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평범한 오늘을 돌아보다, 뮤지컬 ‘렛미플라이’ [리뷰]

허정은 기자
2026-10-16 23: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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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오늘을 돌아보다, 뮤지컬 ‘렛미플라이’ [리뷰] (제공: (유)렛미플라이)

50년의 시간을 건너 마주한 답은, 결국 오늘이었다.

1969년의 열아홉 청년이 눈을 뜬 순간, 2020년의 일흔 노인이 됐다. 황당한 시간여행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예상 밖의 웃음을 만들어내며 남원의 여정을 따라간다. 뮤지컬 ‘렛미플라이’가 약 3년 만에 서울 무대로 돌아왔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남원은 사랑하는 정분이 있는 1969년으로 돌아가기 위해 미래를 탐사한다. 갑작스럽게 마주한 낯선 미래에서 남원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선택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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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오늘을 돌아보다, 뮤지컬 ‘렛미플라이’ [리뷰] (제공: (유)렛미플라이)

16일 오후 7시 30분 공연에서는 노인남원 역의 이희준, 선희 역의 배해선, 청년남원 역의 윤소호, 정분 역의 나하나가 호흡을 맞췄다.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 이희준은 노인남원의 능청스러움과 삶의 무게를 오가며 극을 이끌었다. 코믹한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웃음을 끌어내면서도 남원이 지나온 시간을 마주하는 순간에는 분위기를 바꾸며 인물의 깊이를 보여줬다. 한 인물의 젊은 시절과 노년을 서로 다른 배우가 연기한다는 작품의 특성 속에서, 이희준의 노인남원은 윤소호가 연기하는 청년남원과 맞물리며 하나의 삶을 완성했다.

윤소호는 청년남원의 풋풋함과 꿈을 향한 에너지를 표현했다. 아직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한 청년의 순수함과 사랑 앞에서 서툰 모습은 노인남원의 모습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같은 인물의 서로 다른 시간을 보여주는 만큼 두 배우의 온도 차가 오히려 남원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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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오늘을 돌아보다, 뮤지컬 ‘렛미플라이’ [리뷰] (제공: (유)렛미플라이)

배해선은 선희 역을 맡아 작품의 감정선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인물의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차분하게 쌓아가며 남원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특히 웃음과 감정이 교차하는 장면에서도 차분한 연기로 인물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했다.

나하나는 청년 남원과 호흡을 맞추며 정분의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극에 활력을 더했다. 남원이 1969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인물인 만큼 두 사람의 관계는 작품의 출발점이 된다.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음악 역시 작품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소다.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으로 알앤비, 재즈, 힙합,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넘버들은 장면에 따라 유쾌함과 따뜻함, 먹먹함을 오간다. ‘너는 누구야’, ‘미래탐사’, ‘돌멩이’, ‘Let me fly’ 등은 이야기를 설명하기보다 인물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극에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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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오늘을 돌아보다, 뮤지컬 ‘렛미플라이’ [리뷰] (제공: (유)렛미플라이)

무엇보다 ‘렛미플라이’의 힘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데 있다.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앞세우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의외로 익숙하다. 꿈을 좇다 멀어진 순간도,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 일도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남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의 시간이 아닌 자신의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결국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보다 그 시간을 지나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그렇게 공연장을 나선 뒤에는 평범하게 흘러가던 오늘이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한편 뮤지컬 ‘렛미플라이’는 오는 2027년 1월 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글: 허정은 기자 / 사진: (유)렛미플라이
eu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