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연기밖에 모르는 바보, 전광렬

임재호 기자
2023-08-16 15:34:53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잘하는 사람은 이길 자가 없다. ‘연기’에 있어서 전광렬이 바로 이길 자가 없는 그런 사람이다. 

스스로를 ‘연기에 미친놈’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연기를 사랑하는 그는, 사랑만큼이나 연기에 큰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아직 30%에 그치지 않는다고 표현한 그. 앞으로 보여줄 연기에 더욱 자신이 차있는 모습에서 멋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연기에 대한 열정은 물론 귀여운 모습까지 엿볼 수 있었던 ‘진한 연기파’ 전광렬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Q. 화보 촬영이 오랜만이라고 전해 들었다. 소감은 

“좋은 스텝분들과 이렇게 일하고, 오늘 가족들도 와서 도와줘 너무 고맙고 즐거운 현장이었다. 포토그래퍼 실장님도 나와 호흡이 잘 맞았던 거 같아 좋았다” 

Q. 최근 근황은 어떻게 되는지 

“요즘은 예능, 교양, 다큐멘터리, OTT 작품 등을 준비하고 있다. 정신없는 시간 보내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현재 ‘메디컬다큐 명의보감’ 하고 있고, 이후에 다른 다큐로 실크로드를 직접 투어 하면서 음식과 역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그리고 소외 계층을 돕는 프로그램도 촬영 중이다”

Q. ‘청춘의 덫’, ‘허준’, ‘제빵왕 김탁구’ 등 굵직한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연기파 배우다. 인생 캐릭터가 한 둘이 아닌데 배우로서 소감이 어떤가 (보통 배우라면 인생 캐릭터를 한 번 만나는 게 굉장히 어려운데, 여러 번 만난 것에 대한 생각도) 

“배우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감정 등을 표현하는 직업이지 않나. 나는 사실 배우가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시청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난 왕도 해보고 재벌 회장도 해보고, 음지의 보스도 해봤다(웃음). 또 알츠하이머 환자로도 나오기도 했다. 다양한 변신을 했던 거 같아 뿌듯하다” 

Q. 촬영 당시에 그래도 이 캐릭터는 좀 편했거나, 정말 힘들었던 역할이 따로 있었나 

“편한 적이 없었다. 캐릭터마다 내가 표출해 낼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다. ‘빛과 그림자’를 할 때 화가 나면 옆머리를 쫙 쓰다듬는 제스처를 했다. 이 제스처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시그널을 주는 거다. ‘주몽’을 할 땐 근엄한 자세보다 항상 몸을 비틀고 있었다. 상대방을 항상 적대시한다는 표현이다. 항상 이런 것에 대해 고민한다” 

Q. 어린 친구들은 전광렬을 잘 모를 수도. 친근한 자기소개를 한다면 

“의외로 잘 알더라. 진짜다(웃음). ‘짤’ 때문에 그렇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날 잘 알더라. 길에서 많이 알아본다. 신기하다” 


Q. 전광렬 선생님에게 ‘크림빵’이란 어떤 존재인가 (웃음) 

“하하. 크림빵은 내가 ‘제빵왕 김탁구’에서 행복할 때도 크림빵이었고, 김탁구가 내 아들이란 걸 알았을 때 슬픔과 아픔을 동시에 느꼈을 때도 크림빵으로 표현됐다. 크림빵만 봐도 즐겁고 행복하다(웃음)”

Q. ‘짤부자’다.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본인의 베스트짤을 스스로 꼽기도 했는데 짤부자가 된 소감이 있나 

“‘짤부자’가 된 줄 처음엔 몰랐다. 주위에서 후배들도 그렇고 짤을 막 보내더라.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그때 난 모자랑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옆자리에서 핸드폰 하면서 웃길래 슬쩍 봤는데 내 짤을 주고받으며 웃더라(웃음). 요즘 친구들은 저렇게 소통하는구나 싶었다. 처음엔 내 짤을 보고 황당하기도 했는데, 내가 봐도 웃긴 게 많아 지금은 재밌다(웃음)” 

