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뷰티 시장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이 되었다. 화장품, 피부관리, 헤어케어, 네일, 미용기기까지 아름다움을 둘러싼 시장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K-뷰티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선 수식어가 아니다. 손톱보다 작은 나라에서 시작된 화장품과 미용의 감각은 이제 세계인의 욕실과 파우치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 거대한 성장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브랜드와 기술, 유통과 마케팅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먼저 매일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을 점검해야 했던 여성들의 시간이 있었다.
비슷한 질문은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에서도 제기된 적이 있다. 화장품 매장의 직원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는 얼굴이기도 하다. 고객 앞에 서기 위해 메이크업을 하고, 복장을 갖추고, 액세서리를 착용한다. 문제는 그 준비가 단순한 개인의 치장인지, 업무를 위한 노동인지에 있었다. 실제로 백화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들은 매장 문을 열기 전 화장과 몸단장을 하는 시간이 근무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름다움이 판매의 일부라면, 아름다움을 준비하는 시간 역시 노동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내숭: 극한알바〉는 바로 그 시선 앞에 놓인 여성의 얼굴을 그린 작품이다. 화면 속 내숭녀는 분홍빛 화장대 앞에 앉아 있다. 한 손에는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머리를 말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입을 가리며 하품을 한다. 머리에는 헤어롤이 감겨 있고, 주변에는 거울과 화장대, 샹들리에, 드림캐처, 마네킹이 놓여 있다. 공간은 온통 분홍빛이다. 달콤하고 화려하며, 여성적 판타지로 꾸며진 방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한가운데 앉은 인물의 표정은 전혀 가볍지 않다.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피곤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하품이다. 하품은 몸이 보내는 솔직한 신호다. 지쳤다는 말이고, 쉬고 싶다는 말이다. 그러나 내숭녀는 그 하품마저 손으로 가린다. 아름다워지는 과정에서도 흐트러짐은 감춰야 한다. 피곤해도 피곤해 보이면 안 되고, 졸려도 단정해 보여야 한다. 사회는 완성된 얼굴만 보고 싶어 한다. 그 얼굴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 피로, 반복된 손놀림에는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여성에게 꾸밈은 자유로운 선택일까. 물론 화장은 즐거움이 될 수 있고, 자기표현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것을 하지 않을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화장을 하지 않고 출근하면 “오늘 어디 아파요?”라는 질문을 듣는다. 머리를 대충 묶고 나가면 “많이 피곤해 보인다”는 평가가 따라온다. 여성의 얼굴은 너무 쉽게 공적인 평가의 대상이 된다. 꾸밈은 어느 순간 취향이 아니라, 부정적인 시선을 피하기 위한 사회적 기술이 된다.
작품 속 헤어롤은 완성된 미인의 이미지를 일부러 깨뜨린다. 기존의 미인도가 결과를 보여주었다면, 이 작품은 과정을 보여준다. 아직 준비 중인 얼굴, 졸린 얼굴, 어설프게 말려 가는 머리, 감춰진 하품. 아름다움이 완성되기 전의 장면을 드러냄으로써, 미인의 이미지를 생활의 영역으로 끌어내린다. 아름다움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만들어짐에는 시간과 노동이 든다.
분홍빛 화장대와 샹들리에는 이 장면을 더욱 아이러니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사랑스럽고 화려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꽤 고되다. 드림캐처는 좋은 꿈을 걸러 준다는 장식물이지만, 이 방에서 꿈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인지, 아름다워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인지 모호하다. 마네킹은 이상적인 몸의 형태처럼 서 있고, 내숭녀는 그 앞에서 자신의 얼굴과 몸을 다시 조립한다. 이 방은 예뻐지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평가받을 준비를 하는 대기실이다.
한국 뷰티 산업의 성장은 이 모순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 오랫동안 꾸밈을 요구했고, 여성들은 그 요구에 순응하기도 하고 반발하기도 하며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 왔다. 따라 하다가 비틀었고, 강요받다가 선택으로 바꾸었고, 평가받다가 기술과 감각으로 전환했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쌓인 시간들이 오늘의 K-뷰티를 만든 것은 아닐까. 작은 나라의 뷰티 시장이 세계를 움직이게 된 배경에는 아름다움을 둘러싼 압박과 저항, 피로와 욕망이 함께 있었을지 모른다.
이 작품은 아름다움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름다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꾸미는 일은 즐거울 수 있다. 자신을 표현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적 의무가 되는 순간, 아름다움은 노동이 된다. 문제는 그 노동이 너무 자주 ‘여성이라면 당연한 일’로 처리된다는 데 있다. 아름답다는 칭찬은 많지만,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들인 시간과 피로를 노동으로 인정하는 언어는 부족하다.

한국화가 김현정은 선화예술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동양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박사 학위를 취득할 예정이다. 21세기 풍속도 〈내숭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으며, 개인전 전시 작품 완판과 6만 7,402명의 관람 기록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화 작가로서는 이례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며 ‘한국화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작품은 초·중·고 교과서 31종에 수록되어 있다. 현재 서울특별시 홍보대사와 희망브리지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전시·강연·저술·칼럼을 통해 한국화의 전통과 현재를 잇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글_김현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