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파라마운트, 워너 인수전 ‘정면 도전’…넷플릭스 뒤엎기

박지혜 기자
2025-12-09 07:16:57
1084억달러 전액 현금 제시… “주주가치 극대화”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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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 워너 인수전 ‘정면 도전’…넷플릭스 뒤엎기 (사진=연합뉴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를 둘러싼 인수전에서 넷플릭스에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지난 5일 넷플릭스가 WBD의 영화·스트리밍 자산 인수 계약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파라마운트가 더 높은 조건을 제시하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돌입한 것이다.

8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WBD 주주들에게 주당 30달러, 총 1084억달러(약 159조원) 규모의 전액 현금 매입을 제안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제시한 주당 27.75달러보다 높은 금액으로, 기업가치 기준으로도 넷플릭스의 827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제안은 WBD 이사회와 합의 없이 주주들을 직접 설득해 지분을 확보하는 이른바 ‘적대적 M&A’ 방식이다. 파라마운트는 지난주에도 같은 조건으로 WBD에 비공개 제안을 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작한 일을 끝내기 위해 여기에 왔다”며 “주주들에게 넷플릭스 거래보다 176억달러 더 많은 현금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라마운트의 공격적 인수 제안 배경에는 막강한 자금 지원 기반이 있다. 시가총액 150억달러 수준의 파라마운트가 1000억달러가 넘는 인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오라클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 일가와 레드버드 캐피털의 전폭적인 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거래에 필요한 407억달러 자기자본은 엘리슨 일가와 레드버드 캐피털이 전액 책임지기로 했다. 여기에 사우디 국부펀드(PIF), 아부다비 리마드 홀딩, 카타르투자청(QIA) 등 중동계 자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어피니티 파트너스도 비의결권 투자자로 참여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아폼로 등 주요 금융기관으로부터는 약 540억달러의 부채 약정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컨소시엄은 외국 자본 참여에 따른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투자자들의 이사회 참여 및 경영권 권리를 배제하는 구조를 취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사 대상에서 벗어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파라마운트와 넷플릭스의 인수 전략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넷플릭스는 WBD의 워너브러더스 영화 스튜디오와 HBO Max 등 스트리밍 자산만을 277억5000만달러에 사들이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CNN과 TNT 스포츠 등 TV 네트워크는 제외된 구조다.

반면 파라마운트는 WBD를 통째로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엘리슨 CEO는 “WBD 전체를 유지하는 것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극장 개봉 콘텐츠 확대와 경비 절감을 통해 연간 60억달러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파라마운트는 전액 현금 제안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넷플릭스의 현금과 주식 혼합 방식과 달리 주주들에게 즉각적이고 확실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논리다.

이번 거래의 최대 변수는 반독점 심사다. 미디어업계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이번 M&A는 플랫폼과 콘텐츠 시장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역대급 난이도의 심사가 예상된다.

엘리슨 CEO는 “스트리밍 1위 넷플릭스와 3위 WBD의 결합은 반경쟁적”이라며 넷플릭스 거래 승인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파라마운트와 WBD의 결합은 시장 내 경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시장 점유율을 지켜봐야 한다”며 승인 절차에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파라마운트나 넷플릭스 중 누구와도 특별히 친하지 않다”며 사위 쿠슈너의 참여에 대해서도 “의논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WBD 이사회는 “제안을 검토하겠다”면서도 “넷플릭스 거래에 대한 기존 권고는 변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WBD 주주들은 내년 1월 8일까지 파라마운트의 공개매수 제안에 대한 의사를 표시해야 하며, 일정은 연장될 수 있다. 넷플릭스는 거래 무산 시 58억달러를 WBD에 지급하기로 했으며, WBD가 다른 합병을 선택할 경우 28억달러의 위약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주가는 9% 상승한 14.57달러에 마감했고, WBD 주가는 4.4% 올랐다. 반면 넷플릭스는 3.4% 급락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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