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시온 기자]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완벽했다면 어땠을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본 적 있는 주제다. 버벌진트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모아 만든 음악 ‘세상이 완벽했다면’으로 그가 돌아왔다.
힙합이라면 어둡고 거칠 것이라는 편견을 부수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세밀한 가사와 그만의 색깔이 짙은 멜로디는 힙합이라는 장르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만든 그와 bnt뉴스가 만났다.
‘세상이 완벽했다면’은 제가 생각하는 세상이 완벽했다면 이랬을 텐데. 바꿔 말하면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들을 모아서 만든 음악이에요. 아마 기존에 발표했던 대중적인 제 노래랑은 다른 음악이죠. 소수의 팬만 들었을 때 냈던 옛날 곡들과 지금까지 냈던 음악들 다 합해서도 그전엔 없었던 가사고 톤 자체도 다르죠. 애착이 많이 가는 음악이에요.
Q 고하드 앨범 수록곡 21곡이라던데, 적은 숫자가 아니에요.
어쩌다 이렇게 많아졌지 이런 생각도 해봤는데 저는 제목부터 먼저 정하고 앨범을 만들어요. ‘좋아보여’가 들어있었던 ‘고이지’라는 앨범을 만들 때부터 생각을 했었어요. 재미로 고이지가 있으니까 고하드가 있으면 좋겠다고요. 그때부터 써 내려갔던 곡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만들어졌죠.
Q 작업하기 힘들진 않았나요?
다른 래퍼들의 방식처럼 비트를 받아서 가사를 쓰는 방식과는 다르게 저는 제가 거의 대부분의 곡을 만들고 편곡에 마무리까지 하니까 노동량이 말 그래도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웃음). 2013년부터 한 해 한 해, 느꼈던 것들이 계속 쌓이다 보니까 곡 수가 늘어났죠. 그러다 보니까 곡 카테고리에 어울릴 법한 것 들이라고 생각되어 넣게 됐어요. 작업하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Q 고하드에 수록된 많은 음악 중 피처링 곡도 많을 거 같아요. 누구누구 있나요?
‘시발점’을 빈지노와 같이했어요. 녹음 받은 지 2년 정도 됐는데 그때 제가 급해서 빈지노에게 도움을 요청했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안내서 ‘저 형 뭐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웃음). 이번 쇼미더머니 우승자인 베이식도 함께 한 곡이 있는데 그 곡 역시 쇼미더머니 나랑 같이해서 우승했으니까 한 곡 같이 작업해보자 해서 한 게 아니라 그 곡 역시 이 년 전에 녹음했어요. 지금 언급한 분들 외에도 더 많지만 앨범이 나오면 알 수 있어요(웃음).

Q ‘쇼미더머니4’에서 큰 이슈가 있었어요. 다음 시즌 프로듀서 제의가 들어온다면 할 의향 있나요?
지금 생각으로는 전혀 없어요. 일단 물리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거기에 참가하는 거 자체가 물론 경쟁자로 참가하는 래퍼도 힘들었겠지만 프로듀서들도 참가하는 시간 자체가 길다 보니까 촬영하는 내내 몸이 피폐해지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다시 안 할 거 같아요. 출연료를 백배로 올려주면 모르겠지만(웃음).
다른 건 모르겠고 한 가지 느낀 점은 제가 초반에 등장할 때 재미로 입고 나왔던 의상이 있어요. 맨투맨에 달 모양이 그려진 의상인데 왠지 모르겠지만 해외 팬들이 그 의상에 꽂혀서 합성짤을 많이 생성하시더라고요(웃음). 그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많은 나라 분들이 SNS로 저를 찾아내서 이거 수백 개가 넘는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웃음).
Q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에서 얻은 것도 많을 거 같아요.
물론이죠. 제가 개인적으로 크게 의미를 두는 건 ‘쇼미더머니4’ 촬영하는 기간 동안 정규앨범에 들어갈 곡을 다섯 곡 정도 썼어요. 참가자들의 에너지와 실력을 보고 느꼈던 상황들 피타입 형을 탈락시켜야 했을 때의 감정 등 여러 상황들에서 느낀 점이 많아서 가사와 곡을 생산하게 됐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열정을 배웠어요. 또 하나는 카메라가 앞에 있을 때 ‘아, 이런 건 하지 말아야겠구나’그런 거에 대한 것도 많이 배우게 됐죠(웃음).
Q 잃은 건 뭔가요?
건강이요. 그렇다고 무슨 병을 얻었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체력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시간이 잘 나지 않으면서 많이 지쳤고 앨범준비도 늦어졌죠. 가사는 쓰고 곡은 썼는데 마무리를 못 하는 거예요. 그 외에 잃은 건 없어요. 어떤 참가자든 프로듀서든 팬도 생겼을 것이고 ‘쟤 왜 저래’하는 시선도 받았을 거에요. 저랑 산이도 마찬가지지만 다들 욕도 듣고 환호도 받고 했던 거 같아요.
Q 음악 작업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나요?
