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인생에 품는 욕망과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계급 질서, 그 안에 얽히고설킨 여러 가지 인간들의 감정에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전도연은 해고 노동자의 아내이자 상처를 딛고 살아가는 ‘미옥’ 역할을, 설경구는 그런 미옥의 남편이자 해고 노동자로 인간성에 상처를 입은 ‘호석’ 역할을 맡았다.


조인성은 극 중 늘 다정하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속은 알 수 없는 부유 계층의 ‘상우’ 역으로, 조여정은 상우의 아내이자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하는 감독인 ‘예지’ 역할을 맡았다.
‘가능한 사랑’은 한국 영화계의 거장,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로 “몇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담고자 했다. 여러 복잡하지만 감추고 있는 것들, 그것이 해고 노동자가 가진 갈등이 될 수도 있고 계급 간의 갈등일 수도 있고 영화를 만드는 윤리와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라며 운을 띄었다.
한국 사회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계급 질서와 그것을 결정하는 돈이라는 물질적 실체에 관한 배우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설경구는 “호석의 입장으로 말해보자면 부유하지는 않지만 주어진 형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자 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해고를 당하며 몸도 마음도 다친 상태에서 자아가 완전히 깨져버리고 수치심과 분노로 가득 차게 된다. 계급 사회는 그런 한 인물을 위축되게 만드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전도연은 “돈과 계급은 한 사람의 가치관을 무너뜨릴 수 있고 가치를 앗아갈 수도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미옥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본인의 가치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인물이다. 분명 영향은 있을 것이지만 영향을 받지 않으려 하는 인물이다”라고 인물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조인성은 “자본가의 모습인 상우는 물려받을 재산이 있는 부유한 인물이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 사업을 하는 드러나지 않는 자본가의 면모를 지녔다. 언제나 그렇듯 돈은 양날의 검이다. 누군가를 살리기도, 다치게도 할 수 있는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것들에 집중해 상우를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감독과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제83회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한 해당 영화에 관해 이창동 감독의 소감 또한 안 들어볼 수 없었다.
이창동 감독은 “수상이 기쁘고 영광스럽지만 상은 하나의 결과물이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줄지, 어떤 질문을 스스로 던져줄지가 나에게는 더 중요한 것 같다”라며 겸손함을 표했다.
이어 극 중 감독(예지)이 등장해 타인의 삶을 담으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만큼, 영화감독으로서 매체와 카메라의 윤리성에 대한 관한 언급도 해주었다.
이창동 감독은 “그러한 윤리적 기준을 말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 처음 10여 년 전 어떤 대기업에서 강제 진압 파업 사건이 터졌을 때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야기를 만들어보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내가 정직하게 담을 수 있는 자격이 있나 싶었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계속해서 “그 후 많은 시간이 흐르고 노동의 문제가 근본적인 시각이 바뀌는 시점이 왔을 때 다시 시작해 보고자 했고 다큐멘터리 감독인 예지의 정체성을 통해서 전할 수 있겠다 싶었다. 나 같이 타인의 삶을 그리는 창작자에게는 언제나 본질적 고민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그들로서 할 수 있을지, 영화적 재료로만 소비하지 않고 그들 자체의 이야기를 그리기 위한 것은 평생의 고민이고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인 것 같다”라며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영화는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라는 십계명으로 시작된다. 극 중 인물들은 정말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조인성은 “상우는 ‘더 가지려고 하는 욕망’을 탐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런 욕심이 균열을 만들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조여정은 “‘남의 인생을 내 영화에 담고자 하는 욕망’이다. 탐하지 말아야 할 것을 탐했던 인물인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
설경구는 “호석은 탐했다기보다는 뺏긴 것이 더 많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 후 가지게 된 열등감도 탐한 것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탐했기에 열등감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도연은 “아마 ‘자유’가 아닐까 싶다. 늘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던 자유를 상우를 통해 욕망이 드러나게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감독과 네 명의 인물들은 극 중 관객들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타인의 삶을 탐하는 것은 뭘까?’, ‘어디까지 용납될까?’, ‘어느 선까지 ’가능‘할까?’.
이 복잡하고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정의하는 것은 관객들의 몫일 것이다.

이창동 감독은 “관객들과 이 영화가 어떻게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우리 영화를 통해 앞으로 하나씩 새로운 메시지들이 만들어진다면 좋겠다. 그러한 것들을 완성시켜주는 것은 관객이라 생각한다. 좀 더 힘 있고 의미 있게 다들 살아갈 수 있으면 한다”라고 언급하며 마무리를 장식했다.
타인의 삶, 그 근처에서 본인의 욕망을 마주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어느 선까지 침범하고 탐하는 것이 가능할지, 이제는 가까이서 그 해답을 내려볼 시간이다.
영화 ‘가능한 사랑’은 9월 23일(수)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며 11월 6일(금) 넷플릭스 공개된다.
글: 윤이현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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