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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밥상' 보령 섭조림·해남 두부장두부조림·군산 박대조림과 풀치조림

김민주 기자
2026-04-09 19: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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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밥상' 보령 섭조림·해남 두부장두부조림·군산 박대조림과 풀치조림 

조림은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는 든든한 반찬이자 맛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심이다. 뭉근한 불과 오랜 시간, 그리고 정성이 한데 어우러져 잡다한 맛은 사라지고 재료 본연의 깊고 진한 풍미를 완성해 낸다. 햇볕에 바짝 말린 멸치나 질긴 소고기조차도 오랜 시간 조려지면 쫀득한 식감과 깊은 맛을 품게 된다. 단시간에 뚝딱 만들어내는 가벼운 반찬이 아니라, 불 앞에서 묵묵히 시간을 들여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이 담겨 있다. 조림이 익어가는 그 긴 시간 속에는 각 가정의 삶의 궤적과 인내의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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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밥상' 최수종 

바다 내음을 듬뿍 품은 보령 삽시도의 섭조림부터 오랜 기다림 끝에 완성되는 해남의 두부장두부조림, 그리고 40년 우정을 다져온 군산의 박대조림과 풀치조림까지 두루 살핀다. 전국 곳곳에서 각기 다른 재료와 사연 속에서 굳건히 이어져 온 다양한 조림의 세계를 따라가 본다. 시간과 불이 빚어내는 조화 속에서 느림의 가치를 깨닫고, 우리네 밥상을 가득 채우는 그 깊고 진한 맛의 진짜 뿌리가 과연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 프리젠터 최수종과 함께 그 근원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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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밥상' 보령 섭조림, 간자미조림 

■ 은근히 졸이듯 스며드는 섬 생활 – 충남 보령시 오천면

충청남도에서 세 번째로 큰 섬 삽시도는 대천항에서 뱃길 따라 한 시간을 가야 도착하는 곳으로, 바다가 곧 훌륭한 장터다. 지금은 섭과 간자미가 가장 맛있을 시기로, 바다 내음을 품은 섭을 자글자글 조려 먹으면 잊을 수 없는 맛을 자랑한다. 이곳에는 40년 전 시집온 김득점(62) 씨와 5년 전 삽시도 주민이 되어 섬의 막내로 활약하는 동생 김태연(54) 씨가 산다. 일찍 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들에게 부모 역할을 했던 득점 씨와 그런 언니를 엄마처럼 따랐던 태연 씨는 이웃들과 함께 삽시도의 바다를 한 상에 넉넉히 차려낸다.

언니가 보고파 매일 편지를 쓰고 2박 3일이 걸리는 먼 길을 오가던 옛이야기를 나누며 냄비를 끓이다 보니, 어느새 잡맛은 사라지고 진한 맛만 남은 섭조림이 완성된다. 그 옆에서는 매콤하고 짭조름한 간자미조림이 맛있게 익어가고, 봄의 전령인 냉이를 듬뿍 얹어 풍미를 더한다. 은근한 불에 서서히 스며드는 조림의 맛처럼 묵묵히 섬 생활에 자리 잡은 섬 아낙들의 따뜻한 정과 끈끈한 자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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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밥상' 해남 두부장두부조림, 돼지고기고추장조림 

■ 장과 조림이 만난 기다림의 맛 – 전남 해남군 삼산면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에는 고소한 두부 냄새와 구수한 장 냄새가 마당을 가득 채우는 집이 있다. 이곳에서 이승희(66) 씨는 해남의 전통 장인 두부장을 정성껏 만든다. 자궁암 진단을 받은 뒤 건강한 음식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두부장을 떠올려 직접 담그기 시작했다. 두부장은 된장 사이에 물기를 뺀 두부를 넣어 100일 동안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긴 시간이 지나면 된장의 깊은 맛을 듬뿍 머금은 두부가 노란빛의 매력적인 장으로 변신한다.

숙성을 거쳐야만 비로소 맛볼 수 있는 기다림의 두부장에 조림의 정성까지 더해진 요리가 바로 두부장두부조림이다. 고추장으로 매콤달콤하게 맛을 내는 돼지고기고추장조림 역시 장이 숙성되는 시간에 조리는 정성이 더해져 남다른 깊이를 자랑한다. 이제는 해남에서 원 없이 장을 담그고 밥을 지으며 일상의 행복을 한껏 느낀다는 이승희 씨. 시간을 들여야만 군더더기가 없어지는 조림 요리처럼 천천히 삶의 여유를 음미하며 살아가는 봄날의 푸근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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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밥상' 군산 박대조림, 풀치조림 

■ 마른 생선도 살찌우는 조림의 마법 – 전북 군산시 금동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금동에는 아주 특별한 모임이 존재한다. 목욕탕에서 처음 만난 인연이 어느덧 4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허물없는 사이, 바로 누드 클럽 회원들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낸 만큼 이들의 소울 푸드는 군산을 대표하는 명물 박대다. 회원 중 박금옥(73) 씨가 솜씨를 발휘한 박대조림은 단연 인기 만점 반찬이다. 12년을 푹 숙성한 박대 어간장의 맑고 깊은 맛이 박대의 뽀얀 속살까지 완벽하게 밸 수 있도록 은근한 불에서 뭉근하게 졸이는 것이 맛의 핵심 비결이다.

박대와 더불어 군산의 또 다른 대표 어종으로 꼽히는 풀치 역시 오랜 시간 짭조름하게 조려 먹어야 제맛을 낸다. 꽈리고추와 마늘종을 듬뿍 넣고 함께 조려낸 풀치조림은 어린 시절 도시락 반찬의 애틋한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만든다. 힘든 시절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어 고맙다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밥술을 뜬다. 은근하게 익어가는 조림처럼 인생 역시 조급해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야 깊은 맛이 난다는 삶의 철학을 발견한다. 조리고 조려 진한 우정만 남은 누드 클럽 회원들의 정겨운 밥상을 들여다본다.

'한국인의 밥상' 749회 방송시간은 9일 저녁 7시 40분이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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