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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돼지 취급”… 카톡 대개편 후폭풍

박지혜 기자
2025-09-29 07: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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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돼지 취급”… 카톡 대개편 후폭풍 (사진: 카카오톡)

카카오가 15년 만에 단행한 카카오톡 대대적 개편이 이용자들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3일 업데이트 이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1점’ 리뷰가 쏟아지고 있으며, 카카오 주가까지 4% 급락하는 등 파급효과가 확산되고 있다.

‘쉰내나는 인스타그램’ 혹평… 평점 2.8점 추락

28일 오후 2시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카카오톡 평균 평점은 2.8점으로 급락했다. 이는 라인(3.8점), 네이트온(3.2점), 텔레그램(4.0점) 등 경쟁 메신저들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용자들은 “별점 1개도 아깝다”, “테두리도 주기 싫다”며 극도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UX) 그룹 피엑스디가 업데이트 당일 앱스토어 리뷰 1,000개를 분석한 결과, 42%가 ‘업데이트 전반에 불만’을 표시했다.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 ‘소비자 니즈 파악 못한 업데이트’ 등 직접적인 비판이 대부분이었다.

친구탭 ‘피드화’가 핵심 문제

이번 논란의 중심은 ‘친구’ 탭의 급진적 변화다. 기존에 친구 이름과 프로필사진이 나열되던 방식에서 인스타그램식 격자형 피드로 바뀌면서 친구들의 프로필 변경 내역이 메인화면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이용자들은 이를 “쉰내나는 인스타그램(쉰스타그램)“이라고 비꼬며 비판했다.

특히 업무용으로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직장인들의 불만이 컸다. 거래처 관계자나 직장 상사 등 알고 싶지 않은 업무 관계자들의 사생활이 강제로 노출되는 상황에 대해 “카톡은 메신저라는 자각이 없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친구 프로필과 동일한 크기로 표시되는 광고의 증가(6%)도 주요 불만 사항으로 지적됐다. 또한 ‘지금’ 탭에 추가된 숏폼 기능 역시 비판받고 있다. 오픈채팅으로 가려면 별도 버튼을 눌러야 하는 등 접근성이 떨어진 데다, 미성년자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된다는 학부모들의 우려도 제기됐다.

이용자들은 “숏폼을 보려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쓰지, 왜 카카오톡까지 켜야 하느냐”며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카카오 내부에서도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반대가 있었다는 점이다.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카카오 직원의 글에 따르면,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모두 반대했지만 윗선에서 강행했다고 전해졌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 25’에서 “업데이트 후 일부 이용자의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해명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연예인까지 공개 비판… 사회적 이슈로 확산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비판은 일반 이용자를 넘어 연예인들까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사회적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가수 이영지는 자신의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당사자 동의 없이 이렇게 업데이트돼도 되는 거냐”며 불만을 토로했고, TXT 범규는 “카카오톡 업데이트 왜 자기 마음대로 되는 거냐”며 “갑자기 바뀌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 너무 싫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개돼지 취급” 격렬한 이용자 반발… 대안 플랫폼 찾기 나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앱스토어 리뷰에는 카카오에 대한 격렬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사용자를 얼마나 개, 돼지로 봤으면 이런 삽질을 할까. 카카오 주가 바닥 뚫고 들어가길 바란다”며 극도의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연결된 직장 상사나 거래처 관계자들의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불쾌감이 극에 달했다. “방금도 켰다가 상사 가족과 찍은 사진 봤다”며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용자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이용자들은 아예 카카오톡 사용을 중단하거나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이제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가급적 카톡 말고 문자나 다른 메신저 앱으로 소통하려고 한다. 조금씩 바꾸다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카톡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탈카톡을 실행에 옮긴 이용자도 등장했다. “카톡 안 쓴 지 2일째인데 전혀 안 불편하다”며 카카오의 예상과 달리 대안이 충분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용자들은 무엇보다 선택권 박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존에 하던 대로 할 수 있게 그런 선택지도 줘라. 불편하다”며 강제적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원상복구한다고 해도 의사결정권자가 회사에 남아있는 한 언젠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문제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카카오의 대응… ‘친구탭’ 개선안 다음 주 발표

거센 반발에 직면한 카카오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우선 숏폼 설정에 미성년자 보호조치를 추가하고, 격자형 피드로 인한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상태 메시지와 생일 알림 크기를 조정하는 등 마이너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특히 당초 친구 탭 실행 즉시 게시물이 노출되던 방식을 수정해 ‘생일인 친구’ 목록을 상단에 배치하고 게시물을 하단으로 이동시켰다. 현재 카카오톡 버전은 업데이트 당일 ‘25.8.0’에서 ‘25.8.3’으로 변경된 상태다.

카카오는 다음 주 초 친구 탭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 반응과 피드백을 면밀히 듣고 개선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은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이용자들의 신뢰도 타격과 경쟁 서비스로의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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