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터뷰] 뮤직비디오 감독 천혁진, "SM전문 감독이라는 인식 강해"①

2009-08-18 19: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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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바뀐지도 벌써 몇 년. 오디오 가수는 죽고 비디오 가수만 살아남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말처럼 화려한 볼거리와 비쥬얼에 음악성 높은 가수들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비디오’가 가수를 살리는 경우도 있다. 음악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해주는 ‘뮤직비디오’의 힘이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시도와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고 있는 천혁진 감독은 한국 뮤직비디오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명이다.

11년째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해온 그의 꿈은 밴드를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실 학업을 위해 대학교에 들어갔다기 보다는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 갔다는 설명이 적합하다. 지금은 친다고 말도 못할 실력이지만 밴드에서 베이스를 쳤었다. 전공은 화학과였다. 졸업 후에 막연히 쇼를 하고 싶어서 엠넷의 FD로 들어갔다. 왠지 방송국에 있으면 밴드나 쇼와 연관이 있을 것 같아서 시작을 했는데, 이건 한마디로 섭외의 전쟁이었다. 그 일을 2년 정도 하다 보니 재미가 없어지더라. 그 후 다른 방송국에 들어가 ENG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는 일을 했는데 그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편집 쪽일을 계속하다 보니까 아는 촬영감독이 ‘뮤직비디오 한 번 해보지 않을래?’라고 제안해 우연히 이쪽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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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를 틀어주던 사람에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사람이 된 천혁진 감독. 자신과는 거리가 먼일이라고 생각하고 시작을 했지만 하다 보니 ‘이렇게 재밌는 일이 있을 수가!’였다고 한다.

“진짜 집안 재산이라도 끌어다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신나는 작업이었다. 실제로 어머니가 들어 놓으신 결혼 적금까지 빼 쓰기도 했다”

자신의 돈을 직접 투자하는 열정까지 보여가며 뮤직비디오계에 발을 들여놓은 천 감독은 그 시절에는 소위 말하는 ‘사짜’들도 상당히 많다고 전한다.

“그 때는 지금만큼 체계가 잡히지도 않았다고, 뮤직비디오가 아직은 낯설기도 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시스템이 잘 갖춰진 편”이라며 “나 역시도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 샌가 좋은 가수들과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여전히 뮤직비디오라는 일이 재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재미는 있다. 하지만 가끔 상업이라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천혁진 감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SM 전문 감독’이라는 타이틀이다. 동방신기, 보아, 슈퍼주니어,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소녀시대, 샤이니 등의 뮤직비디오를 작업하며 어린 친구들에게도 이름을 널리 알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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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작은 기획사들은 무작정 ‘감독님 도와주세요’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무조건 나의 의견에 기대는 편이었다고 한다면, 거대 기획사는 기획력을 가지고 최고의 것을 뽑아내려 한다. 멋진 춤과 노래, 비쥬얼을 가장 멋지게 포장해주는 것이 나의 일이다”

“나의 아이디어가 100%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40% 정도의 의견을 수렴하는 편인데, 이를 조율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천 감독은 "처음 뮤직비디오 일을 시작할 때는 드라마타이즈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댄스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다시 제자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20대 때 광고회사에서도 일을 했었다는 천혁진 감독은 광고를 그만둔 이유를 ‘너무 많은 단계’로 꼽았다. “하나의 광고를 17번까지 수정한 적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클라이언트가 전날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컴플레인이 걸릴 정도다”

천 감독은 이처럼 갑과 을이 명확한 관계는 너무 힘들다고 전했다. 때문에 그는 서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나 젊은 사람들과 함께 으쌰으쌰하며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일이 너무 즐겁다고 이야기한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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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bnt뉴스 조은지 기자 star@bntnews.co.kr
사진 박종근 기자 freez5@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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