Q. 열심히 연기한 모습이 재미있는 짤로 쓰인 걸 보고 처음엔 어떤 기분인지 

“처음엔 ‘이게 뭐야’ 싶었다. 조금 지나니 굉장히 해학적으로 다가오더라. 이런 걸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Q. 연기한 캐릭터들이 강하고 특색 있어 아직도 애착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역할이 많을 것 같은데.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와 가장 아픈 손가락인 캐릭터가 있다면 

“물론 내가 생각하기에, 제일 애착이 가는 건 당연히 ‘허준’이다. 그만큼 고생을 많이 했다. 다시 촬영하라고 하면 못 한다. 너무 힘들었다. 그땐 지금처럼 노동법도 없었고, 밤을 거의 매일 새웠다. 하루에 두세 시간밖에 못 잤다. 지리산, 벌교, 민속마을, 전북 민속촌 등 전국 각지를 다 돌아다니느라 정말 힘들었다. 몸이 버텨내질 못하더라. 돌이켜보면 정말 내가 혼신을 다했다. 아쉬운 건 드라마 ‘리멤버’다. 유승호의 아버지로 나왔는데 알츠하이머 환자 역할이었다. 처음엔 특별출연이었는데 11회인가 12회까지 나오게 됐다. 그 캐릭터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연기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Q. ‘허준’은 대국민적 사랑을 받았는데 실감을 못 했나 

“정말 못 했다. 20회 넘어서 시청률이 좋다고 들었는데 정말 시청률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내가 한의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대사에 있는 수많은 한약재와 한의학 용어 암기 자체가 힘들었다”

Q. 근엄하고 진지한 느낌에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지만, 최근 라디오스타에서 놀라운 예능감과 시키면 빼지 않는 모습을 뽐내기도. 원래 재미있는 성격인 편인가 

“원래 실제로 허당이다. 내려놓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려 한다. 원래 배우에 대한 나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내려놓기 시작하니 오히려 편안해지고,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고 하니 오히려 이런 부분이 배우로서 얻는 부분이 많다” 

Q. 이 기세를 몰아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예능이 있다면 

“예능뿐만 아니라 교양, 다큐 등 안 가리고 다 하고 싶다. 내가 원래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으니 음악에 대한 프로그램도 좋고, 미술에도 관심이 많다. 그리고 내가 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츠지의 분교를 졸업했다. 그래서 음식에도 관심이 크다. 와인, 역사 여행 등도 좋다. 솔직히 정말 다 하고 싶다. 음악도 재즈, 록, 일렉 등 다양한 형태를 즐겨 듣고 있고, 와인은 좋아한 지 20년도 넘었다” 

Q. 연기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 

“요즘 후배들을 보며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나도 음악을 전공하다 그걸 포기하고 연기를 시작하고 15년 동안 무명 생활을 했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본인이 최선을 다했는지, 열정을 모두 쏟아부었는지 끊임없이 반문하고 자기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열정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연기 생활 한지 40년 정도 됐지만 지금도 신인의 마음이다. 배우의 여정은 죽는 순간 까지다. 작은 역할이라도 충실하고 겸손했으면 한다”


Q. 배우 전광렬이 정말 좋아하는 인생 드라마나 인생 영화가 있다면 

“클래식 음악을 하다가 배우가 된 건 제임스 딘 때문이다. 마력을 느꼈다. 여러 작품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대부’ 말론 브란도, ‘양들의 침묵’ 안소니 홉킨스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도 좋다” 

Q. 저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바로 배우를 꿈꿨나 

“그렇다. 마음을 먹기가 힘들었다. 안정적인 직업을 할 수 있는 조건들을 다 포기하고, 연극판에서 15년 동안 빈곤한 생활을 했다. 가족들 반대도 사실 심했다. 그렇지만 난 연극 무대에 서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안에서 무언가 끓어올랐다. 이런 느낌과 감정이 날 지탱하게 해 준 거 같다” 

