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터뷰①] 코드 쿤스트 “음악 말고는 할 줄 아는 것 없었다”

2015-05-08 09:05:07

[bnt뉴스 김예나 기자] 코드 쿤스트, 그가 궁금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잠시 숨고르기를 먼저 해야 할 때가 있다. 하고 싶은 질문은 너무 많은데 무슨 말부터 먼저 꺼내야 할지 고민될 때가 그러하다. 그래서 나온 “꼭 만나고 싶었다”는 첫 마디에 “고맙습니다”라며 멋쩍게 웃는 남자, 최근 2집 정규 앨범 ‘크럼플(Crumple)’을 발매한 프로듀서 코드쿤스트(Code Kunst)를 한경닷컴 bn뉴스가 만났다.

지난 8개월여 동안 ‘크럼플’ 작업에만 매진했다는 그에게 앨범 발매 소감을 묻자 “속이 정말 후련하다”는 대답부터 나왔다. 그는 “일단 끝났다는 생각에 스스로 뿌듯하다. 결과가 어떻든 기분이 정말 좋고 후련한 기분이 들 뿐이다”며 연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작업하면서 아예 밖으로 안 나갔어요. 나가봤자 잠깐 작업실 앞에 나가는 정도였어요. ‘어디 오늘 하루 놀아보자’ 이런 건 없었어요. 그렇게 집중하면서 작업을 하는데 빨리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해 봤어요. 그런데 제가 병적으로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많은 편이거든요. 왜냐하면 제 이름을 걸고 나오는 앨범이잖아요. 그리고 제가 만족을 못 하면 듣는 사람들도 싫어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최대한 집중해서 제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부었죠.”

지난해 4월 데뷔 앨범 ‘노벨(Novel)’을 발표하며 프로듀서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코드 쿤스트는 1년 만에 두 번째 앨범 ‘크럼플’을 내놓았다. 영어 단어인 ‘크럼플’은 ‘얼굴이 일그러지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코드 쿤스트는 “사람들이 음악이나 영화를 볼 때 정말 좋은 감상을 하면 보통 얼굴을 찡그리더라.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 표정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의 일종이다”고 설명했다.

무려 20트랙을 담은 ‘크럼플’에는 래퍼 우탄, 씨잼(C Jamm), 넉살, 기리보이, 어글리덕(Ugly Duck), 블랭타임(Blnk-time), 자메즈(Ja Mezz) 등 국내 힙합 씬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뮤지션들이 총출동했다.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그들의 목소리를 한 앨범에서 들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일 터.

“원래는 피처링 참여진 욕심을 더 냈어요.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었어요. 그 중에는 시기가 맞물리지 않아서 함께 하지 못한 분들도 있고 개인 앨범 준비 중인 분도 있었고요. 한 마디로 말하면 거의 대부분 저와 한 번씩은 곡 작업을 해 본 분들이었어요.”

코드 쿤스트는 지난해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첫 솔로 앨범 ‘레드인그레이(Redingray)’ 3곡의 트랙에 참여하며 그의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개코에게 직접 곡 작업 요청을 받았던 당시를 떠올리던 그는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개코 형은 리듬파워 형들 소개로 알게 됐어요. 리듬파워 앨범 수록곡 중 제 곡을 듣고서 개코 형이 누가 쓴 거냐고 물어봤대요. 이후 개코 형에게 직접 연락이 왔어요. 그때 혼자 방에 있다가 전화를 받았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거실로 나가서 안절부절 못 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 개코 형이 제게 곡 하나를 만져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을 했고, 제가 편곡을 해서 드렸는데 정말 좋게 봐 주신 것 같아요. 그러면서 다른 곡들까지도 참여하게 됐어요.”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 그렇다고 국내 힙합 음악 씬에서 프로듀서로서 한 획을 긋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음악이 재미있고 좋았을 뿐이었다. 또 음악 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에게 음악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일종의 도구였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음악 듣는 걸 좋아하긴 했는데 힙합을 고집했던 것도 아니었고요. 오히려 록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다이나믹 듀오, 소울컴퍼니 래퍼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국내 힙합 음악을 심오하게 찾아 듣게 됐어요. 그렇게 음악을 듣는 게 정말 좋았어요. 공부도 안하고 음악만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

열정적으로 음악을 찾아 듣는 게 인생의 낙이었던 그에게 군복무 시절은 최대 고비였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의 반입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 그는 “음악을 듣지 못 하고 2년을 보냈다. 처음에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음악을 듣지 못하니까 스트레스가 심각하더라. 그래서 제대하면 취미로라도 제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 계기로 프로듀싱을 시작하게 됐고 점점 욕심이 생기게 됐다”고 털어놨다.

군 전역 후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당시 그의 나이 24살. 다른 뮤지션들에 비해 음악을 “정말 늦게 시작했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1년을 2년처럼, 2년을 4년처럼”라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결코 하루아침에 “짠”하고 나타난 실력이나 결과물들이 아니었다. “천재적인 줄 알았다”는 말에 코드 쿤스트는 “처음에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며 웃어 보였다.

“음악을 시작하고 6개월 쯤 됐을 때 ‘나 천잰가’라고 생각했어요. 그 기간 동안 만들어낸 곡들이 정말 좋은 줄 알았거든요. 모아서 한 번 내볼까 생각하고 당시 아마추어 래퍼 분들에게 곡을 들려주고 함께 작업하자고 했는데 아무도 안 하는 거예요. ‘왜 안하지’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안 한 상태로 1년이 지났어요. 이후 우연히 그 음악들을 듣게 됐는데 정말 몹쓸 게 나왔더군요. 세상에 나오면 안 될 곡들이 제 컴퓨터에 있었어요.(웃음) 그때 느꼈어요. 제가 천재는 아니구나.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했죠.”

이야기를 나눌수록 프로듀서로서 보여줄 코드 쿤스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됐다. 그는 거듭 “프로듀서”임을 강조하며 “저보다는 음악에 관심을 많아졌으면 좋겠다. 제 음악이 곧 저의 얼굴이다. 제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는지 지켜봐 달라. 어떤 앨범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다 듣고 평가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와 함께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사진제공: 코드 쿤스트)

2편에 계속 >> 코드 쿤스트, 그가 들려주는 ‘Crumple’ 68분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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