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코드 쿤스트, 그가 궁금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잠시 숨고르기를 먼저 해야 할 때가 있다. 하고 싶은 질문은 너무 많은데 무슨 말부터 먼저 꺼내야 할지 고민될 때가 그러하다. 그래서 나온 “꼭 만나고 싶었다”는 첫 마디에 “고맙습니다”라며 멋쩍게 웃는 남자, 최근 2집 정규 앨범 ‘크럼플(Crumple)’을 발매한 프로듀서 코드쿤스트(Code Kunst)를 한경닷컴 bn뉴스가 만났다.
“작업하면서 아예 밖으로 안 나갔어요. 나가봤자 잠깐 작업실 앞에 나가는 정도였어요. ‘어디 오늘 하루 놀아보자’ 이런 건 없었어요. 그렇게 집중하면서 작업을 하는데 빨리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해 봤어요. 그런데 제가 병적으로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많은 편이거든요. 왜냐하면 제 이름을 걸고 나오는 앨범이잖아요. 그리고 제가 만족을 못 하면 듣는 사람들도 싫어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최대한 집중해서 제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부었죠.”
지난해 4월 데뷔 앨범 ‘노벨(Novel)’을 발표하며 프로듀서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코드 쿤스트는 1년 만에 두 번째 앨범 ‘크럼플’을 내놓았다. 영어 단어인 ‘크럼플’은 ‘얼굴이 일그러지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코드 쿤스트는 “사람들이 음악이나 영화를 볼 때 정말 좋은 감상을 하면 보통 얼굴을 찡그리더라.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 표정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의 일종이다”고 설명했다.
무려 20트랙을 담은 ‘크럼플’에는 래퍼 우탄, 씨잼(C Jamm), 넉살, 기리보이, 어글리덕(Ugly Duck), 블랭타임(Blnk-time), 자메즈(Ja Mezz) 등 국내 힙합 씬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뮤지션들이 총출동했다.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그들의 목소리를 한 앨범에서 들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일 터.
“원래는 피처링 참여진 욕심을 더 냈어요.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었어요. 그 중에는 시기가 맞물리지 않아서 함께 하지 못한 분들도 있고 개인 앨범 준비 중인 분도 있었고요. 한 마디로 말하면 거의 대부분 저와 한 번씩은 곡 작업을 해 본 분들이었어요.”

코드 쿤스트는 지난해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첫 솔로 앨범 ‘레드인그레이(Redingray)’ 3곡의 트랙에 참여하며 그의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개코에게 직접 곡 작업 요청을 받았던 당시를 떠올리던 그는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 그렇다고 국내 힙합 음악 씬에서 프로듀서로서 한 획을 긋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음악이 재미있고 좋았을 뿐이었다. 또 음악 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에게 음악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일종의 도구였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음악 듣는 걸 좋아하긴 했는데 힙합을 고집했던 것도 아니었고요. 오히려 록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다이나믹 듀오, 소울컴퍼니 래퍼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국내 힙합 음악을 심오하게 찾아 듣게 됐어요. 그렇게 음악을 듣는 게 정말 좋았어요. 공부도 안하고 음악만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
열정적으로 음악을 찾아 듣는 게 인생의 낙이었던 그에게 군복무 시절은 최대 고비였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의 반입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 그는 “음악을 듣지 못 하고 2년을 보냈다. 처음에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음악을 듣지 못하니까 스트레스가 심각하더라. 그래서 제대하면 취미로라도 제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 계기로 프로듀싱을 시작하게 됐고 점점 욕심이 생기게 됐다”고 털어놨다.
군 전역 후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당시 그의 나이 24살. 다른 뮤지션들에 비해 음악을 “정말 늦게 시작했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1년을 2년처럼, 2년을 4년처럼”라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결코 하루아침에 “짠”하고 나타난 실력이나 결과물들이 아니었다. “천재적인 줄 알았다”는 말에 코드 쿤스트는 “처음에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며 웃어 보였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프로듀서로서 보여줄 코드 쿤스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됐다. 그는 거듭 “프로듀서”임을 강조하며 “저보다는 음악에 관심을 많아졌으면 좋겠다. 제 음악이 곧 저의 얼굴이다. 제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는지 지켜봐 달라. 어떤 앨범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다 듣고 평가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와 함께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사진제공: 코드 쿤스트)
2편에 계속 >> 코드 쿤스트, 그가 들려주는 ‘Crumple’ 68분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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