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한국전력이 정작 주가는 곤두박질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했다.
27일 오전 11시 1분 기준 한국전력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800원(7.58%) 하락한 5만8500원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5만9000원대로 낙폭이 소폭 줄었으나 외국인이 같은 시각 21만여 주를 순매도하며 하방 압력을 키웠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연간 합산치보다 4분기 단독 실적에 쏠렸다. KB증권 정혜정 연구원에 따르면 4분기 영업이익은 1조98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으며, 시장 평균 전망치를 42.1%나 밑돌았다. 매출 역시 23조68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진의 배경으로는 산업용 전력 판매 감소로 전체 판매량이 1.4% 줄어든 데다, 판매 단가 상승 폭도 1.7%에 불과했던 점이 꼽힌다. 여기에 연결 자회사의 해외 사업 비용이 크게 반영되면서 기대치를 대폭 하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역설적으로 한국전력은 이번 호실적을 자랑스럽게 내세우지 못하는 처지다. 실적 발표 자리에서도 영업이익보다 재무 건전성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1년부터 러·우 전쟁에 따른 국제 연료가격 폭등 속에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면서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기를 판매했던 결과, 2021~2023년 별도 기준 누적 영업 적자가 47조8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대규모 흑자 전환에도 아직 36조1000억원의 누적 적자가 남아있다.
2025년 말 기준 연결 부채는 205조7000억원, 차입금은 129조8000억원이며 하루 이자비용만 119억원, 연간으로는 4조3000억원에 달한다.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444%로 집계됐다.
2025년 별도 기준 배당성향은 13.6%로 전년의 16.5% 대비 하락했다. 내년 말 일몰되는 사채 발행 한도 조정과 전력망 투자 확대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한전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 따라 송배전 투자비 113조원을 집행해야 하며, AI·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약 10조원 규모의 송배전망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호실적을 계기로 철강·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전기요금 인하 요구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점도 한전의 고민이다. 한전은 “원가가 오를 때는 요금 인상을 못 하고, 낮아지면 인하 압박에 시달리는 불균형이 재무 부담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호소하며, “요금이 원가에 맞게 적기에 조정되는 합리적인 체계가 갖춰져야 산업계도 그에 맞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