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산 승용차와 트럭에 부과하는 관세를 다음 주부터 25%로 인상하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무역 질서 전반이 다시 한번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도 이번 조치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EU가 완전히 합의한 무역협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다음 주 미국으로 들어오는 EU산 승용차와 트럭에 부과하는 관세를 25%로 인상할 것임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당시 EU는 미국산 에너지 제품 7,500억 달러 구매, 미국 내 투자 6,000억 달러 확대, 대규모 군수 물자 구매 등을 약속하는 대신 EU산 자동차를 포함한 대부분 상품에 15%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이 합의는 지난해 8월 1일부터 발효됐고, EU 의회는 올해 3월 초 이를 정식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합의의 어느 조항을 구체적으로 위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 전쟁 과정에서 나토(NATO) 주요 회원국들이 미국의 파병 요청과 유럽 내 군 기지 사용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이번 조치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검토에 이어 스페인·이탈리아에 대한 감축 가능성도 잇따라 언급해왔다.
이번 관세 인상의 법적 근거는 무역확장법 232조로,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는 수입품에 독자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올해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의 상호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했으나, 232조 기반 자동차 관세는 여전히 유효한 수단으로 살아 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미국이 공동 성명과 일치하지 않는 조처를 한다면 EU의 이익 보호를 위해 모든 대응 수단을 열어둘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른트 랑에 유럽의회 무역위원장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용납할 수 없다"며 "EU는 합의를 이행 중인데 미국이 계속 약속을 깨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격탄은 아우디,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독일 고급 브랜드에 가장 집중될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힐데가르트 뮬러 회장은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그 비용은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자동차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는 대미 수출 시 EU와 동일한 15%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EU산 자동차의 관세 부담이 높아지면 단기적으로는 상대적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미·EU 무역 갈등 격화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가 더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올해 자동차 수출이 275만 대(전년 대비 1.1% 증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보호무역 기조 강화를 핵심 하방 위험으로 지목한 바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관련 군함 파견 요청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은 국가들에 대한 '관세 보복'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EU산 자동차 관세 25% 인상 방침 발표로 지난해 7월 체결된 미·EU '턴베리 합의'가 약 10개월 만에 사실상 파기 수순을 밟으면서 글로벌 무역 갈등이 재점화됐다. EU는 독일을 중심으로 연간 수십조 원 규모의 수출 손실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강력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으며, 현재 15%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한국 자동차 업계 역시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와 통상 압박 심화 가능성을 주목하며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