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권남기의 맛있는 영화 이야기] 오늘의 요리 '화양연화'②

2010-02-18 20: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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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장 : 권남기
오늘의 추천 메뉴 : <화양연화>
요리 종류 : 멜로/로맨스/드라마
주재료 : 핸드백/넥타이/불륜/국수/2046호/앙코르와트/구멍

메인요리
1962년, 홍콩. 같은 날 옆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 차우와 리첸. 그들은 각자의 아내와 남편이 있는 유부남, 유부녀다. 차우는 지역 신문사 편집장이고, 리첸은 수출 회사의 비서를 맡고 있다.

바쁜 생활을 하던 중 차우와 리첸은 조금씩 무엇인가 잘 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차우의 아내가 리첸과 똑같은 핸드백을 가지고 있고, 리첸의 남편이 차우와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다는 사실을 안 차우와 리첸은 그들의 아내와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신감에 흐느끼는 리첸을 위로하면서 차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닫고, 리첸 역시 자신의 마음이 점점 차우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은 바람을 피우는 그들과는 다르다며 서로의 사랑을 감춘 채 우정을 앞세운다.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국수를 먹고, 무협소설을 쓰고, 스테이크를 자르며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결국 차우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소문으로부터 리첸을 지키기 위해 싱가포르로 가기로 한다. 떠나기 전 차우는 마지막으로 리첸에게 묻는다. “티켓이 한 장 더 있다면 나와 같이 갈 수 있소?” 그러나 차우를 따라가지 못한 리첸이 홀로 호텔 2046호실에 남아 눈물을 떨어뜨린다.

세월은 흐르고 1966년, 홍콩. 싱가포르에서도 전화기에 대고 서로의 안부를 차마 물을 수 없었던 차우와 리첸은 예전 자신들이 살았던 집을 찾는다. 리첸은 차우가 살았던 집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눈물이 고인다. 차우 역시 창으로 리첸의 집을 내다본다. 앞집에 새로 이사 온 여자가 아들 하나 데리고 혼자 산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표정이 희미하게 미동한다. 언뜻 보면 차우는 웃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앞집 여자를 굳이 확인하지 않는다. 차우는 비밀을 영원히 가슴에 묻는 방법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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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산에 가서 나무를 찾아 구멍을 파고 비밀을 속삭인 후, 진흙으로 봉하는 거야”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차우는 자신의 비밀을 묻기 위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로 간다. 그리고 그 거대한 왕조의 한 벽 속 구멍에 자신의 비밀을 속삭인다.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따듯하게 회복시키는 죽의 맛
감기에 걸린 차우를 위해 리첸이 참깨죽을 끓인다. 정성이 가득 담긴 리첸의 죽을 먹은 차우는 고마워한다. 어릴 적 내가 감기에 걸리거나, 아프면 어머니는 흰 죽과 양념간장을 만들어 주셨다. 흰 죽 위에 양념간장을 솔솔 뿌려 먹으면 동생들이 부러움에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솔직히 말해서 뭐 특별한 맛은 없다. 하지만 고소한 참기름 향이 도는 죽은 아픈 나에게 입맛과 함께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화양연화>를 보면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죽 같은 힘을 주는 영화다. 따듯하면서도 부드럽고, 영양분이 그 안에 가득 들어 있다.

요리의 백미
주변국을 모두 정복했던 강대한 왕조의 앙코르와트.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는 벽에 작은 구멍이 보인다. 그 구멍을 말없이 바라보던 차우가 구멍에 입을 데고 속삭이기 시작한다.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경건한 모습으로 오랜 시간 비밀을 속삭이는 차우. 그런 차우의 모습을 까까머리 동자승이 멀리서 바라본다. 자신의 비밀을 묻은 차우는 앙코르와트를 떠난다. 그의 뒤로 거대한 앙코르와트의 모습이 보이고, 차우가 비밀을 말한 구멍이 진흙으로 야무지게 메워져 있다. 영화는 끝이 나고 검은 화면 위로 왕가위 특유의 자막이 떠오른다.

- 그는 지나간 날들을 기억한다. 먼지 낀 창틀을 통하여 과거를 볼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게만 보였다 -

디저트
1.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2046’은 사랑의 열병을 앓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046’은 ‘화양연화’의 속편이자 차우(양조위)가 쓴 소설의 제목이다. 그리고 차우와 리첸(장만옥)의 추억이 담긴 호텔방 번호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영화 '화양연화'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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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권남기(영화감독&시나리오 작가)
■ 일러스트 : 권경민(남서울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교수)

한경닷컴 bnt뉴스 조은지 기자 star@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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