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는 유난히 ‘한 방’이라는 말에 민감하다. 월급만으로는 집을 사기 어렵고, 성실함만으로는 계층을 넘기 어렵다는 감각이 넓게 퍼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식으로 몰리고, 코인으로 몰리고, 특정 테마와 유행에 빠르게 반응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같은 익숙한 이름에 기대를 걸고, 한때는 NFT(대체불가토큰)라는 말에도 수많은 욕망이 몰렸다가 빠르게 식었다.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붙을 만큼 달아올랐던 코인 시장도 어느 순간 식고, 또 다른 투자처를 향해 사람들이 움직인다. 투자라고 부르지만, 때로는 투자가 아니라 불안의 다른 이름일 때가 있다. 대박을 꿈꾸는 마음은 개인의 탐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낸 집단적 표정이기도 하다.
작품 속 로또 복권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설정상 이 복권에는 2003년 4월, 한국 로또 역사상 최고 당첨금으로 기록된 제19회차 1등 당첨 번호가 적혀 있다. 이미 손안에 엄청난 행운이 들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인물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황소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 아이러니가 작품의 핵심이다. 우리는 어쩌면 이미 손에 쥔 것들이 있는데도 늘 더 큰 한 방을 기다리며 흔들린다. 지금 가진 삶을 확인하기보다 아직 오지 않은 당첨의 순간을 상상하며 버틴다.
황금빛 황소는 부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살아 있는 황소가 아니라 기계식 황소다. 그 점이 중요하다. 이것은 자연의 힘이 아니라 시스템의 힘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투자 시장, 부동산 시장, 유행과 소비의 흐름처럼 예측하기 어렵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며 사람을 계속 흔들어대는 장치다. 그 위에 올라탄 사람은 스스로 달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기계의 속도에 몸을 맡긴 채 버틴다. 주식 창을 보고, 코인 시세를 확인하고, 누군가의 성공담을 들으며 마음이 흔들리는 현대인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로또가 가진 매력은 분명하다. 아주 적은 돈으로 아주 큰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그 가능성은 비현실적이지만 바로 그래서 달콤하다. 평생 갚아야 할 대출, 끝없이 오르는 집값, 노력과 보상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는 현실 앞에서 로또는 하나의 짧은 탈출구처럼 보인다. “이번 한 번만 맞으면”이라는 문장은 우스운 농담이면서 동시에 너무 진지한 바람이다. 인생이 정직한 계단처럼 올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다리가 사라진 사회에서 사람들은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잭팟을 꿈꾼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로또를 사는 사람을 비웃는 것은 아니다. 대박을 꿈꾸는 마음을 단순한 허영으로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마음이 생겨나는 구조를 바라본다. 누군가에게 로또는 게으름의 상징이 아니라, 더 이상 계산이 맞지 않는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붙잡는 상상일 수 있다. 성실하게 일해도 삶이 나아진다는 확신이 약해질 때 사람은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연에 마음을 건다. 이때 로또는 숫자의 게임이 아니라 희망의 형식이 된다. 아주 작고 구겨진 종이 한 장에 삶 전체가 다시 쓰일 수 있다는 상상. 그 상상이 오늘의 불안을 잠시 견디게 한다.
이 작품의 내숭녀는 황소 위에서 복권을 들어 올리고 있다. 그 손짓은 승리의 환호처럼 보이기도 하고, 구조 요청처럼 보이기도 한다. “드디어 잡았다”는 외침일 수도 있고, “제발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몸짓일 수도 있다. 이 양가성이 작품을 오래 보게 만든다. 인물은 행운을 쥐고 있지만 안정되어 있지 않다. 부의 상징 위에 앉아 있지만 자유롭지 않다. 웃고 있지만 편안하지 않다. 이것이 바로 ‘내숭’의 정서다. 괜찮은 척하지만 괜찮지 않고, 잡은 척하지만 여전히 흔들리며, 이긴 척하지만 사실은 버티고 있는 상태다.
반투명한 한복 치마는 이 불안을 더 분명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단아한 옷이지만 그 안쪽의 몸은 떨어지지 않으려 힘을 쓰고 있다. 치마의 흐름은 우아하지만 다리의 긴장은 필사적이다. 겉과 속이 다르고, 표정과 몸이 다르며 소유한 것과 느끼는 안정감이 다르다. 한국화의 한지와 수묵담채는 여기서 단순한 전통 재료가 아니라 숨겨진 심리를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얇은 한지의 겹은 욕망의 얇은 껍질처럼 보이고 흩날리는 치마는 흔들리는 마음의 궤적처럼 펼쳐진다.
결국 〈내숭: 인생한방〉이 묻는 것은 로또에 당첨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왜 한 방을 꿈꾸게 되었는가. 이미 손안에 있는 것들을 왜 행운으로 알아보지 못하는가. 미래를 바꿀 단 하나의 숫자를 기다리는 동안, 현재의 삶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가. 이 작품은 대박의 환상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대박을 꿈꾸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운 사회의 구조를 드러낸다.
인생은 정말 한 방으로 바뀌는가. 혹은 한 방을 기다리는 동안 서서히 바뀌어버리는가. 황금소 위의 내숭녀는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이긴 것도 아니다. 그는 복권을 들고, 황소를 붙잡고, 흔들리는 세계 한가운데 버티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와 닮아 있다. 무엇인가를 쥐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붙잡고 있는 것과 붙잡혀 있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작품은 그 질문을 황금빛 웃음과 거친 흔들림 사이에 남겨둔다.

한국화가 김현정은 선화예중·예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동양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박사 학위를 취득할 예정이다. 김현정 작가는 21세기 풍속도 ‘내숭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전시 작품 완판, 6만 7402명의 국내 개인전 최다 관람객 기록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현정 화가의 작품은 초·중·고 교과서 31종에 수록되어 있으며, 현재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그림에세이 ‘김현정의 내숭’, 컬러링북 ‘내숭이야기 컬러링북’, ‘한국화를 배우는 시간’, ‘한국화를 그리는 시간: 실기편’ 등이 있다. 또한 미술강연과 강의를 이어가는 교수로서 전통 회화와 동시대 시각문화를 연결하고 있으며, 30만 팔로워와 소통하며 국내외 전시와 교육, 집필을 통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글_김현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