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DAC 신작 연극 ‘마른 여자들’ 개막

이현승 기자
2025-09-10 09: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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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C 신작 연극 ‘마른 여자들’ 개막(제공: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센터는 2025년 DAC Artist(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 박주영의 신작 연극 ‘마른 여자들 Thin Girls’를 오는 2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선보인다.

연극 ‘마른 여자들’은 뉴질랜드 작가인 다이애나 클라크(Diana Clarke)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섭식장애를 가진 쌍둥이 자매 로즈와 릴리의 이야기를 담는다. 거식증 환자를 위한 시설에 있는 로즈는 이곳에서 삶을 유보하고 있다. 시설에서 만난 마른 여자들은 나이도 생김새도 다르지만 자신과 꼭 같은 사람들이다. 

여자들은 거울이 없는 이곳에서 서로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며 함께 마르고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애써 멈춰 두었던 로즈의 세상에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로즈는 점차 자신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하고, 더 이상 못 본체 할 수 없는 삶과 욕망이 스스로를 흔들고 뒤엎는다.

‘마른 여자들’의 각색 및 연출을 맡은 DAC Artist 박주영은 “섭식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종종 ‘자기 파괴적’이라는 말로 규정된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자기 파괴가 아니라 자기 증명이다. ‘나는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방법이다”라고 이야기하며 “세상은 그 언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그 언어로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박주영은 자신의 몸과 반목하는 인물들을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욕망과 혐오의 시선, 그리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여성들의 연대에 주목했다.

또한 박주영은 다양한 시각적 장치를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원으로 만들어진 무대는 중심과 바깥을 보여주며 한 사람의 내면이 어떻게 세상과 부딪히고 확장되는지 이야기한다. 인물 간의 관계와 심리를 표현하는 영상들이 무대를 가득 채우기도 한다. 배우들은 섬세한 움직임을 통해 고립되고 연결되는 마른 여자들의 관계를 밀도 있는 감각으로 전달한다.

DAC Artist 박주영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극작가 겸 연출가이다. 극단 기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혜화동1번지 8기 동인으로 꾸준히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여성 택시기사를 다룬 ‘영자씨의 시발택시’, 그림자노동자 이야기 ‘지하 6층 앨리스’ 등 알려지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한계와 욕망, 결핍을 거울삼아 인간을 보다 깊이 있게 바라보고자 한다. 

여성 배 수리공을 소재로 한 ‘고쳐서 나가는 곳’으로 2023년 제60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연대하며 방향성을 찾아가는 여성들의 서사를 역동적으로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 DAC Artist(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는 공연 예술 분야의 40세 이하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 선정하여 신작 제작, 작품개발 리서치 및 워크숍, 해외 연수 등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이자람(국악창작자), 성기웅(작/연출가), 여신동(무대디자이너/연출가), 김은성(극작가), 이경성(작/연출가), 양손프로젝트(창작그룹), 윤성호(작/연출가), 이승희(국악창작자), 김수정(작/연출가) 등이 선정되었다. 2021년부터는 보다 많은 창작자와 만나기 위해 공모로 전환해 매년 2명씩 선정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박주영(작∙연출가), 강동훈(극작가)이 차례로 신작을 선보인다.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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