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디자이너, 섹스를 얘기하다 ①

2009-08-14 14: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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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에 관한 노래를 부르지 않느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사랑 외에 더 중요한 것이 많다”라고 밥 딜런은 말했다지만, 최근 지적이고 진지한 문제에 관심을 갖던 디자이너들마저 과감히 ‘섹스’를 얘기하고 있다.

패션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패션을 알아갈수록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옷은 아이러니하게도 신체를 가려주고 보호하는 동시에, 내면의 세계를 표출하니까.

“인간의 모든 문제는 섹스와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다.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간에 모든 행위의 밑바탕에는 성적인 동기가 있다”고 주장한 지그문트프로이트의 설명처럼 성에 대한 욕구 역시 패션에서 미적인 형태로 표현된다.

인간의 본능인 성은 태초부터 노출의 부위를 달리해 표현되어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햇볕에 그을린 황금빛 피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출이 심한 화이트 의상을 선택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코르셋과 페티코트를 이용해 인간의 신체를 왜곡시키면서까지 관능미를 극대화했다.

조직화되고 세분화된 현대 사회에서의 성은 더욱더 자극적인 형태로 표출되며 에로티시즘과 아름다움은 불가분의 관계가 되어버렸다.

에로티시즘이란 성행위에 내재된 인간의 보편적인 내적 정신으로 자아의 완성을 이루기 위한 의식에서 출발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정신적인 측면보다 육체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에로티시즘을 ‘옷’ 위에 표현해내는 방법은 그야말로 디자이너마다 각양각색이다. 아이덴티티의 기반이 ‘섹스’인 돌체&가바나, 로베르토 카발리, 디스퀘어드, 구찌 등은 그야말로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방법(레오퍼드 프린트, 코르셋, 시스루, 글리터 등) 즉, 1차원적인 방법으로 이를 표현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조금 더 심오하고 예민한 디자이너들의 표현 방식이다. 철학적이거나 지적이거나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이 풀어내는 ‘에로티시즘’은 한번 더 생각되고 트위스트 되니까.

그렇게 탄생된 성적 판타지를 엿보는 흥미로운 일이 최근 자주 발생해 눈길을 끈다.
‘소년들처럼’이란 뜻의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cons)’. 이름으로 패션의 개념에 대한 도전과 비판을 상징했던, 너무 철학적이어서 어떤 면에선 수도승처럼 느껴지는 레이 가와쿠보는 에로티시즘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가 선보인 2008 FW 컬렉션은 예상을 뒤엎은, 그야말로 발칙한 것이었다. 그녀는 마치“조금 나쁜 취향은 음식에 파프리카를 넣은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라는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만트라라도 읊은 듯 숨겨왔던 나쁜 취향을 드러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사운드트랙과 함께 등장한 핑크색 하트와 입술 프린트, 그리고 가터 벨트가 난무한 룩은 그야말로 꽁꽁 싸매고 감춰온 성이란 금기가 폭발한 듯 보였다.

여자들의 머리 위에 뿔을 달고 몸에 PVC 코르셋을 채우며 데뷔 시절부터 페티시즘과 마조히즘을 드러냈던 알렉산더 매퀸은 2010 FW 컬렉션에서 가터벨트로 뒤엉킨 톱과 번진 레드 립으로 자신의 취향이 순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무슈 디올을 향한 오마주’라 했지만 그건 순전히 매퀸 식이었다. 그렇다면 심오하고 기이한 정신 세계를 지닌 무슈 마르지엘라의 성적 취향은 어떨까?

그는 2007 FW 컬렉션에서 누드 톤 보디수트에 브라를 그린 유머러스한 룩으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2년 전쯤인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장미희가 입어 화제를 불러일으킨 그 룩 말이다. 그러더니 2008 S/S 컬렉션에는 눈을 가린 채 몸에 꼭 맞는 밴디지 룩을 선보였고, 2010 FW 컬렉션에서는 한층 더 강력하게 섹스를 어필했다.

얼굴과 몸을 가린 채 몸을 밴드로 칭칭 감은 룩은 아라키 노부요시의 작품처럼 보였고 찢어진 밴드 룩을 입은 채 봉을 잡고 있는 모습은 마치 채찍을 들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이성적인 디자이너 후세인 샬라얀 마저도 2010 FW 시즌 관심사를 인류사와 하이테크에서 섹스 툴로 옮긴 듯 보였다.

이브 ?로랑의 클로드, 프랑스?자비에 라란이 제작해준 하이테크적인 메탈 몰드는 자극적이었다. 후세인 샬라얀은 “컬렉션은 바위와 흙 등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섹스라는 요소를 가미했는데 이는 두 개의 상반된 세계를 펼쳐주는 역할을 했다”라는 심오한 설명을 덧붙였다. (기사제공: W Korea 김석원 기자 www.wkorea.com)

>> 2편에 계속

한경닷컴 bnt뉴스 패션팀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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