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미운 오리 새끼’ 곽경택, 마초가 아닌 남자를 보다

2012-08-24 20:11:52

[이정현 기자] “내가 군대 있을 땐 말이야~”로 시작되는 일명 군대 경험담은 남자들끼리의 술자리에서는 빠지기 힘든 스테디셀러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누구나 한번 쯤은 경험하는 군대. 폐쇄적인 환경 탓에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기 마련이다.

격동의 80년대, 전직 사진기자 출신인 아버지는 고문의 후유증으로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그 바람에 어머니는 미국으로 떠나버렸고 이런 집안 사정 때문에 멀쩡한 23살 낙만은 6시에 칼퇴근하는 6개월 방위 일명 ‘육방’으로 입대한다. 육방의 일상은 3년여 가까이 군에 복무해야 하는 사병들에게는 눈에 가시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무서운 고참의 눈밖에 난 낙만의 희망은 오로지 퇴근시간 뿐이다.

8월30일 개봉예정인 ‘미운 오리 새끼’는 곽경택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기반이 된 일명 ‘군대이야기’다. 실제로 18개월 방위로 입대했던 곽 감독은 헌병대에서 근무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과 이발병으로 근무했던 지인의 이야기, 그리고 약간의 픽션을 섞어 ‘미운 오리 새끼’를 탄생시켰다.

‘억수탕’으로 데뷔해 800만 관객을 동원한 ‘친구’로 스타 감독이 된 곽경택 감독은 ‘챔피언’, ‘똥개’ ‘태풍’ ‘사랑’ 등 진한 남성미가 흐르는 작품을 주로 연출해 왔다. 피 냄새가 날 것 같은 수컷들끼리의 대결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마초이즘’에 입각한 감독이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던 그는 이번 ‘미운 오리 새끼’에서는 약간은 색다른 시선을 던진다.

‘미운 오리 새끼’의 주인공인 낙만(김준구)은 그동안 곽 감독이 연출해왔던 작품 속 남성 캐릭터와는 색깔이 다르다. 어리바리 이등병 낙만은 남성스러움과는 거리를 두는 캐릭터다. 무서운 선임들을 피해 도망다니기도 하고 연정을 품은 여 하사에게 남자답게 사랑고백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상급자들이 시키는 대로 군대의 잡일을 도맡아 할 뿐. 그가 지르는 “충성”에는 어설픔이 너무 강해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남자를 보는 곽경택 감독의 시선은 ‘미운 오리 새끼’에서 확실히 다르다. 극대화된 남성성에서 ‘남자’를 찾았던 곽 감독은 이번에는 좀 더 보편성있는, 때로는 너무 솔직한 남자의 모습을 ‘미운 오리 새끼’에 담았다. 군대에서의 낙만은 영웅도, 선구자도 아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공간이었던 군대라는 곳에서 낙만은 대한민국 남자들의 가장 솔직한 면을 보인다.

이전 SBS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인 ‘기적의 오디션’ 멘토로 참여했던 곽경택 감독은 자신의 멘티들을 이번 영화의 주요 캐릭터에 캐스팅 했다. 때문에 낙만 아버지를 연기했던 오달수를 제외하면 거의 신인배우들로 채워졌다.

기성배우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탓에 화제성은 덜할지 모르지만 결과물은 존중 받을 만 하다. 어리바리 낙만을 연기한 김준구는 신인다운 날 것의 매력을 자신의 캐릭터에 녹였다. 조혜련의 동생으로 유명세를 모았던 중대장 역의 조지환 역시 합격점. 극중 행자 역을 맡았던 문원주는 오랜 연기생활의 꽃을 ‘미운 오리 새끼’에서 만개했다.

곽경택 감독의 색다른 실험과 도전의 결과물인 ‘미운 오리 새끼’는 신선함으로 가득한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는 ‘기적의 오디션’에서 이미 검증됐고 자신만만한 신인의 패기는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곽경택 감독의 연출과 맞물려 빛을 발했다. 16년차 중견 감독의 10번째 작품이 이렇게 신선함에 펄떡일 줄은 몰랐다. 8월30일 개봉.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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