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57년 차, 20집 가수이자 가왕. 한류의 원조. 오빠 부대 신드롬의 원조. 이 모든 타이틀을 가진 가수 조용필은 한국 가요계의 유일무이한 존재로 남아 있다. 그런 그가 1997년 이후, 28년 만에 공중파 무대에 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무대에 집중하며 ‘공연형 가수’로 불렸던 그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KBS와 함께 고척스카이돔에서 특별 무료 콘서트를 연 것. 지난 9월 6일 열린 공연에는 무려 1만 8천 여명의 관객들이 모였고, 28개의 곡을 열창하며 여전히 그가 살아있는 전설임을 각인시켰다.
■ D-7, 무대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지금 (공연을) 안 하면 여러분과 뵐 기회가 많지 않겠다 느꼈고, 그리고 앞으로 목소리가 더 안 좋아지기 전에 빨리해야겠다 생각해서 결정했습니다” -조용필-
‘더 늦기 전에 국민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결심했다는 이번 공연.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는 그 준비 과정은 어떨까? 궁금증을 안고 따라간 8월 말, 마지막 연습 현장.
반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대에 섰지만, 여전히 긴장을 놓지 않고 연습도 실전처럼 몰두하고 있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정평이 나 있는 그답게 실전처럼 계획된 28곡을 연달아 열창했다. 그런 열정으로 노래했기에 아직도 전성기 때와 비슷한 음역대를 유지한다는 조용필. 팬들 앞에 서는 무대를 위해서라면 절대 지칠 수 없다는 그의 뚝심과 열정이 가득한 연습 현장을 공개한다.
■ 우리의 삶 속에 ‘조용필이 있었다’
“지금까지 기억해 주셔서, 저의 음악을 좋아해주셔서 저로서는 감동이고 감사하고 크나큰 보람이죠” - 조용필 -
조용필과 KBS가 준비한 무료 콘서트 소식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고, 두 번의 티켓팅 모두 5만 명의 대기 인원과 함께 3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티켓팅에 실패한 팬들을 위해 진행된 ‘사연 공모 이벤트’에는 조용필의 음악과 함께 삶의 희로애락을 겪어온 다양한 사연들이 무려 7,000여 건이 접수됐다. 그중 가장 특별한 사연을 보낸 주인공들을 만나 그들의 삶에 녹아있는 조용필의 음악을 만나봤다.
영국 이민 후에도 ‘조용필 오빠’를 잊지 못해 사우스런던에서 서울까지 약 9,000km를 날아왔다는 윤정숙 씨(55)부터 초등학생 때 우연히 들은 조용필의 음악에 푹 빠져 일명 ‘조용필 키즈’로 성장한 김슬참 씨(32). 수십 년 팬 경력을 보유한 엄마, 아뻐와 태교도 조용필 음악으로 한 모태 팬 20대 딸들로 이루어진 이른바 ‘가족덕후’ 박수영 씨(52) 가족. 40년 이상 봉제업에 종사하며 인생의 고비마다 조용필의 노래로 힘을 얻었다는 정영준(68), 조옥순(61) 부부. 그리고 34살부터 6년간 악성 뇌종양과 함께 싸우는 동안 조용필의 노래를 삶의 마지막 동앗줄로 삼았다는 박지훈 씨(40)까지.
■ 뜨거웠던 그날의 기록,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를 위하여
“노래하다가 죽는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그게 제 꿈이죠 ” - 조용필 -
모두의 기대감 속에 공연을 앞둔 가운데, 9월 1일부터 닷새간, 고척스카이돔에서는 본격적인 무대 설치와 공연 준비가 진행됐다. 조용필의 음악 여정을 거대한 흐름으로 표현한 무대 디자인부터, 각 곡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는 조명 디자인까지. 조용필의 명성에 걸맞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수백 명의 스태프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공연 하루 전. 긴장 속에 진행된 사전녹화 현장까지 5일 간의 기록을 따라가 본다.
드디어 맞이한 9월 6일, 공연 당일. 아침부터 내린 세찬 비에도 고척스카이돔 앞에는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새벽 6시에 도착한 팬부터, 직접 뜨개질한 조용필 인형을 자랑하는 팬, 이날을 위해 특별히 티셔츠를 제작한 팬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설렘을 드러내는 가운데, 마침내 무대에 첫 곡이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 함성과 웃음, 그리고 눈물로 가득찬 공연장.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새겨질 순간을 기록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KBS가 야심 차게 준비한 가수 조용필의 콘서트. 그 모든 순간을 담은 비하인드 다큐멘터리 ‘KBS 광복 80주년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 그날의 기록’’은 10월 8일 수요일 저녁 8시, KBS 2TV에서 방송된다.
한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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