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공격으로 핵심 생산시설이 타격을 입은 카타르가 한국 등과 맺은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공급계약에 대해 최대 5년간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국내 에너지 수급과 산업 전반에 경보가 울리고 있다.
카타르는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를 담당하며 수출량의 90% 가까이를 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는 세계 3위 LNG 수출국이다. 알카비 CEO는 한국·중국·이탈리아·벨기에 등으로 향하는 LNG 장기 공급계약에 대해 최대 5년의 불가항력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불가항력 조항은 전쟁·설비 손상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계약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도 법적 책임을 면하는 규정이다. 실제 선언 시 카타르에너지의 손실액이 10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일각에서는 실제 발동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카타르산 LNG 수입량은 697만 톤으로 전체 수입량(4,668만 톤)의 14.9% 수준이다. 카타르산 비중은 2016년 35.5%에서 꾸준히 낮아져 왔으며, 남은 장기계약 3건도 올해부터 2044년까지 순차적으로 종료될 예정이어서 비중은 더 줄어들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란-미국 전쟁 발발 직후부터 카타르산 LNG 물량이 전면 중단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대책을 마련해 두었다. 청와대는 “수입 비중이 높지 않고 대체 수입처도 확보돼 있어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현물 시장 구매와 함께 한국가스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캐나다·미얀마·인도네시아 등지의 해외 가스전 물량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체 수입처로는 미국·호주·동남아시아가 검토되고 있으며, 단기 계약부터 장기 계약까지 전방위로 알아보는 상황이다.
수요 측에서도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가스 발전을 줄이는 대신 원자력·석탄 발전소 가동률을 높여 LNG 발전소 2~3기 분량의 전력을 대체하고 있다. 통상 봄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로 억제하던 석탄 발전을 반대로 늘린 조치다.
한국은 매년 LNG 수입량의 80% 가량을 장기 계약으로 조달해 왔다. 이 중 카타르산이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 계약 물량에 차질이 생기면 현물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대체 물량을 구해야 하는데, 현물 LNG는 운송비 등이 추가돼 장기 계약보다 비용이 상당히 높다. 한국이 전체 전력 생산의 28.1%를 LNG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가격 급등은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 압박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부담을 고려해 당장 요금 인상에 나서기 어려운 처지다. 도시가스 요금은 2024년 8월 이후,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3년 5월 이후 동결 상태다. 원료 비용 상승분을 공기업이 떠안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재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현재 부채는 118조 원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연료가격 폭등으로 쌓인 누적 영업적자 47조8,000억 원 중 36조1,000억 원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도 14조 원에 달한다.
카타르 LNG 생산시설 피격의 여파는 반도체 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냉매·불순물 제거재로 쓰이는 헬륨은 카타르가 전 세계 공급량의 30%를 차지하는데, 한국은 지난해 전체 헬륨 수입의 65%를 카타르에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LNG는 나프타분해공장(NCC)의 주연료이고, 초경질유는 나프타의 핵심 원료다. 카타르산 LPG·초경질유 공급에까지 차질이 생기면 석화 업계의 원가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나프타의 해외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출 관리 조치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