재미없게 들릴 수 있는데 제 삶의 모든 것들이요. 주변인들의 경험담, 또는 제 경험담 사람 많은 장소, 식당 또는 카페 등에서 들은 이야기 파편들이 있잖아요. 남의 이야기를 백 센트 그 인생에 들어가서 볼 수는 없지만 지하철에서 통화하는 어떤 아저씨의 이야기를 잠깐 듣고도 상상하게 되는 것들 있잖아요. 그런 상상을 통해서 어떤 스토리를 만들기도 하고요.
아니면 진짜 백 퍼센트 저의 이야기를 사실대로 집어넣기도 하고요. 보통 그런 이야기들은 전형적인 힙합곡들이에요. 난 이렇게 살아왔네 난 이래서 잘났네 이런 건 100%고 사랑이야기나 어떤 스토리가 들어간 곡들은 제가 소설가가 된 입장으로 상상과 보고 들은 것들을 반영해서 써요.
Q 사랑에 대해 직접 겪었던 가사를 쓰진 않나요?
직접 겪었던 일들의 영향을 받긴 하죠. 제 감정적인 경험이 있어야 가사를 쓰는데 도움이 되니까 하지만 전 이런 걸 조심하려고 해요. 전에 사귀었던 어떤 분이 만약 이 노래가 발표됐는데 어디선가 듣고 어떻게 내 이야기를 노래로 팔아 먹을 수 있어? 라던지 가슴 아파한다든지 열 받아 한다든지 그런 상황이 싫어서 항상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가공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주로 연애가 주제일 때는요(웃음).
Q 대한민국 래퍼 중에 제일 가사를 잘 쓰는 거 같아요. 가사를 잘 쓰는 비법 있나요?
제가 쓰는 가사를 보는 시각마다 다르겠지만 스스로 특징을 생각해보면 문장이 말이 되나를 중요시 여겨요. 그렇다고 문맥을 기승전결, 서론 본론을 잘 짓자 이런 건 아니고 문장의 흐름 자체를 첫 마디부터 열여섯 마디를 그냥 조리가 있나를 중요하게 여기죠. 조리 있게 말을 잘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가사에서만큼은 지키고 있어요.
Q 예를 들면 어떻게요?
생각을 잘 안 해봤지만 일종의 건축물을 쌓아 올리듯 뼈대가 중요하죠. 뼈대를 잘 세우고 그 뒤에 디테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때로 어떤 곡들은 시각적인 이미지에 집착할 때도 있고요.

Q 눈여겨보는 래퍼 있나요?
비와이요. 그 친구의 랩을 보고 강렬하다고 느꼈어요. 마이크로닷 역시 우리 팀이었지만 너무 기대되는 래퍼에요. 그리고 의외의 인물인 이호재라는 친구 스타일이 좋았어요. 이런 스타일이 있었구나 느꼈죠. 요즘엔 잘게 쪼갠 다던지 트랩이라는 자체가 유행하다 보니까 그 위에서 갖고 노는 한정적인 편중되기 쉬운 거 같아요. 그렇지만 이호재 같은 친구는 달랐고요. 저에게 자극을 주는 친구들은 많아요.
Q 태연의 첫솔로 앨범, 타이틀곡 ‘I’에 어떻게 피처링을 하게 됐나요?
SM에서 브랜뉴뮤직으로 연락을 줬어요. 제가 소녀시대 멤버 중에 태연씨를 가장 좋아하는 데다 첫 솔로 앨범이다 보니까 그 분께도 중요한 스텝이잖아요. 저를 불러줘서 함께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죠. ‘당연히 할게요’ 하고 한 거에요(웃음).
Q 태연씨와 작업하면서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드 있나요?
직접 곡 작업 때문에 만나지는 못했어요. 둘 다 스케줄 때문에 너무 바빴거든요. 직접 만났던 적은 예전에 휘성 피처링으로 가요대전에 나간 적 있어요. 그때 무대가 워낙 화려했던지라 앞에 셀럽 테이블 있잖아요. 그때 휘성이가 휘젓고 다녀서 저도 따라다니면서 소녀시대 분들이랑 악수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 뵀었죠(웃음).
Q 무대에서 가사 실수해 본 적 있나요?
많아요. 이건 모든 래퍼가 겪는 일일 텐데 수백 번 했던 곡도 어느 날 갑자기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0.1초 안에 판단해서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겨요. 여러분도 알죠 따라 해주세요. 하고 간절한 표정으로(웃음). 두 번째는 정직하게 지금 잠깐 정신 나갔었다. 귀엽게 봐달라 다시 하자 그렇게 한 적도 있어요. 세 번째는 마치 가사를 제가 잠깐 수정한 것처럼 어버버버 하면서 넘어가는 거죠. 말하고 보니까 두 번째가 제일 안 좋은 방법이네요.
Q 본인의 매력 포인트는 뭔가요?
