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2거래일 연속 급등, 3년 7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하며 마감했다.
모즈타바는 이날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미국·이스라엘 등 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란의 3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그는 선출 사흘 만에 첫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으며, 몸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국영방송 앵커를 통해 성명을 대독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총사령관도 곧바로 “최고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해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모즈타바는 지금까지의 방어적 태세를 공격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적이 경험하지 못했고 취약한 ‘제2의 전선’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며 “전쟁 상황과 국익에 따라 이를 즉각 활성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이끄는 반서방 무장연대 ‘저항의 축’에 대해서도 ‘최우선 우방’이라고 칭하며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 정부는 한편으로 일부 우호국 선박에 대해서는 해협 통과를 선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지드 타흐트-라반치 이란 외무차관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국가와 통과 문제를 논의해왔다며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침략에 가담한 국가들은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란의 기뢰 부설선을 타격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공급 우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월간 보고서를 통해 수치로도 확인됐다. IEA는 “중동 전쟁이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석유제품 수송량이 전쟁 전 하루 약 2000만 배럴에서 극소량으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3월 한 달간 글로벌 석유 공급이 하루 800만 배럴 감소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IEA가 전날 32개 회원국의 전략 비축유 4억 배럴 방출 합의를 발표했지만 시장의 공급 우려를 진정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공급 감소가 지속될 경우 유가가 2008년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해협 호위 문제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미 해군이 현재로선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을 호위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이달 말께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군사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때 호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유가 급등 여파로 뉴욕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39.42포인트(1.56%) 내린 4만6677.85에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1.52% 하락해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1.78% 떨어졌다. ‘월가의 공포지수’인 VIX는 12.05% 급등한 27.15를 나타냈다. 에너지주만이 유일하게 상승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송에 의존하는 비료주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크루즈 업체들은 유가 급등 직격탄을 맞으며 6~8%대 하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