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황현주 “모델보다는 연기가 내 성향에 잘 맞는다”

2015-12-07 17:12:42

[김민수 기자] 프리마 발레리나를 꿈꿔왔던 모델 황현주는 남들보다 열 배 노력하는 악바리다.

‘도수코4’, ‘서울대학교’, ‘엄친딸’ 전부 그에게 해당되는 말로 큰 키에 쭉 뻗는 몸매, 날카로운 듯한 눈빛과 포즈로 매번 압도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특히 ‘2010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나갔지만 인지도 때문에 목숨 걸고 ‘도수코4’에 도전했다는 그는 솔직하고 거침없었다.

화보 촬영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전체적으로 차가울 것 같은 모습과는 달리 평범한 여대생 마냥 수다를 좋아하는 인간미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 날이 선 느낌이었다.

앞으로 모델뿐만 아니라 연기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모델 황현주. 두 가지 전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욕심도 내비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Q. 오늘 화보 어땠는지.
내가 다른 것은 전부 견딜 수 있는데 추위는 견디지 못해서 야외에서 할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오늘 내부 촬영이라서 좋았고 편안했다.

Q. bnt화보 기다렸다고.
내 차례가 언제 오나 기다렸다(웃음). bnt화보는 전부 예쁘게 나오더라. 화보 기사는 전부 읽어봤다.

Q. 혹자도 궁금한 점이 많다. 듣기로 어린 시절 발레를 했다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발레를 시작했다. 거의 10년 가까이 했고 10대를 발레 하나로만 보냈다. 다른 꿈이 없었고 프리마 발레리나 첫 번째 수석 무용수, 오직 발레리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Q. 타고난 체형이 아니면 힘들다고 하던데.
그렇다. 내 체형 자체가 발레를 하기에 좋지 않은 신체였다. 몸도 뻣뻣하고 발레에서 발을 구부리는 포인이라는 동작이 되지 않는 발이었다.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았는데 내가 발레를 너무 좋아해서 계속하게 되더라. 예술은 타고난 자를 따라 잡기 힘들다고 들었다. 특히 발레는 클래식 무용이기 때문에 체격 조건이 정해져 있다. 아무리 춤을 잘 춰도 체격 조건이 맞지 않으면 나중에는 못하게 되거나 작은 무용단이나 누굴 가르치게 되더라.

Q.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쯤 해봤을 텐데.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인문계 중학교를 다녔는데 정말 우여곡절 끝에 서울 예술고등학교 무용과에 들어갔다. 내게 맞지 않는 체격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포기는 못하겠더라.


Q. 학창시절 때 어떻게 지냈나.
공부도 차에서 하고 밥도 차안에서 먹고 학교 연습실 공부 이렇게 반복적으로 살았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부모님이 전부 데려다 주고 데려다 오고 내 뒷바라지 때문에 너무 힘들게 했다. 정말 죄송하다.

Q. 잃었던 것도 많았을 것 같은데.
맞다. 내 꿈이 있으니깐 빨리 연습하고 콩쿨에 나가야 된다는 생각에 친구 관계를 소홀히 했다. 4교시 끝나고 조퇴하고 친구들도 점점 줄고 내 또래들이 없었다. 지금 단짝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들도 나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아직도 연락을 하는데 너무 착한 친구들이다.

Q. 발레까지 하면서 서울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렇게 열심히 한 이유는.
솔직히 그 때는 공부하고 발레를 하는 것이 고달프거나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당연히 내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 힘들게 들어간 서울예고에 갔더니 소위 말하는 날고 기는 친구들이 정말 많더라. 내가 무용으로 최고를 인정받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서 생각한 것이 ‘내가 발레와 공부 둘 다 잘해서 이겨야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승부욕이 누구보다 강하다. 이렇게 두 가지를 하니깐 뭔가 보상이 되는 느낌이더라.

Q. 방황했던 대학교 1학년 1학기,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학교 다니면서 밤에 술 마시고 노는 것들이 즐겁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점점 멀어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3~4개월 동안 방황하며 목표도 없이 지내다가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을 하다가 광고 배너를 봤는데 ‘SBS 2010 슈퍼모델 선발 대회’ 지원자 모집을 봤다. 매년 슈퍼모델 대회를 TV로 봤는데 ‘와 정말 멋있다. 나도 한번 나가보고 싶다’는 생가도 했었다. 만약 발레를 했다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텐데 목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대회에 나가기 위해 dcm이라는 모델학원에 다니면서 워킹, 포즈를 배웠었다.

