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네 명의 아빠가 가족을 향한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대방출해 ‘아빠의 청춘’을 응원하게 했다. 김수용의 담백한 유머 철학과 딸에게 받은 숙제, 임형준의 늦둥이 육아 전담기, 심형탁의 한일식 셀프 양육과 도라에몽 사랑, 김인만의 생활형 부동산 토크가 어우러져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 해당 방송은 가구 시청률 기준 동시간대 1위와 2049 시청률 1위까지 차지해 의미를 더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김수용, 임형준, 심형탁, 김인만이 출연한 ‘마음은 부자아빠 몸은 가난한아빠’ 특집으로 꾸며졌다.
개그맨 김수용은 자기소개부터 철학을 분명히 했다. “제가 제일 극혐하는 건 포복절도”라고 선을 그으며 큰 리액션을 유도하기보다 일상에 스며드는 ‘피식’의 결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공적 자리에서 일부러 웃기지 않겠다는 오프닝 멘트는 자신을 편하게 하고 청중에게도 긴장을 덜어내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송은이 회사 합류 후 강연과 행사가 늘었다고 밝힌 그는 주제를 ‘빠른 세상에서 느리지만 나답게 사는 법’으로 정리했다. 말수는 적고 호흡은 길게 가져가면서도 메시지는 명료하게 남기는 방식으로, 스튜디오에서도 같은 리듬을 유지했다.
아빠의 얼굴로는 닮은꼴부터 풀었다. 딸이 자신을 70% 닮았지만, 상징처럼 따라붙는 '다크서클'은 피했다며 안도했다. 대화 스타일도 닮았다고 밝혔다. 지하철 타면 톡해라는 말에 ‘탐’ 한 글자만 돌아오는 식의 단답형 소통이 자연스러운 일상이라는 것.
그는 초등학생 시절 딸이 “아빠 인기 없다”라는 말을 듣고 상처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때 더 열심히 일하자고 마음먹었고, 그 다짐이 지금의 일상과 태도를 밀어 올리는 동력이 됐다고 담담히 덧붙였다. 외모 관리 비하인드도 숨기지 않았다. 모발 이식과 눈썹 문신을 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무대 위 캐릭터와 집 안의 아빠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임을 덧붙였다.
배우 임형준은 8월 한 달간 육아를 거의 전담했다고 밝혔다. 아내의 필라테스 2호점 오픈으로 스케줄을 비우고 아이와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는 것. 점수로 따지면 80점이라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 뒤에는 체력과 시간을 갈아 넣는 일상이 있었다.
아이의 요구는 ‘그네 밀어 주기-공중으로 띄워주기-빙빙 돌리는 로켓 놀이’로 이어진다. 허리와 목 디스크를 달래며 정형외과에 다녀야 하는 사정까지 솔직히 털어놨다. 성격 이야기는 큰 웃음을 안겼다. 내향적이라 연애 시절 헤어질 위기에도 “헤어지자”라는 말을 못 했고, 그 침묵이 역설적으로 지금의 가정을 만들었다고 회상한 것.
배우로서 전환점이 된 영화 ‘범죄도시’ 비하인드는 절실함을 보여줬다. 마동석이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자리를 잡아줬는데, 준비할 틈도 없이 뛰어든 오디션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임했고, 결국 형사 역할에서 조선족 깡패 역으로 바뀌어 캐스팅됐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고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도 숨김없이 전했다. 최근에 다시 출연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필요 없다더라”라는 답을 들었다며, 미련을 넉살스럽게 드러내 모두를 웃게 했다.
배우 심형탁은 아내와 합의해 산후 도우미와 베이비시터 없이 둘만의 힘으로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 밝혔다. 산후조리원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외부에 맡기지 않았고,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본인이 전담한다고 했다. “코피가 몇 번 터졌는지 모른다”라는 말에 스튜디오는 폭소가 터졌다.
그는 육아를 두고 한일 문화 차이도 짚었다. 일본에서는 베이비시터 활용이 드물고 제왕절개나 무통 마취 선택에도 신중하다며, 아내가 “우리 힘으로 키우자”라고 강조해 그대로 따랐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자녀 계획을 아내와 합의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셋까지 낳기로 합의했는데, 아내는 넷째까지 생각 중”이라며 “올해는 둘째 계획을 세웠다. 다자녀 가정을 이루고 싶다”라는 소망을 털어놨다.
결혼을 앞두고 ‘라디오스타’에서 직접 그린 캐리커처 청첩장을 공개했던 장면도 소환했다. 주례를 김국진에게 정중히 부탁했지만 고사했고, 대신 식장에 와서 자리를 빛내줬다는 인연을 전했다. 가수 션의 진심 어린 배웅은 방송 밖의 온기를 보여줬다. 하객들이 빠져나간 뒤에도 끝까지 남아 “잘 사시라”는 말을 건네며 신혼부부를 격려했다는 일화가 조용한 울림을 남겼다.
도라에몽 사랑은 아빠가 되며 더 깊어졌다. “하루가 태어나기 전 애정이 100이었다면 지금은 1000”이라고 말하며, 아이가 도라에몽을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에 애니메이션을 자주 틀어준다고 했다. 굿즈는 여전히 산다고. 그는 “아내 몰래 사도 모를 정도로 많다”라는 농담으로 모두를 웃게 했고, 배우 25년 차의 일상 변화와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후 체감한 반응을 전하며 예능과 육아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로 채웠다.
부동산 전문가 김인만은 ‘부동산계 임영웅’을 자처하며 직설 화법으로 스튜디오를 흔들었다. 그는 “아파트는 시장 흐름의 영역”이라며 시장가치, 현재가치, 미래가치, 내재가치 네 축을 제시했다. 옆집 거래가 곧 시세가 되는 비논리적 시장 특성을 짚으며, 지역 랜드마크 가격 흐름과 내 집의 동행 여부를 보라고 조언했다.
“공기와 집값은 반비례한다. 강남이 공기가 좋냐”는 도발적 문장은 역세권, 학군, 편의시설 같은 현재가치 지표의 현실성을 상기시켰다. 심형탁에게 “집이 있냐. 한국에 샀냐” 등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가 “안 알려주셔도 된다”는 단호한 답을 듣고 제대로 된 처세를 해 모두를 웃게 하는 등 예능 톤을 유지하면서도, 생활 밀착형 팁으로 정보를 채웠다.
한편, 오는 17일 방송되는 ‘라디오스타’에는 정보석, 이석훈, 옹성우, 우즈가 출연하는 ‘유죄인간모음.ZIP’ 특집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세대와 장르를 가로지르는 네 사람의 조합이 어떤 고백과 공감을 끌어낼지 기대가 모인다. ‘라디오스타’는 MC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게스트들을 무장해제시켜 진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독보적 토크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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