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목숨 걸어 그들이 지키고자 한 것, 뮤지컬 ‘남벌’ [리뷰]

윤이현 기자
2026-10-30 08: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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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감탄사


각자의 소중한 존재는 저마다 다르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괴물이 되기도 한다. 

그 과정의 한가운데에 놓인 ‘남벌’이 현실 세계 속에서 새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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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이현세 작가의 메가 히트작이자 100만 부 신드롬을 일으킨 만화 ‘남벌’이 방대한 세계관을 150분에 한껏 눌러 담은 채 무대 위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창작 뮤지컬로 돌아왔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저주가 되기도, 때로는 약자나 강자가 되기도 한다. 

전쟁의 시작은 에너지 위기에서 시작된다. 장기화된 중동전으로 불안정한 석유 공급에 전 세계가 타격을 받게 된다. 흔들리는 세계 경제와 안보 속 맞은 에너지 위기에 자원 차지를 위한 목숨을 건 전쟁이 이들 앞에 놓이게 된다. 

석유 수입에 의존도가 높았던 국가인 일본은 새로운 공급처를 찾던 중 인도네시아 말루쿠 제도 인근 해저 유전에 주목한다. 인도네시아 내 독립을 원하던 다야크족을 후원해 공화국을 선포하게 하고 그 대가로 유전 채굴권을 손에 넣으려는 계획에 착수한다. 

국가 간 갈등이 시작되고, 이 과정 속 일본 현지에서 살아가던 한국계 주민들의 일상에 위협이 찾아온다. 유전 채굴을 위해 대한민국 근로자 2,000여 명이 반군의 인질이 되고, 그 중심에는 주인공 ‘오혜성’(오종혁·선율)이 있다. 뒷골목에서 거칠게 살아온 그는 오랜 첫사랑 ‘엄지’(박소은·이재림)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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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로 끌려간 그들은 자유를 위해 저항하지만 가혹한 탄압은 더욱 거세지기만 한다. 이 과정 속 아버지와 여동생 혜리를 잃고 만 오혜성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국민들에게 닥치는 위험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던 대한민국 정부는 군사적 결단을 내린다.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국가안전기획부 요원 ‘백두산’(이종영)을 수용소로 잠입시켜 대탈출 작전을 거행한다.

바로 이 작전의 이름을 ‘남벌’이라 칭한다.

일본 자위대의 ‘카오루’(김민철·정시욱)는 대탈출을 알고 분노하고 이들을 다시 잡아오기 위해 자위대를 이끌고 오혜성과 엄지를 포함한 탈주자들을 바짝 쫓는다. 

날아다니는 전투기, 전진해 오는 탱크 등 탈출에 한걸음 가까워졌던 이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비극이 닥친다. 혼란스러운 과정 속, 오혜성에게 위기가 닥치고 결국 탈주자들은 다시 수용소에 끌려가는 결말로 극의 1막은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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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의 시작, 부활한 오혜성은 특수부대에 자원하고 소중한 이들을 다시 되찾기 위해 현지로 돌아간다. 

이러한 방대한 세계관을 현실로 담아내고자 이현세 작가의 친딸인 이엄지 디자이너가 무대 디자인에 직접 참여했다. 아버지가 표현하고자 했던 세계관을 가까이서 보고 이해하며 32년 만에 무대에 그대로 옮겨내기 위해 특별한 협업이 진행된 것이다. 

원작이 만화인만큼, 2D 느낌을 살리기 위해 무대 분위기 또한 특별했다. 중앙 LED월에는 만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컷과 컷 사이의 시공간 배경을 장면에 맞게 입체적으로 구현해 냈고 무빙 LED와 수직·수평 이동 장치, 조명 등이 쉴 새 없이 바뀌며 극의 현장감을 높였다.

인물들의 심리를 상황에 녹여낸 25개의 음악들은 조우인 작곡가와 황민정 음악감독이 맡았다. 이러한 음악들은 인물들의 대사 속 심리 변화, 혼란, 갈등, 사랑 등 극의 분위기를 한축 담당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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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대의와 의지로 몰아치는 처절한 전쟁의 끝, 각자 저항하고 열렬히 무언가를 지키려는 폭풍 속 희망은 누구의 편에 서게 될까. 그리고 오혜성이 ‘목숨’이라 칭할 만큼 스스로에게 소중했던 건 무엇일까.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 다 해 투쟁을 벌이는 오혜성의 전장, 뮤지컬 ‘남벌’은 지난 23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해 27일 본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오는 11월 14일(토)까지 티켓링크 1975 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윤이현 기자 / 사진 제공: 감탄사
yi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