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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프랑켄슈타인’, 누구에게 괴물이라 손가락질 할 수 있나

2016-01-11 19: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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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이승현 기자] 여기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이 있다. 피조물의 탄생은 광기가 낳은 괴물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었을까. 괴물이라 불리는 그 피조물을 우리는 정말 괴물이라 불러야 하는 걸까.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국내 창작뮤지컬로 지난 2014년 초연에 이어 지난해부터 재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극은 죽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생명 창조라는 신의 영역에 도전한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전쟁 중 만나 그의 실험을 지지하고 함께 하는 친구 앙리 뒤프레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이후 빅터의 계속되는 실험으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과 훗날 괴물이라 불리는 피조물의 탄생,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들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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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가 피조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단순히 그의 생명 창조 실험의 연장선이라고만 단정 짓기 어렵다. 빅터는 진심으로 앙리를 친구라 여겼고 그의 선택에 슬픔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정이 많고 여린 존재다. 그리고 그를 위해, 그의 꿈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까지 내어주는 앙리. 그 둘의 진심 어린 우정과 선택에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모든 일이 애초에 생각했던 결과를 낳지 않듯 피조물의 탄생 역시 그랬던 것뿐이다. 그렇게 탄생한 괴물이라 불리는 피조물은 창조주에게 이름 하나 얻지 못한 채 모습을 감춰버린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괴물. 그 괴물이 겪어온 참혹한 시간들의 이야기는 가히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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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고, 이용당하고,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고신을 당하고, 그나마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 등 괴물이 자신을 탄생시킨 창조주에 대한 악의가 생기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 괴물의 앙심으로 다시금 재회한 두 사람 사이에는 분노와 복수의 감정이 있었음에도 객석에는 빅터와 앙리가 보여줬던 우정의 여파로 애틋함과 안쓰러움이 전해진다. 빅터와 앙리, 그리고 괴물 세 인물의 끊을 수 없는 악연이 만들어 낼 결말에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빅터와 앙리, 괴물 뿐 아니라 많은 인물들이 그들의 주변에서 극의 전개를 탄탄하게 잡아준다. 빅터의 행동을 이해하는 유일한 가족인 엘렌과 빅터의 곁에서 한결같은 사랑을 말하는 줄리아, 빅터를 어린 시절부터 모셔온 프랑켄슈타인 가의 집사 룽겐 등이 등장해 말하는 이야기들은 사건들의 단단한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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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의 숨은 재미가 있다면 180도 다른 1인 2역을 맡는 배우들의 변신일지도. 우아하고 정이 깊은 엘렌은 괴물을 괴롭히는 격투장 여주인 에바 역을 함께 겸한다. 빅터의 약혼녀 줄리아는 격투장의 하녀이자 괴물을 유일하게 보듬어 주는 여인 까뜨린느 역을 함께 한다. 빅터는 격투장 여주인 에바의 남편 자크 역을 맡는 등 여러 인물들이 기존 캐릭터와 180도 다른 역을 선보이며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프랑켄슈타인’은 어린 시절 한 번 쯤 들어본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전개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커튼콜이 끝나도록 마음을 욱신거리게 만드는 여운이 가시지 않을 수도 있으니 눈물 닦아낼 휴지 정도는 꼭 챙겨가길 바란다.

한편 ‘프랑켄슈타인’은 유준상, 박건형, 전동석, 박은태, 한지상, 최우혁, 서지영, 이혜경, 안시하, 이지수 등이 출연하며 3월20일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사진제공: 충무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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