Q. 많은 선후배, 동료들을 작품에서 만나 호흡했다. 아직 함께 작품을 해보지 못한 배우 중 꼭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너무 아쉬운 게 지금 고인이 되신 선배님 두 분이 있다. 김영애 선생님, 연극 쪽에서 자기 인생을 다 불태운 윤소정 선배님이다. 그리고 ‘허준’을 같이 했던 이순재 선생님도 다시 작품 함께 하고 싶다. 그리고 젊은 친구 중에는 남궁민이라는 친구가 굉장히 연기를 열심히 하고, 배우로서 질감이 굉장히 좋더라. 이런 배우랑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Q. 아직 연기해보지 못한 캐릭터 중에 도전하고 싶은 것 

“인간은 모두 양면적인 부분이 있다. 선한 부분도, 악한 부분도 있다. 사실 이런 것들을 넘나들고 싶다. 그리고 내가 유머감각도 있으니까 시트콤도 하고 싶다(웃음). 다양한 것에 도전하고 싶다” 

Q. 그동안 활동해 온 본인을 돌이켜보고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 

“간단하게 얘기하겠다. 이제 시작이다. 와인도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이 돼 맛과 향이 뛰어나진다. 지금까지 보여준 여정은 성숙해 가는 과정이다. 이젠 그 성숙함을 표출할 시기다. 이제 시작이다”

Q. 특별히 친한 배우가 있다면 

“아들처럼 대하는 후배들 많다(웃음). (유) 승호, (여) 진구, 지성, (윤) 시윤, 주원 등 있다. 연기를 할 때 서로 소통하고 같이 작품 안에서 소통이 잘 되는 배우와 친해지기 쉽더라. 그게 누구든지” 

Q. 연기자로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법이나 정신을 다스리는 법이 있나 (혹은 특별한 자기 관리 방법) 

“특별한 건 없고, 혼자 지하철 타고 다양한 곳을 간다. 산책도 많이 하고 시장도 다닌다. 자연을 좋아해 많이 걷는다. 자연을 보고 나를 정화한다. 배우는 ‘정서적인 수분’이 많이 필요하다. 그게 메마르면 안 된다. 음악, 미술, 자연 등을 통해 정서적인 부분을 촉촉하게 해야 한다” 

Q. 앞으로의 연기자의 삶은 어떻게 채워가고 싶은지 

“내가 이제 시작이라 했으니,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고 아직 진짜 하고 싶은 연기를 펼치지 못한 것 같다. 100으로 치면 아직 30 정도밖에 쓰지 못한 거 같다. 다 쓰고 죽어야 한다(웃음). 내가 가진 광기나 열정을 다 쏟겠다” 

Q. 배우 전광렬과 인간 전광렬은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끼나 

“배우 전광렬은 정말 솔직히 말하면 ‘연기에 미친놈’이다. 난 NG를 안 낸다. NG내는 거 정말 싫어한다. 계속 내면 똑같은 걸 계속 찍어야 한다. 굉장히 철저한 완벽주의자다. 리허설을 충분히 하고 촬영 시작하면 한 번에 끝낸다. 그래서 초긴장 상태다. 근데 인간 전광렬은 완전 허당이다(웃음). 좀 부족한 면이 많다. 허점 투성이다”

Q. 배우로서의 목표와 꿈,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목표와 꿈을 하나씩 말해준다면 

“배우로서 목표는 아까 말했듯 가지고 있는 내재된 다양성, 에너지, 충족되지 못한 모든 것들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 나 같은 경우엔 다양한 경험과 농익은 연기를 진정성 있게 표출해보고 싶다. 인간으로서 목표는 배우 학교를 하나 만들어 후배를 양성하는 거다. 제대로 된 연기 교육 시설을 만들고 싶다. 연기 학원도 되게 많지만, 난 커리큘럼 자체가 항상 생각해 왔던 방식이 있다. 그런 학교를 만들어 열정적으로 연기를 배우고 싶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Q.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내가 신인이다(웃음). 이제 시작하니까.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연기에 대해 주목해 주고, 예능이나 교양, 다큐 등 다양한 소통 창구를 마련해 친근감 있게 다가가고 싶다” 

Q. 대중들에게 배우 전광렬이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배우로서 열정을 다 바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사실 배우로서의 삶은 나의 삶이고, 그것이 곧 내 예술의 삶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열정을 미친 듯 다 뿜어내고 인생을 마무리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임재호 기자 mirage0613@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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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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