Q. 혹자도 기억이 난다. ‘2010 슈퍼모델 선발 대회’ 장기자랑에서 발레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대회에서 보는 것이 워킹, 포즈, 장기자랑을 본다고 해서 토슈즈를 가지고 가서 발레를 했다. 취미로 발레를 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나처럼 전공자는 없었는지 대학교도 그렇고 심사위원들이 좋게 봐줬다. 패션잡지도 보지 않았고 꾸미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항상 트레이닝복을 입고 머리에 망하고 다녔던 범생이가 그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그때가 19살이었다. 그리고 슈퍼모델이 되었으니 1년 동안 활동을 해야 된다고 해서 학교를 휴학했다.

Q.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 어땠는지.
내가 외골수다. 계속 발레만 해오다가 발레리나 되고 발레 선생님 돼서 가르치다가 죽는 줄 알았다. 그런데 슈퍼모델 활동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틀을 깬 계기가 아닌가 싶다. 형제도 없이 혼자 자란 나에게 이성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도 쇼라든지 드라마 단역 등 많은 것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모델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회 자체에 의미를 두었기 때문에 ‘이런 일도 있었어?’라는 정도였다.

Q. 슈퍼모델 활동 중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고.
학교를 다니던 중에 일이 하나 들어왔었다. 잡지 촬영이었는데 공부만 하다가 갑자기 하려니깐 감각을 전부 잃어버렸더라. 그래서 계속 촬영을 하는데 같이 일하는 분이 나를 부르더니 데뷔한지 얼마나 되었냐며 막 데뷔한 신인인 줄 알았다고 하는데 가슴에 비수가 꽂히더라. 주변에 조언자가 없었는데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부모님에게 한번만 더 휴학하게 해달라고 호소했었다(웃음).


Q.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3’와도 인연이 있었다고.
사실 내가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3’에 나온 여연희랑 같은 회사였다. ‘도수코3’도 같이 나가라고 했는데 그때 나는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나가지 못했었다. 그래서 연희만 나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톱3까지 갔더라. 그 이후 나에게 일이 들어왔는데 전부 연희에게 돌아갔다. 너무 억울했다.

Q. 다음 시즌인 ‘도수코4’ 준비는 어떻게 준비했나.
먼저 부모님한테 ‘여기서 떨어지면 제대로 공부하겠다’고 말하고 휴학계를 낸 뒤 늦가을부터 살도 빼고 잡지도 많이 보고 몸매 관리를 했다. 사실 ‘도수코4’를 할지 안할지 모르는 상태였다(웃음). 그래도 ‘도수코3’가 잘 되었으니 분명히 다음 시즌도 한다는 생각이었다. ‘2010 SBS 슈퍼모델 대회’는 방학 때 재미로 했다면 ‘도수코4’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목숨을 걸고 준비했다.

Q. ‘도수코4’ 톱3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운이 잘 따라줬다. 그때 방송을 보면 나를 미워했던 언니 때문에 괴로웠었는데 방송으로 보면 내가 주목을 받고 있더라. 그것도 전부 운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도수코3’에 나갔다면 탈락을 했거나 무명모델이지 않을까(웃음).

Q. ‘도수코4’ 2등, 상금 아깝지 않냐.
현실적으로는 1억 상금이 아깝기는 아깝다(웃음). 그런데 1등을 하든 2등을 하든 톱3까지 간 것은 인지도 측면에서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안에 든 것만으로도 정말 만족한다.

Q.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이 원했던 것은.
대부분 부모님들이 그러듯이 안정적으로 공부하기를 원했다. 아니면 발레를 계속 하던지. 우리 부모님이 보기보다 개방적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존중해준다. 발레도 내가 원했기 때문에 시킨 것이고 뒤에서 지켜봐준다. 도와줄 것은 도와주는 대신 길은 잡아주지 않는다. 돈도 많이 들었다. 나 때문에 집도 몇 채는 팔아먹은 것 같다(웃음).


