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전을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1965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리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반항심 가득한 청년기를 보내면서 그림 그리는 자유를 유일한 탈출구로 삼았다. 런던으로 옮겨 본격적인 미술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골드스미스 대학교 재학 중이던 23세에 직접 기획한 그룹전 ‘프리즈’(1988)를 통해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프리즈’는 낡고 방치된 부두의 창고에서 개최되었는데, 참여 학생들이 공간을 직접 연출하고 기업 후원으로 도록을 만들어 홍보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때 모인 작가들이 YBA(Young British Artists)라 불리는 새로운 예술가 세대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이 전시는 영국 산업의 폐허 위에서 영국 미술의 지형을 바꾼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데이미언 허스트는 죽은 소의 머리와 파리 유충을 이용하여 생명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날 것 그대로 구현한 ‘천 년’(1990), 거대한 상어를 유리 수조 안에 전시하여 죽음의 공포를 대면하게 만든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을 연달아 발표하며 현대미술계에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콘셉트로 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가 하면, 미술 시장의 관례를 깨고 작가가 경매사와 직접 계약하여 작품을 판매하는 전례 없는 시도로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집가이자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지속하며 예술의 발굴과 확산에도 애썼다. 그가 운영하는 런던의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에서는 프랜시스 베이컨이나 앤디 워홀 등의 거장에서부터 동시대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수천 점의 예술 작품을 수집하여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생명을 지속해주리라는 과학적 믿음을 상징하는 약장이 마치 종교적 성물처럼 전시되는가 하면, 수 천 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 박제된 나비를 사용한 삼면화를 통해 아름다움의 잔혹한 실체를 마주하게 만들기도 한다.
전시는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침묵의 사치”, “작가의 스튜디오: 진행 중인 연작”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에서는 작가의 초기작에 주목한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20대 초에 기획자이자 작가로서 주목받은 이후, 기성의 제도와 고정 관념에 도전하는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꾸준히 구축해 왔는데 이러한 그의 예술적 개념과 형식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부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는 거대한 유리 진열장을 사용한 대형 설치 작품들을 소개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자신의 죽음은 실감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역설을 표현한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은 2012년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전시 이후 처음 공개된다.
3부 “침묵의 사치”에서는 과학과 종교, 예술의 복잡한 관계를 다룬 작품들을 소개한다. 가톨릭 가정에서 성장한 작가는 인간의 믿음을 구성하는 체계들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과거 종교가 누렸던 권위를 현대 의학과 자본이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 믿음의 이면에 깔린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했다.
알약과 약장을 이용한 작품들은 의학에 대한 맹신, 그 이면에 깔린 영생의 욕망, 그리고 이를 작동하게 하는 시각적 요소들에 주목한다. 정제되고 깔끔한 외관, 규칙적이고 정돈된 진열 방식은 삶과 운명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강박적 집착과 욕망을 보여준다.
특히 전시장 안쪽에는 ‘약국’이 차려져 있다. 이 공간은 데이미언 허스트가 1998년 런던에 오픈하여 6년 간 운영한 ‘약국’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전시장 안에 일부 재현한 것이다. 전시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마주하는 이 이질적인 공간은 우리가 현대의학에 부여하는 신뢰와 권위가 어떠한 시각적, 공간적 경험에 기반하는지 자각하게 만든다.
3부에서 만나는 주요 작품, 인간 두개골을 백금으로 주조하여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삶의 무상함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그 외 수천 마리의 나비 날개를 사용하여 제작한 삼면화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2008), 성인이나 천사, 신화적 동물의 일부를 해부한 조각들 ‘성 바르톨로메오, 극심한 고통’(2007), ‘천사의 해부도’(2008) 등은 종교와 과학, 그리고 예술의 미묘한 접점을 보여준다.
마지막 “작가의 스튜디오: 진행 중인 작업들”에서는 MMCA스튜디오에 런던에 있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와 보여준다. 이 공간은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전시장과는 달리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주목하며, 작가의 사유와 행위가 축적되는 창작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공간에는 미공개작 회화가 여러 점 전시되는데, 일부는 작가가 전시 직전까지 작업하던 캔버스를 그대로 옮긴 미완의 상태이다. 작가가 사용했던 붓과 페인트, 작업복과 신발, 작품에 등장하는 소품들, 그리고 작가가 직접 선곡한 플레이리스트들은 예술이 만들어지는 구체적인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 준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어온 국제적인 작가의 혁신적 실험과 작품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하여 국내․외적으로 의미 깊은 전시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사회의 가치와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의 장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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