음악으로 따진다면 가사 디테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별 이야기면 그냥 슬프다, 심장이 멎을 것 같다가 아니라 몇 곁의 이야기 소재가 있죠. ‘시작이 좋아’라는 곡도 알맹이는 이별 노래지만 그 속에는 새해를 맞이해서 바다에 가 새해는 좋을 거야 스스로에게 세뇌하는 희망을 갖는 가사도 있고 그와 동시에 겨울 바다에 가고 싶은 풍경을 생각하면 뮤직비디오는 광안리와 해운대에서 찍었고요. 이별이야기 구나 하고 듣다가 다른 감각 시각적이거나 다른 소재들이 들어오니까 그런 부분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멜로디는 제가 버릇같이 쓰는 멜로디를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제 개인에 대해서라면 모르겠어요(웃음).
Q 콤플렉스 있나요?
무대에서 제가 보여 줄 모습들이 어느 정도 한정적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어요. 완전히 미친 에너지로 가는 래퍼들도 있잖아요. 저는 그쪽으로는 즐기는 건 너무 좋아하고 하고 싶지만 못할 때가 있어요. 스스로 완전 놔버리는 거요. 공연에서 그런 에너지를 가진 래퍼가 계속 나온 뒤 다음 차례가 저면 부담감이 생기면서 긴장하게 돼요. 저 팀들은 다 이랬는데 의식하게 돼요. 그리고 그거랑 연관된 건데 춤을 잘 못 춰요(웃음).
Q 굳이 안 춰도 되지 않나요?
굳이 안 춰도 되는데 보는 걸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춤 잘 추는 사람들 보면 부러워요.

Q 주량은 얼마나 되나요?
소주로 따지면 세 병 정도에요. 사실 과거에 소주를 잘 못 마셔서 힘들었었는데 요즘 좀 늘었어요(웃음).
Q 왠지 집에서 야경 보면서 혼자 와인 마실 거 같은 이미지에요(웃음).
지금 제가 사는 집이 일 층이라 야경이 없어요(웃음). 제가 술을 마시는 상황은 다양한데 혼자 작업을 하면서 마시는 경우도 있고 사람들과 섞여 마실 때도 있죠. 종류는 가리지 않고 다 잘 마시는데 분위기에 맞게 먹어요.
Q 그렇다면 요즘 좋아하는 술은 뭔가요?
위스키요(웃음).
Q 버벌진트 연봉5억이라는 검색어 본 적 있나요?
가사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웃음). 쇼미더머니에서 산이, 베이식과 함께한 ‘I’m The Man’에서 작년엔 부진했네 5억밖에 못 벌었으니까 라고 가사를 표현했는데 더 많이 버는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왔다 갔다 하죠.
Q 정말 연봉이 5억인가요?
그 가사가 사실이 맞아요(웃음). 그런데 저는 정말 작년에 제 자신이 부진했다고 생각해요.
Q 목표하는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요?
헛웃음 나올 정도로 큰 정도가 제 목표에요. 돈을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 음악의 팬임과 동시에 음악 만드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음악을 다량으로 생산하고 싶은 욕심도 크고요. 왜냐면 세상에 제가 머물다 갈 시간이 백 년, 이 백 년은 아니니까 음악을 만들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몸이 될 때까지는 가능한 많이 만들고 싶죠. 그러기 때문에 음악을 만들 때의 좋은 환경이 필요하더라고요. 작업실에 투자하는 돈도 많이 들고 그래서 많이 벌고 싶죠.
Q 건물이 있다고 들었어요.
소박하게 있어요(웃음).
Q 건물에 욕심 많나요?
동네에 대해 욕심이 많아요. 좀 있으면 핫플레이스가 될 거 같은 동네를 말하는 게 아니라 제가 산책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보통을 소박한 외곽의 동네에요. 하필이면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곳이 땅값이 오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내가 뭔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빨리 돈을 많이 벌어 시험해 보고 싶어요. 어린아이 같은 마음도 커요. 일종의 공상할 때 자주 하는 주제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부동산을 산다는 게. 그렇죠.
Q 예측하는 동네 있나요?
말할 수 없어요. 비밀 이에요(웃음). 서울만 해도 열 곳 정도 스팟이 있어요. 여기까지만 말할게요(웃음).
Q. 취미 활동
음악편곡 노동을 하다 보니까 취미도 단순해져요. 현재는 그냥 산책이에요. 차를 끌고 안 가본 동네라든지 적당한데 세워놓고 두 세 시간 걸어요.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으면 심야에 혼자 가서 영화도 보고요. 참고로 지금 생활은 참 건조해요(웃음).
Q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어떻게 보내고 싶나요?
연말에 공연이 많은데 이번 12월은 제 마음대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12월31일에서 내년 1월1일으로 넘어갈 때 시골 또는 한적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Q 독자들에게 한마디
고하드 앨범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짙은 이야기 들이 많이 담겨있고 아마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밀도의 힙합 앨범일 거예요. 이거는 허풍 아니고요. 그리고 겨울,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행복한 연말연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연말이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기획 진행: 박시온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승광
영상 촬영, 편집: 박승민, 이보름
의상: 반하트디알바자, 씨와이초이, 소잉바운더리스
슈즈: 아키클래식, 네이티브, 닥터마틴
헤어: 블랙립 한주영 실장
메이크업: 블랙립 박현정, 조수진
장소협찬: 꾸띠자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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