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K-아티스트 미식⑤] “순대국이 이렇게 깊을 수 있나”…이현경·민영기 부부가 반한 병천 ‘엄나무순대’

김민주 기자
2026-09-21 09: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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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식은 화려한 설명보다 다시 찾게 되는 마음으로 기억된다. 같은 순대와 국물도 어떤 재료를 고르고 어떻게 배합해 끓이느냐에 따라 맛은 전혀 달라진다. 겉모습은 비슷해도 한 숟가락을 뜨는 순간 그 집만의 시간과 손맛이 드러나는 이유다.

‘K-아티스트 미식’ 이번 목적지는 충남 천안시 병천면 순대거리에 자리한 ‘엄나무순대’다. 배우 이현경과 뮤지컬 배우 민영기 부부가 추천한 곳으로, 두 사람도 이곳의 순대국밥을 맛본 뒤 깊고 깔끔한 국물과 잡내 없는 순대에 반했다고 한다.

이날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뜨거운 국물을 천천히 맛보며 서로의 그릇을 살폈다. 무대와 촬영 현장에서는 각자의 길을 걷지만 식탁 앞에서는 오래 함께한 부부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먼저 보였다. 따뜻한 국물 한 숟가락과 넉넉한 순대 한 점 사이로 편안한 웃음도 이어졌다.

병천은 순대로 이름난 고장이다. 골목마다 오랜 내력과 손맛을 자랑하는 식당이 이어지지만, 엄나무순대는 그 안에서도 한 차원 다른 국물과 넉넉한 양으로 손님들의 칭찬을 받아왔다. 유명세나 ‘원조’라는 이름보다 지금 눈앞에 놓이는 한 그릇의 맛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영문 사장의 생각이다.

전 사장은 23년 동안 순대를 만들어왔다. 이름이나 연혁만으로 맛을 증명할 수는 없기에 유명한 순댓집을 뛰어넘겠다는 마음으로 재료의 조합과 육수의 균형을 끊임없이 다듬었다. 손님들이 “순대국이 이렇게 맛있는 요리였나”라고 말하게 만드는 한 그릇이 그가 오랜 시간 찾아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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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메뉴인 순대국밥은 상에 놓이는 순간 구수한 육수 향으로 먼저 존재감을 드러낸다. 깊게 우려낸 국물은 진하지만 텁텁하지 않고, 첫술부터 입안에 선명한 감칠맛을 남긴다. 순대와 고기는 특유의 잡내를 세심하게 잡아 평소 순대국을 어려워하던 사람도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다. 순대국 입문자에게 권하고 싶다는 손님들의 후기가 이어지는 이유다.

국물과 순대의 색은 다른 집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맛은 재료를 선택하고 배합하는 방식, 불과 시간을 다루는 과정에서 갈린다. 엄나무순대는 육수의 깊은 풍미를 살리면서도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남기지 않는 균형에 집중했다. 냄새를 걱정하던 손님도 한 그릇을 비우고, 다음에는 가족이나 지인을 데리고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처음에는 새우젓이나 들깻가루, 양념장을 넣지 않고 국물 그대로의 맛을 느껴보는 편이 좋다. 담백하게 시작한 뒤 취향에 맞춰 간을 조절하면 한 그릇 안에서도 여러 결의 맛을 만날 수 있다. 잘 익은 깍두기와 김치를 곁들이면 국물의 묵직함이 산뜻하게 정리되면서 다시 숟가락을 들게 한다.

양도 인상적이다. 기본 한 그릇인데도 다른 식당의 ‘특’ 메뉴를 떠올릴 만큼 순대와 고기를 넉넉하게 담아낸다. 배부르게 먹고 싶은 손님에게 아쉬움 없는 한 끼를 내겠다는 마음이 그릇 안에 고스란히 보인다. 모둠순대는 담백하고 고소하며, 부드러운 순대와 쫄깃한 머릿고기의 서로 다른 식감이 식탁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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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직원들의 휴식을 위해 브레이크타임도 운영한다. 전 사장에 따르면 병천 순대거리에서 브레이크타임을 둔 유일한 식당이다. 손님에게 좋은 음식을 내기 위해서는 주방과 홀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운영 철학이 담겼다. 음식의 맛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한결같아야 오래가는 식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맛집을 추천한다는 것은 자신의 입맛과 좋은 기억을 함께 건네는 일이다. 이현경·민영기 부부가 권한 엄나무순대는 순대의 고장 병천에서도 순대국의 맛을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곳이었다. 잃어버린 입맛에 대한 보상처럼, 한번 맛본 뒤 다시 병천을 찾게 만드는 든든한 한 그릇이다.

글|김민주 기자
사진|배성은
장소협조|엄나무순대
매장정보|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대표메뉴|순대국밥, 모둠순대, 순대전골, 얼큰순대국밥
대표|전영문
아티스트 추천|배우 이현경·뮤지컬 배우 민영기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