Q. 화제를 바꾸자. 연극에 도전을 했었다고.
연기를 할 기회가 계속 생겼었는데 올해 초 12회 분량이 되는 연극을 했었다. ‘유민가’라는 연극이었는데 갑자기 들어온 기회였다. 원래는 더블캐스팅으로 6회씩 나눠서 하는 거였는데 그 여배우가 빠지면서 내가 전부 맡게 되었다. 연기에 대해 전혀 몰랐었고 혼도 많이 났었다. 내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라서 소리도 지르는 연습도 하면서 많이 배웠다.

Q. 연극을 발판으로 JTBC 예능 프로그램 ‘연쇄쇼핑가족’에 출연했었다.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다. 그리고 연기를 하면서 ‘연기해서 행복해요’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연기라는 것은 고통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Q. 연기를 해보니 어떤가.
처음 시작할 때 ‘연기가 나하고 맞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 내가 주체가 되는 느낌이더라. 더 섬세하고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분석해야 하는 것이 나에게는 희열감이 더 크고 모델과 비교했을 때 100% 확신은 없지만 내 성향에는 연기가 더 잘 맞는 것 같다. 더 해봐야 알 것 같지만(웃음).

Q. 그렇다면 모델보다 연기에 더 매력이 있다는 것인가.
솔직히 말해서 내가 프로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콘셉트만 주고 의상과 느낌만 표현하는 직업이다. 할 때는 정말 재미있고 매력이 있는데 금방 사그라지는 것이 있다. 그렇게 특별한 가치는 찾지 못하겠다. 패션쇼는 디자이너가 주인이고 의상이 주인공이지 모델이 끼를 부리고 주인공이 되어서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부분이 별로인거다. 그래서 나는 쇼보다는 기록으로도 남고 내 모습으로도 남는 화보가 좋다. 내가 욕심이 너무 많다. 모든 것을 뒤돌아보면 가지고 있는 욕심을 위해 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Q.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사람들이 알아본다.
내가 그렇게 되려고 ‘도수코4’에 나간 것이다. 슈퍼모델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도수코4’에 나간 것은 인지도 때문이다. 그래야 모델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3~4년 정도 계속 하는데 어떻게 보면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는 전문 패션모델들이 보기에 반칙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방송으로 이름을 알리는 것도 자기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Q. 24살, 모델로서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인데.
나도 지금 막바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콜렉션을 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너무 좋은 신입모델들이 나오는데 여기서 내 자리를 굳히기에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레 할 때는 고집으로 극복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모델일도 하면서 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연기가 가장 적합하다. 하지만 모델로서 확실한 정체성을 가지고 연기를 할 것이다.


Q. 평소에는.
원래는 불어공부를 하는데 대답을 잘 안한다(웃음). 공부하는 것 티내는 것 같고 서울대생 티내는 것 같아서 대답은 하지 않는다. 취미생활로 공부를 한다는 것이 만들어진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 같아서 공부라기보다 불어를 좋아한다. 하지만 회화는 못한다(웃음).

Q. 황현주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친한 모델 친구는 있는지.
내가 잠이 많다. 심각하게 머리만 닿으면 잔다. 잠도 부족한 것도 있지만 선천적으로 잘 자고 귀소본능 강한 집순이다. 그리고 ‘도수코3’에 나온 연희랑 친하다.

Q. 모델 황현주의 앞으로의 생각.
송경아, 이해정, 장윤주, 한혜진 등 톱모델 선배님들을 보면 노력에 타고난 것도 있지만 해외활동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더라. 해외에 가서 무대를 서고 한국에 오면 모델로서 수명도 느는 것 같더라. 선배님들처럼 나는 그만한 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수명을 늘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내게 기회가 오는 것마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획 진행: 김민수
포토: bnt포토그래퍼 차케이
의상: 스타일난다, 에트로, 에이인
레깅스: Let’s diet
슈즈: 아키클래식, 에트로, 람브레타
헤어: 라뷰티코아 청담베네타워점 예림 디자이너
메이크업: 라뷰티코아 청담베네타워점 주희 실장
장소협찬: 파티오42 선릉역점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스타그램 패션피플
▶ [패션★시네마]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박보영의 리얼 오피스룩 파헤치기
▶ 윤아-보라-장윤주, 코트 스타일링은 이렇게
▶ 겨울코트 사기 전에 참고해! 연예인 ‘코트’ 스타일링
▶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겨울 코트 컬러, 블랙-카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