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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521원 돌파…“금융위기 이후 17년 만”

서정민 기자
2026-03-31 06: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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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사진=ai생성)


중동발 전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8원 오른 1515.7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어진 야간 거래에서는 1521.1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1520원대를 돌파했다. 이달 월평균 환율(주간 종가 기준)은 1490원으로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1997년 외환위기에 육박한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5원 오른 1513.4원으로 출발해 장중 상승폭을 키웠다. 미국의 이란 지상군 투입 준비와 후티 반군 참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한 데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된 점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KB국민은행 기준 공항 환전 환율은 1583.9원까지 치솟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중동 확전이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장기화 등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1500원을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이란 갈등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호르무즈 통제가 완화될 경우, 원화는 2분기 전후로 1400원대에서 ‘상고하중’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고환율 장기화 우려에 은행권은 자본건전성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불어나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되고, 이를 분모로 삼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환율 10원 상승 시 CET1 비율이 약 0.02%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한다.

고환율이 수입 원자재·에너지 원가를 끌어올리고 해외 차입 비중이 높은 기업의 상환 부담을 키우는 만큼,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89%로 전월 대비 0.10%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