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기자] “미치도록 잡고 싶었습니다” 200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포스터 캐치프레이즈다. 결국 미수로 끝난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했던 이 영화는 전국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괴물’과 더불어 봉 감독의 대표작으로 남아있다.
‘살인의 추억’이 한 액션감독에게 작품의 영감을 주리라고 봉준호 감독은 상상이나 했을까? 8년의 시간이 지나 그토록 잡고 싶어 했던 범인이 다시 나타났다. 부드러운 손을 가졌던 범인은 뻔뻔하게도 당시의 살인을 소재로 자서전을 출판했고, 인기 스타가 됐다. 오랫동안 그를 쫓아온 형사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다.
모티브로 삼은 만큼 정병길 감독은 ‘살인의 추억’에 대한 존경(오마주)의 뜻을 밝히는데 거침이 없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범인이라거나, 비오는 날의 액션, 난투극을 벌이는 허름한 술집, “밥은 먹고 다니냐”는 대사부터 하수구 속 사체까지. 심지어 방향은 다를지언정 엔딩장면 조차 ‘살인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봉준호 감독의 것과는 다르다. 액션배우 출신인 정병길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액션을 영화 곳곳에 배치하며 거친 액션 스릴러로서 ‘내가 살인범이다’의 가치를 세웠다.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고 난이도 액션장면은 ‘내가 살인범이다’의 가장 큰 무기다. 특히 살인범 이두석(박시후)을 달고 달리는 카체이싱 장면은 매우 인상적.
투톱으로서 영화를 지탱한 정재영, 박시후도 단단하다.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을 펼친 배우들에게 칭찬을 아낄 수는 없다. ‘내가 살인범이다’의 유니크한 액션 시퀀스는 배우들과 관련 스태프들의 열정으로 탄생했다. 특히 박시후를 이두석으로 캐스팅한 정 감독의 눈썰미는 인상적이다. “박시후를 보자마자 무조건 (이두석 역으로) 캐스팅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다만 이야기의 큰 맥락을 짚는 것에는 힘이 달리고 거칠다. 반전의 한방은 있으나 전체적인 짜임새는 헐겁다. 주인공이 행하는 복수의 방식은 그다지 와닿지 않았고 액션의 쾌감은 이야기에 전달되지 않았다. 흥미로웠던 중후반부에 비해 초반 끌고가는 힘이 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엔딩 역시 사족처럼 느껴진다. 오마주에서 시작했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물려 돌아갔던 ‘살인의 추억’과 ‘내가 살인범이다’가 궤를 달리하는 결정적 이유다.
한경닷컴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 싸이 스티븐 스필버그와도 친분 "오늘을 어찌 잊을까"
▶ 니콜 다이어트 식단, 달고 짜고 기름기無 "채소위주로"
▶ 티파니 윤아 제시카 무보정, 흰셔츠에 블랙진만으로 매력 철철
▶ 이정 '그 날들' 열창, 故서재호 떠올리며 눈물
▶ 나승연 왕따 고백, 어린시절 외국서 인종차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