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은 완결이 아닌 서사
젊은 날에는 모든 것이 시작처럼 느껴졌고, 중년이 되면 많은 것들이 끝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삶은 그렇게 단순하게 나뉘지 않는다. 끝과 시작은 서로 다른 지점이 아니라, 같은 시간이 다른 얼굴로 서 있는 순간에 가깝다.
영화 피렌체가 남긴 감정도 그와 닮아 있다. 극장에서의 상영은 끝났지만, 그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하고, 지금의 걸음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영화는 막이 내린 뒤에야 비로소 시작되기도 한다.
중년이라는 시간도 그렇다. 무언가를 정리해야 할 시기처럼 보이지만, 삶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멈춘 것이 아니라 속도가 달라졌을 뿐이고, 끝난 것이 아니라 방향이 깊어졌을 뿐이다.
우리는 이미 많은 시간을 지나왔다. 버텨낸 날들도 있었고, 말없이 지켜낸 관계들도 있었으며, 쉽게 드러나지 않는 선택들이 조용히 쌓여 왔다.
그래서 중년의 시작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이해하고 그 위에서 다시 걷는 일에 가깝다. 완결이 아니라 이어짐, 정리가 아니라 확장에 더 가까운 시간.
피렌체가 남긴 얼굴들 역시 그랬다.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시간을 비추는 거울처럼, 각자의 삶이 아직 진행 중임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 시간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다. 중년은 닫힌 결말이 아니라, 계속 써 내려가는 한 사람의 서사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오늘도, 우리 안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