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기자/ 사진 김강유 기자] <인터뷰 내용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2년 상반기 가장 핫한 여배우가 있다면 단연코 김고은이다. 처음 ‘은교’가 베일을 벗었을 때 모든 이들은 노인이 된 박해일에게 경악했고 그런 그를 뒤흔들어 놓은 신인 여배우 김고은을 주목했다. 그리고 파격적인 정사신을 소화한 20대 초반의 이 여배우는 ‘노출’이라는 단어와 함께 포털을 달구기 시작했다.
‘은교’는 김고은이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이지만 작품은 은교보다는 이적요(박해일)의 시선으로 따라간다. 이적요의 시선은 낯 뜨거울 정도로 노골적이지만 은교의 감정은 쉽게 느낄 수 없었다. 잠시나마 이적요가 아닌 서지우(김무열)를 선택했던 은교에게 화가 났던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리라. 그래서 ‘은교’ 속 은교가 궁금했다. 김고은은 은교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적요)할아버지의 생일잔치 날이죠? 사실 그날 은교는 굉장히 외로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할아버지가 먼저 안아주시긴 했는데 나중에는 밀쳐내시잖아요. 안아주셨을 때 굉장한 따뜻함을 느꼈을 것이고 마음을 더 표현하고 싶은데 이마에 뽀뽀하는 것으로 그치니 마음이 너무 외로워 지는 거죠. 서지우와의 관계도 오해에서 시작하는 거구요. 은교도 다른 이들의 감정이 궁금했을 거에요.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생일 파티에도 용기를 내서 다시 (할아버지를) 찾아간 것이구요.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서지우와 은교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보면 욕정일 뿐이겠지만 은교는 자기의 외로움을 달래보려고 했을거에요. 그래서 외롭다는 대사가 와닿았죠”
사소하지만 치명적이었던 오해는 ‘은교’라는 이적요의 단편 소설에서 시작했다. 이적요의 판타지에서 시작한 ‘은교’는 소설이 되어 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서지우라는 껍데기를 입고 은교를 품었다. 자신을 아름답게 표현한다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내내 쌓아온 교감보다 짧은 단편 소설에의 판타지가 더 중한 것인가?
“자신을 아름답게 생각해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죠. 특히 은교는 사랑에 목말라 있는 아이이고 그것에 대한 갈망이 엄청난 아이죠. 그런데 소설 ‘은교’ 속에 등장한 은교는 너무너무 예쁜 아이에요. ‘내가 그렇게 예쁜 아이인줄 몰랐어요’라고 말하는게 가슴 아플 정도로 자기애가 형성이 안 된 친구죠. 영화 ‘마릴린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이란 영화를 보면 먼로가 여자아이는 자기가 예쁜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만큼 모든 여자들에겐 갈망이 있는거죠.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은교는 그게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죠. 예쁨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아이니까”

영화 ‘은교’에 캐스팅이 되기 전에 먼저 소설을 접했다는 김고은은 은교라는 아이가 사실 매우 모호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책 속에 묘사된 은교는 마냥 예쁘고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환상 속의 인물과도 같았다고. 책에서만 등장하는 변호사와 서지우의 시선에서는 발랑까진 여고생일진데 뭐가 진짠지 헷갈렸다고도 했다. “‘이적요가 콩깍지에 씌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적요가 가엽게 느껴질 정도로요. 이렇게 극단적으로 보는 것은 감정에 대한 설명이 없어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많았죠”
반대로 캐스팅이 되고 시나리오로 접한 은교는 선명했다. 김고은은 소설에서 느낀 환상이 아니라 현실 속의 인물처럼 보여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은교라는 아이를 관객들에게 선명하게, 현실 속에 존재하는 아이라는 것을 보여 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에서 한없이 순수하고 발랄해서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까불기도하고 버릇이 없을 때도 있잖아요. 또 필통을 흔드는 장면이나 엄마 이야기를 할 때의 표정은 17살 아이가 아닌거 같기도 하구요. 모두가 은교에게 있는 면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면도 강조하고 싶지 않았어요”
정지우 감독은 은교에 김고은을 캐스팅한 이유로 자기 중심이 뚜렷하면서도 호기심 많은 눈, 그리고 단단해 보이는 내면이라 했단다. 이 말에 대해 김고은은 자기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 보이진 않았다. “오죽 했으면 시사회에 초대된 친구들한테 영화를 보고 어떤 장면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이 나오더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대답이 더 웃기더라구요. 전장면에서 다 그런 눈이었대요”(웃음)
이제 겨우 첫 작품을 소화해낸 김고은은 화제가 된 정사신을 제외하고서라도 어려운 감정신을 잘 소화해 냈다. 마지막 이적요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은 신은 매우 긴 호흡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극을 계속 해왔던 김고은은 오히려 긴 호흡이 더 익숙했단다.
“감정이라는게 시작하자마자 훅 들어갈 수는 없고 쌓이고 쌓이다 보면 감정이 더 커지더라구요. 그 장면도 원래는 대사가 더 많았어요. 안개꽃에 대한 이야기도 더 나누고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하죠. 감정이 점점 더 올라오니까 고백을 하면서 슬픈 감정을 느낄 수가 있었어요. 물론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어려웠죠. 마지막날 찍었는데 촬영일이 다가 올수록 두려워져서 고민도 많이 하고 밤에 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았죠. 그런데 어느순간 ‘내가 무슨 명연기를 하려고 이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감독님도 시간 여유를 많이 갖고 밤새서 찍자고 하셨구요. 마음을 놓고 들어가니 막상 OK컷은 맨 처음에 찍은 컷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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