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직한 울림과 여운을 주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힘 있는 사극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작품의 스타일을 완성한 분장과 의상의 제작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먼저, ‘어쩔수가없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헤어질 결심’ 등의 작품에서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포착해 온 송종희 분장감독은 고증적 얼굴의 재현보다는 관객들이 인물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집중하며 감정의 누적을 보여주는 분장을 완성했다. 그는 “시대적으로 고정된 외형 안에서 인물의 특색이 잘 드러나도록 작업에 임했다” 며 상투 머리와 수염, 쪽머리 등 조선 초기의 시대상은 물론 얼굴 톤부터 주름, 수염, 눈썹 등의 디테일을 활용해 각 캐릭터들의 다층적인 서사를 담아낸 과정을 전했다. 그는 광천골 촌장 엄흥도(유해진)를 마을 사람들을 리드하는 생활형 촌장인 동시에, 무심한 듯 책임감 있는 ‘한국형 아버지상’으로 해석했다. 또한, 초반부 호쾌한 엄흥도의 얼굴이 이홍위와의 만남 이후 점차 진중한 얼굴로 전환돼 가도록 분장에 변화를 주었다.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이홍위(박지훈)의 분장은 “단종의 기구했던 인생이 직관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첫 등장에 무게감을 두고 기획했다” 라고 전하며, 무력하고 수척했던 얼굴이 유배 후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로 생기를 되찾고, 마침내 위엄을 회복하는 과정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권력가 한명회(유지태)는 강한 눈썹 모양과 턱수염을 활용해 야욕가로서 내면의 힘이 느껴질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궁녀 매화(전미도)의 분장 과정에서는 우직한 침묵으로 이홍위를 지키고 품어주는 캐릭터의 따뜻함을 담아내고자, 전미도의 깨끗한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 색을 절제하고, 단정한 인상을 강조했다. “배우가 그 얼굴로 현장에 자연스럽게 서 있을 때, 시나리오 속 인물과 배우 사이 어딘가에서 새로운 존재가 태어났다고 느꼈다”는 송종희 분장감독의 말처럼, 역사적 고증과 영화적 생활감이 어우러진 캐릭터들의 분장은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관상’, ‘올빼미’, ‘사도’ 등 수많은 사극에 참여하며 사극 영화 의상의 베테랑으로 손꼽히는 심현섭 의상감독은 “전통 복식에 대한 정확한 고증을 기반으로 하되, 그 안에서 우리 작품만의 창작성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약 500벌의 의상을 직접 제작하며 ‘왕과 사는 남자’ 만의 새로운 세계를 완성해 이목을 모은다. 심현섭 의상감독은 자연스러운 색감의 천연 소재를 주로 사용해 광천골의 소박하고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표현했다. 엄흥도의 경우 삼으로 만든 탄건을 씌워 서민적이고 해학적인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홍위의 의상으로 계유정난 이후 상왕 시절 단종이 실제로 착용했던 흑색 곤룡포를 제작해 고증을 살렸고, 흰색과 연한 파스텔 톤의 도포를 활용해 인물의 슬픈 감정과 처지까지 투영해냈다.
특히, “유배를 떠나는 여정에서 이홍위의 흰 도포가 망가지게 되는 모습이 인물의 마음을 대변한다” 며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고, 생애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고초와 치욕을 견디게 된 이홍위의 내면까지 의상에 담아냈음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도포 위 쾌자를 덧입히는 레이어드 방식을 통해 실루엣을 더욱 크게 만들어 실질적 최고 권력자의 위압감을 표현한 한명회의 의상부터 이홍위를 바라보는 애틋하고 따뜻한 마음을 소색 민복으로 표현한 매화의 의상까지. “의상은 그 작품만의 새로운 세계”라는 심현섭 의상감독의 말처럼, ‘왕과 사는 남자’는 캐릭터 고유의 개성과 감정을 모두 담아낸 완성도 높은 의상으로 또 하나의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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