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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화재, 빽빽한 구조가 진화 발목 잡았다

서정민 기자
2026-07-21 06: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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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화재. 사진=연합뉴스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61시간 만에 큰 불길이 잡혔다. 인천시 서구는 물류센터 인근에 내렸던 주민 대피령도 해제했다.

서구는 20일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구청장 주재로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이날 오후 11시를 기해 대피 명령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11시 물류센터 램프구역 반경 116m 이내를 대상으로 대피령을 발령한 지 하루 만이다. 당시 대피 대상은 물류센터 남측 상가와 공장에 한정됐고, 인근 주거지역과 화재 현장의 경찰·소방 인력은 포함되지 않았다.

서구 관계자는 "건물 붕괴 위험의 원인이던 화재가 초기 진화되면서 위험이 낮아졌다"며 "불길이 잡힌 만큼 임시대피소를 이용하는 주민들도 점차 귀가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건물 안전 진단에 참여한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소방청 드론으로 내부 구조물을 점검한 결과, 최초 발화 지점인 B동은 붕괴 가능성이 사실상 해소됐고 불이 번진 A동도 위험성이 상당 부분 줄었다고 분석했다.

신현초등학교와 신현북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는 이날 오후 7시 기준 202명이 머물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공식 대피 대상은 아니었지만 연기와 분진 피해를 우려해 자발적으로 대피소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는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 발생해 20일 오후 8시께 초진됐다. 최초 신고 이후 약 61시간 만으로, 소방 당국은 인력 845명과 장비 239대를 투입했다. 이는 국내 물류센터 화재 중 초진까지 가장 오래 걸린 사례로 꼽힌다. 기존 최장 기록은 2021년 6월 발생한 경기 이천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당시 초진까지 55시간이 걸렸다. 2020년 경기 군포 한국복합물류센터 화재와 2022년 경기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는 각각 21시간, 16시간 만에 초진됐다.

최초 발화 지점은 차량 진출입로인 램프를 기준으로 6층 오른쪽 구역으로 추정되며, 불길은 이후 6층과 7층 왼쪽 구역으로 번졌다. 6층 바닥 면적은 2만8329㎡로 축구장 약 4개 크기다. 내부에는 생활용품과 종이상자·비닐·플라스틱 등 가연물이 고층 선반에 고밀도로 적재돼 있었고, 선반과 적재물 사이를 따라 불길이 수평·수직으로 번졌다. 외부에서 뿌린 물이 내부 화점까지 닿기 어려웠고, 겉불을 잡아도 적재물 안쪽에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를 가능성이 컸다.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 등 소방시설은 모두 정상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넓은 공간에 가연물이 밀집된 구조에서는 소방시설만으로 초기 확산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창문과 외부 개구부가 적어 연기와 열기 배출도 어려웠다. 내부 온도가 한때 150도를 넘어서면서 대원 진입이 제한되자 소방 당국은 굴착기로 외벽 일부를 철거해 배연 작업을 벌였다.

불이 난 6층 바로 아래인 5층에는 전기차 약 20대 분량의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한 물류로봇 수백 대가 배치돼 있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발화 시 열폭주로 이어질 수 있어 일반적인 주수 방식으로는 진화가 어렵다. 소방 당국은 불길이 5층으로 내려갈 경우 화재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방어선 구축에 소방력을 집중했으며, 열화상 드론으로 내부 열 축적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폈다.

화재 당시 물류센터 직원 등 121명이 자력 대피해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소방대원 2명이 진화 작업 중 연기를 흡입하거나 탈진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문가들은 물류센터 화재가 장기화되는 원인으로 3단 선반 구조에 가연물이 빽빽하게 쌓인 채 내부 깊숙한 곳에서 계속 타는 '심부(深部) 화재'를 꼽는다.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도 물이 화재 중심부까지 닿기 어렵고, 축적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진화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이천 덕평 물류센터 화재는 완전 진화까지 132시간, 지난해 충남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도 60시간이 걸렸다.

자동화 설비와 안전기준 간 격차도 지적된다. 최근 물류센터는 컨베이어벨트와 자동분류기, 운반로봇 등이 24시간 가동되지만 소방시설은 준공 당시 기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인천 쿠팡 물류센터 역시 2020년 건축허가를 받아 2024년 시행된 창고시설 화재안전기준(NFTC 609)이 적용되지 않았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창고시설 화재는 2023년 1184건에서 지난해 1353건으로 늘었고, 재산 피해액도 2023년 1054억 원에서 지난해 4532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이달 19일까지 97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인천시에 따르면 화재가 장기화되면서 주변 지역 벤젠 농도가 1.25ppb로 측정됐다. 대기환경 연간 기준치인 1.5ppb보다는 낮지만 평상시보다 2.5배 높은 수준으로, 인근 신석초등학교와 어린이집 14곳이 이날 휴교·휴원했다.

소방 당국은 내부에 남은 불씨와 5층으로의 연소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완전 진화 때까지 잔불 정리와 안전 점검을 이어갈 방침이다. 불을 완전히 끄는 대로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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