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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패션의 완성은 얼굴?

2012-10-09 11:09:16

[조현아 기자] 약속시각은 다가오고 20분 만에 외출준비를 끝낸 남편은 거실을 서성이며 빨리 나오라고 성화를 댄다. 설거지, 가사, 아이 옷 입히기를 끝낸 아내는 그제야 겨우 화장을 시작한다. 그러나 항상 중요한 날 눈썹은 짝짝이가 되고 화장은 들뜬다.

외출준비를 끝낸 여자는 다소 시간이 지체되기는 했지만 처음과 많이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며 기분 좋게 현관을 나선다. 하지만 “무슨 놈의 화장을 그렇게 오래 해?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나”라는 남자의 한마디로 여자의 기분은 급격히 다운된다.

과거 남자들은 민낯, 수북한 수염과 다리털 그리고 ‘한 벌 옷보다는 당연히 술’이라는 자신들의 대범하고 화끈한 선택을 자랑스러워했다. 더불어 “패션에 관심이 있는 계집애 같은 남자들은 분명 전부 게이다”라고 단정하며 “자신을 꾸미는 것은 여자들이나 하는 짓”이라 폄하했다.

화장하는 마초들


최근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네셔널은 조사결과 전 세계 남성화장품의 21%를 한국 남성들이 구매한다고 발표했다. 마초스타일을 외치던 한국남자가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화장을 많이 하는 남자로 불리며 시선을 모았다.

1997년 소망화장품의 ‘꽃을 든 남자’ 컬러로션이 등장하고 2002년 월드컵 스타 안정환을 필두로 꽃미남 시대가 도래하면서 예쁜 남자, 패션을 아는 남자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그 현상은 점점 가속화돼 이제 남자들도 외출 전 비비크림은 기본, 아이라인은 선택이 됐다.

화장품 모델이 된 마초들


명동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뷰티 브랜드숍 앞에 빠지지 않는 것은 “로션 하나면 이 피부를 가질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여자 모델의 얼굴이 아니다. 바로 현재 가장 핫하다는 장근석, 샤이니, 이민호, 김수현, 조인성, 동방신기, 최시원, 유지태 등의 남자 모델이다.

특히 제대 후 더욱 남성적인 매력을 풍기며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조인성은 헤라옴므의 뷰티모델로 활동하며 시선을 모으고 있다. 또한 유지태는 P&G의 SK-II 맨(MAN) 글로벌 모델로서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및 유럽, 미주 지역 모델로 활약하며 남성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화장해주는 마초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화장을 잘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할 때가 왔다. 메이크업 쇼, 강의, 뷰티 프로그램 등에서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뷰티멘토들은 의외로 대다수가 남자다. 여자들의 세계라 여겨지던 패션·뷰티업계를 남자 아티스트들이 점령했다.

남자 아티스트들의 가장 큰 장점은 여자보다 객관적이라는 것이다. 화장에 익숙한 여자들은 무의식중에 자신만의 스타일이 형성돼있는 반면 남자들은 모델의 얼굴에 따른 장단점을 파악해 객관적인 메이크업을 선보인다. 또한 같은 남자로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잘 캐치하고 여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다는 것도 그들만의 경쟁력이다.

코리안 뷰티를 이끄는 마초들, 스타일은 달라도?


사람을 대하는 아티스트들의 철저한 자기관리는 필수다. 깔끔하고 단정한 것은 기본이고 누구보다 발 빠르게 트렌드를 읽어내 대중들에게 다양한 스타일을 제시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스타들이 가장 선호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과 박태윤은 연예인 메이크업을 일반인들에게 대중화시키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아티스트로 떠올랐다. 각각 패션과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그들은 메이크업 실력뿐 아니라 수려한 입담과 외모 그리고 보통 남자들은 상상도 못할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패션피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근 아이 메이크업을 다룬 ‘스타일 아이즈’ 뷰티북 출간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헤라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진수는 손대식, 박태윤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같은 업계 사람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총괄 메이크업 아트 디렉터의 훈남 아티스트로 이름을 알린 그는 강한 개성보다는 깨끗한 피부와 깔끔하게 떨어지는 댄디룩으로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 여심을 흔들었다.

남자도 예뻐야 하는 시대


몇 해 전부터 남자들이 눈에 띄게 예뻐졌다. 의류 매장을 수시로 드나들고 커피숍에서 패션 전문 잡지를 읽는다. 거울 앞 체류 시간이 늘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여성화된 나약한 남성성의 대표적인 예라며 비판한다. 그러나 패션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패션은 자기를 표현하는 소통의 방법 중 하나로 자신의 직업, 성격, 말투, 가치관, 라이프 스타일이 드러난다.

패션을 즐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자기 어필의 시대,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에게 패션은 능력이고 비즈니스다.
(사진출처: 헤라옴므, 네이처리퍼블릭,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공식홈페이지, 에스케이투맨 페이스북, 손앤박 공식블로그, On Style ‘GET IT BEAUTY 2012’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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