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치솟은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13일 0시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초강수다.
산업통상부는 12일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을 발표하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리터(ℓ)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11일 기준 정유사 평균 공급가격과 비교해 휘발유 109원, 경유 218원, 등유 408원 저렴한 수준이다.
최고가격은 중동 사태 전인 2월 넷째 주 정유사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변동률을 곱하고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제세금을 더해 산출했다.
이후 국제유가 변동을 반영해 2주마다 조정하는 구조다. 도서 지역 등 특수지역에는 5% 이내 범위에서 별도 최고가격이 적용되며, 소비층이 제한적인 고급 휘발유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가격 통제 대상은 정유사 공급가격에 한정된다. 전국 1만 3백여 개 주유소의 판매가격은 지역별 임대료·운영 방식 차이가 커 일률적 규제가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다만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주유소 1만 개 이상의 가격을 매일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가동해 과도한 마진을 취하는 주유소는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도록 엄정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사의 손실은 정부가 보전한다. 정유사가 자체 손실액을 산정해 공인 회계법인 심사를 거쳐 정산을 요청하면, 정부가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통해 검증한 뒤 분기 단위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가격 통제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정유사 수출 물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 수준으로 제한한다.
국제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란의 새 최고 지도자 무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 방침을 밝히면서 국제유가는 재차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2일(현지시간) 배럴당 95달러대까지 올랐고, 브렌트유는 10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회원 32개국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음에도 유가 안정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이 중 2246만 배럴(5.6%)을 방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가격 통제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다. 한국은행은 “소비자 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여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면서도 “도입 기간이 길수록 초과수요 발생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단기 운영에 무게를 뒀다.
대한석유협회는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최고가격을 즉각 준수해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