고요. 작품을 하면서도 거의 대부분 여자분들이랑 함께 하는 씬이 많았어요. ‘가황후’도 그랬고 ‘미세스캅’ 때도 그렇고 ‘아이가 다섯’ 촬영할 때도 안재욱 선배님이랑 했으니까요. 딱히 또래랑 친해질 타이밍이 없었죠(웃음).

Q. 이상형은 어떤데요?

저는 무조건 착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재지 않고 밀당도 안 하고 착한 사람이요. 저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거든요. 물론 외모도 보기는 봐요.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지만 막상 만나는 사람들 보면 주변에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연예인 중에 꼽으라면 정우성씨가 그렇게 멋있더라고요. 잘생겨서 툭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이 완벽하잖아요. 되게 매력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있겠나요(웃음).

Q. 필라테스로 몸매 관리를 한다고 들었어요. 요즘도 운동은 꾸준히 해요?

필라테스로 한동안 관리하다가 요즘은 유산소 운동이랑 근력운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원래는 운동 진짜 싫어했거든요. 저는 제가 살이 안 찌는 줄 알았는데 술도 먹고 나이도 먹고 하다 보니 찌더라고요(웃음). 2-3년 전에 서형 언니가 필라테스를 추천해주셔서 쭉 해왔는데 몸도 되게 좋아졌어요. 내적으로도 단단해지는 것 같고요. 요즘은 체력도 다져야 하니까 유산소 운동하면서 필라테스도 다시 병행하려고요.

Q. 올해 계획과 내년 목표


연말까지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 촬영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게 제 목표에요. 안 쉬고 계속 일하고 싶어요. 현장에 매일 있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대중들에게 저라는 존재가 각인될 것이고 저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감독님들이나 관계자 분들이 어떤 역할에 캐스팅을 고민하고 있을 때 딱 떠올릴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지금의 목표예요.

Q.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가 봐도 전세현이 하면 믿고 볼 수 있고 연기 참 잘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캐릭터를 맡겨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요. 제가 잘 해야 하는 거죠(웃음). 사실은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거고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잊혀지는 건 되게 무서운 거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기억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기획 진행: 우지안, 배아름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태양
의상: 플러스마이너스제로, 레미떼, 어헤이트
슈즈: 라니아로즈
주얼리: 바이가미
헤어: 스타일플로어 우현 디자이너
메이크업: 스타일플로어 은정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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