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겨울이 물러나고 생명이 다시 고개를 드는 때, 산과 바다의 식재료로 몸을 챙기는 시간을 '한국인의 밥상'이 전한다. 차가운 계절을 견디고 막 올라온 제철 음식들에는 봄철에 잃기 쉬운 기운을 채워주는 깊은 향과 단단한 원기가 담겨 있다. 환절기와 춘곤증으로 흔들리는 몸의 균형을 잡아줄 따뜻하고 든든한 봄맞이 보양식을 만난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서민들의 밥상에 얽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온 최수종이 이번에는 묵은 기운을 털어내고 새 힘을 얻게 하는 봄의 밥상을 찾아 나선다. 익숙한 음식도 제철 식재료와 어우러지며 귀한 보양식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지친 몸을 깨우는 우리네 삶의 지혜와 정겨운 음식을 조명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성껏 차려낸 밥상 위에서 봄의 생명력은 가장 찬란하게 빛난다.

■ 봄 바다가 주는 제철 밥상, 웅어와 졸복 – 전라남도 목포시 달동
안개가 자욱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바다 위, 뱃머리에 선 70대 어머니 김숙희(71) 씨의 손짓에 의지해 50대 아들 김경준(52) 씨가 배를 몬다. 젊은 시절부터 고하도 바다의 물살과 바람을 읽어온 김숙희 씨는 파도의 흐름만으로 길을 짚어낸다. 요즘 모자가 가장 바쁜 이유는 초봄 서해 기수지역으로 몰려드는 귀한 손님, 웅어 때문이다. 한때 왕의 수라상에 오르던 웅어는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일품이며, 현재는 국내 가격의 다섯 배가 넘는 값에 중국으로 수출되는 고급 어종이다.
오직 이맘때만 제대로 맛볼 수 있어 봄철 최고의 별미로 꼽힌다. 김숙희 씨의 밥상에는 싱싱한 웅어를 썰어낸 웅어회무침과 든든한 웅어회덮밥이 오른다. 여기에 겨우내 지친 몸에 기운을 보태는 그녀만의 보양식, 도다리매운탕까지 더해지면 남도의 향긋한 봄 한 상이 완성된다.
고하도 바다에서 건져 올린 봄의 맛은 목포의 한 식당으로 이어진다. 복어 중에서도 가장 작다는 졸복을 8시간 동안 푹 고아내면 깊은 바다의 영양을 오롯이 품은 뽀얀 졸복탕이 탄생한다. 여기에 싱그러운 봄동 겉절이를 곁들이면 나른한 춘곤증을 달래주는 완벽한 보양식이 된다. 한때 버려지다시피 했던 생선들이 봄의 기운을 전하는 귀한 음식으로 되살아났다.

■ 왕이 먹던 보양식, 애탕국 –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
종가에서 400년의 세월 동안 이어온 음식은 바로 애탕국이다. 향긋한 어린 쑥과 부드럽게 다진 소고기 완자를 넣어 정성껏 끓여내는 이 국은 봄의 생명력을 그대로 담고 있다. 오래된 종가의 부엌에서 끓여내는 따뜻한 국 한 그릇과 함께 종가 식구들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고 활기찬 새봄을 맞이한다.

■ 봄의 원기를 품은 흑염소 밥상 –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월출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싼 강진군 성전면에는 송근오(61), 한미선(59) 부부의 오랜 꿈이 담긴 농장이 있다. 흑염소를 키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27년 전 도시 생활을 과감히 접고 귀농한 부부는 산자락에서 방목으로 염소를 기른다. 봄이 되면 산에 돋아난 풋풋한 새순과 풀을 뜯으며 자란 흑염소들은 한층 더 건강하고 따뜻한 기운을 품게 된다.
이곳의 밥상에도 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든든한 보양식이 오른다. 먼저 인삼보다 좋다는 봄 부추를 듬뿍 곁들인 흑염소 수육을 즐긴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수육으로 속을 달랜 뒤에는 남은 진한 육수에 향긋한 봄 고사리를 듬뿍 넣어 끓여낸 흑염소탕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봄의 원기를 가득 품은 흑염소가 산나물의 향을 머금으며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완벽한 봄날의 밥상이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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