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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정선 콩갱이·달기약수 백숙

이다겸 기자
2026-01-22 17: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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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정선 콩갱이·달기약수 백숙

KBS1 '한국인의 밥상'이 22일 저녁 7시 40분부터 8시 30분까지 "밥상에 깊이를 더하다, 손맛보다 물맛" 편을 방송한다. '한국인의 밥상' 최수종이 프리젠터로 나서는 이번 회차는 묵묵히 밥상을 완성해온 존재인 '물'을 조명한다. 제작진은 감춰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맛의 깊이에 영향을 미쳐온 물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맛을 들여다본다고 밝혔다.

우리가 매일 마시고, 끼니마다 사용하는 물은 음식의 출발선이다. 쌀을 씻고, 국을 끓이고, 장을 풀어내는 순간까지 밥상의 시작에는 늘 물이 있다. 그러나 물맛은 하나가 아니다. 어떤 물은 단단하고 묵직하게, 어떤 물은 깔끔하고 감칠맛 있게, 또 어떤 물은 맑고 담백하게 음식의 결을 바꾼다. 물은 지나온 땅의 기억을 품고, 천천히 스며들어 재료의 맛을 살린다. 그 조용한 힘이 밥상의 맛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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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 '한국인의 밥상' 

가리왕산의 젖줄이 키운 강원도 정선의 인심 -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정선읍

가리왕산에서 시작된 샘물이 가장 먼저 닿는 마을, 정선읍 회동리는 예부터 좋은 물로 유명해서 '청량골'이라 불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산에서 내려온 물이 마을을 휘감아 흐르며, 이곳의 하루를 만들어왔다. 김옥자(80) 어르신은 가리왕산 물을 두고 "어느 곳과 비교해도 최고의 물"이라 단언한다. 이순녀(83) 어르신은 물에서 산삼이 썩어 스며든 물이라는 뜻으로 '심 썩은 물'이라 표현하며 달고 쌉쌀한 맛이 난다고 했다. 이처럼 흉내 낼 수 없는 가리왕산의 물맛은 처음 마신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아 정선에 머물게 했다. 이 물 때문에 도시를 떠나 청량골에 귀촌한 마을 주민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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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 '한국인의 밥상' 

살림살이가 고단했던 시절, 마을 사람들은 부서지고 조각난 콩을 갈아 감자와 메밀쌀, 냉이를 넣은 콩갱이(콩죽)로 배를 채웠다. 콩갱이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소박하지만, 가리왕산 물이 들어가는 순간 고소함과 식감이 한층 살아나면서 어디에서도 맛보기 힘든 최고의 음식이 된다고 한다. 콩갱이를 끓이는 날이면 그 냄비는 한 집만의 것이 아니었다. 가리왕산 물로 끓인 소박한 콩갱이 한 그릇이 이웃을 불러 모으고 마음을 나누는 이유가 됐다. 가리왕산의 물은 그렇게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머물게 하며 청량골 사람들의 인심과 정을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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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 '한국인의 밥상' 

단군이 선택한 삼랑성의 샘물이 만든 밥상 –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단군이 세 아들을 시켜 성을 쌓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강화도 삼랑성에는 정족산에서부터 내려오는 맑은 물이 흐른다. 예로부터 성을 지을 때 매우 중요하게 고려됐던 조건 중의 하나가 깨끗하고 풍부한 식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삼랑성이 있는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는 맑고 맛 좋은 물로 유명하다.

정족산 자락에 자리한 전등사에는 1,600여 년의 시간을 견뎌온 우물이 남아 있다. 지불 스님은 전등사 주변 샘물의 내력을 전하며, 나라에 어떤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았고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았다고 전한다. 17년 동안 사찰음식을 연구해 온 사찰음식 연구소 팀장 정주미 씨(57)는 전등사의 청량하고 깔끔한 물맛을 높이 평가하며 사찰음식의 맛을 높여준다고 평가한다. 정족산 물을 먹고 자란 채소로 만든 각종 나물 요리와 버섯강정, 순무김치로 만든 사찰 밥상은 정족산 물맛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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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같은 물은 길상면(온수리)의 오래된 양조장으로도 이어진다. 양조장의 2대 사장, 양재형(85) 어르신은 양조장 안의 100년 된 우물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3대 사장인 막내 아들 양태석(51) 씨는 양조장의 물맛을 지키는 일을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며, 백 년이 넘는 양조장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정족산에서 시작된 물은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맛을 지켜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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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청송 달기 약수 백숙

사람을 부르는 달기골의 쇠 맛 탄산수 – 경상북도 청송군 청송읍

주왕산 끝자락에서 솟는 달기약수는 한 모금만으로도 기억을 붙잡는 맛이다. 톡 쏘는 탄산과 쉽게 가시지 않는 쇠 맛은, 주왕산이 만들어낸 땅속 깊은 성질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이 물맛을 보기 위해 멀리서 약수터를 찾아온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도 오랫동안 줄을 선다. 한 번 맛본 사람들은 다시 이 물을 찾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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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달기약수가 흐르는 달기골은 약수가 솟아날 때 '골골골' 닭 울음 같은 소리를 내서 달기골이라고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닭과 관계가 깊다. 달기약수터 주변에는 백숙집 골목이 들어서 있는데, 마을 어르신이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을 정도로 매우 오래됐다. 임영진(42)·반은정(42) 부부는 "달기약수로 끓인 백숙이 기름기는 적고 육질은 쫄깃해, 다른 곳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이 난다"고 말한다. 임영진 씨의 어머니 이옥이(68) 씨에게 달기약수는 가족의 생계를 지켜준 물이자 삶의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봄 경북 지역의 대형 산불이 청송을 덮친 이후, 달기골은 크게 흔들렸다. 외지인의 발길은 거의 끊어졌고, 마을을 떠난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달기골은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외지인들도 다시 달기약수를 찾고 있고 마을 사람들도 돌아와 다시 백숙집을 열기 시작했다. 달기약수는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쉼 없이 솟으며 사람들을 다시 부르고 있다.

KBS1 '한국인의 밥상' 703회 방송 시간은 목요일 저녁 7시 4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