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충전해줘’ 김혜은이 거침없는 욕망부터 그 이면의 상처까지 폭넓게 그려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혜은이 맡은 백경진은 TS 그룹의 후계 구도를 두고 강한 야망을 품은 인물이다. 아들 최도윤(정재광 분)의 승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황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불같은 성격을 드러내는 재벌가 사모님이다. 김혜은은 날 선 눈빛과 변화무쌍한 표정, 과장된 영어 발음까지 활용해 백경진 특유의 강렬한 개성을 살렸다.

특히 김혜은은 “너 나 잠 못 자는 거 몰라? 디카페인 플리즈!”라며 커피잔을 던져 깨뜨리고 비서에게 짜증을 쏟아내는 장면에서 백경진의 예민한 성격을 능청스럽게 표현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어머니이자 TS 그룹 회장인 공만설(김미경 분)의 전화가 걸려 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돌변하는 백경진의 이중적인 면모를 탁월한 완급 조절로 표현했다. 김혜은은 코믹함과 서늘한 카리스마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김혜은의 진가는 백경진의 날 선 욕망 뒤에 감춰진 상처를 드러내는 순간 더욱 빛났다. 어머니의 인정을 갈구하면서도 번번이 외면당하는 경진의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섬세한 감정 연기로 풀어낸 것. “어떻게 강아지만도 못해? 죽은 아들내미보다 내가 못 미더워?”라는 대사에서는 서운함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인물의 내면에 깊이를 더했다.
이처럼 김혜은은 안하무인 재벌가 사모님의 오만함부터 욕망에 사로잡힌 야심가의 냉철함,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는 딸의 얼굴까지 표현하며 폭넓은 감정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다.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의 변주 속에서도 캐릭터의 중심을 잃지 않는 열연으로 ‘믿고 보는 배우’다운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편, 김혜은이 백경진 역으로 활약한 넷플릭스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는 넷플릭스에서 전 회차 스트리밍 중이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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