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37)처럼 절정의 순간에 벼랑 끝으로 몰린 경우는 드물다.
디즈니+가 올해 공개한 ‘나인 퍼즐’(6월)과 ‘하이퍼나이프’(3월)가 이미 큰 호응을 얻은 가운데, 하반기 기대작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전지현·강동원의 ‘북극성’, 수지·김선호의 ‘현혹’, 현빈·정우성의 ‘메이드 인 코리아’ 등 화려한 라인업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며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이 연일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뜨거운 관심과 기대 속에서도 김수현의 ‘넉오프’만큼은 여전히 공허한 빈자리로 남아있다.
총제작비 600억 원이 투입된 ‘넉오프’는 김수현이 ‘여왕의 눈물’ 이후 선택한 차기작이었다. 시즌2 촬영까지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모든 것이 멈춰 섰다. 디즈니플러스는 하반기 라인업 발표에서 ‘넉오프’를 아예 제외했다. 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함께 출연한 조보아가 “열심히 다 같이 으쌰으쌰해서 준비한 작품”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지만, 그녀 역시 신혼여행을 미루며 촬영에 임했던 노력이 허사가 되었다. 제작진과 스태프들, 그리고 기대하던 팬들까지 모두가 피해자가 되었다.
국내외 광고 계약들이 줄줄이 취소되며 수십억 원의 직접적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금전적 피해보다 더 큰 상처는 명예의 실추다. 15년간 쌓아온 신뢰와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유족 측이 제시한 ‘결정적 증거’들이 하나씩 허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교제의 증거라며 공개한 사진이 김새론 성인 이후 출시된 아이폰11로 촬영된 것으로 밝혀졌다. 가로세로연구소가 공개한 김새론의 목소리라는 녹취도 AI 조작으로 판명되었다. 뉴저지 제보자 피습 사건 역시 뉴욕 총영사관의 공식 부인으로 거짓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여론도 점차 김수현 쪽으로 기울고 있다. “증거도 없이 말만으로 죄인 만드는 것은 문제”, “미성년자 시절 교제 증거를 몇 달째 공개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김세의 소유 서초 벽산블루밍 아파트(25억 원 추정)와 압구정동 한양4차 아파트(88억 원 추정) 합쳐 시세만 113억 원에 달한다. 다만 두 아파트 모두 거액의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어 실제 회수 가능 금액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도 해외에서는 김수현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가 브라질 최대 민영방송사 SBT에서 방영을 시작했고, 대만에서도 재방송이 결정되었다. 한국 내 논란과 달리 해외에서는 여전히 김수현의 작품성과 연기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 강남경찰서와 서대문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관련 사건은 총 10건에 이른다. 김수현 측은 명예훼손과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유족 측은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맞고소한 상태다.
법정이 이 사건의 마지막 전장이 될 것이다. 그동안 펼쳐진 공방은 이제 증거와 법리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김수현에게는 마지막 기회이자 결정적인 순간이다.
그렇다면 김수현은 지금 어떤 심경일까? 진짜 위기에 처한 사람일수록 말을 아낀다. 변명보다는 시간이, 해명보다는 진실이 자신을 구원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김수현의 침묵은 체념이 아닌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섣부른 해명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법정에서의 최종 승부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 같다.
한편, 디즈니+를 둘러싼 기대감은 연일 고조되고 있다.
전지현·강동원이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정통 첩보 액션 ‘북극성’, 1935년 경성의 미스터리 로맨스를 그린 수지·김선호의 ‘현혹’, 그리고 우민호 감독이 1970년대 권력의 민낯을 파헤칠 현빈·정우성의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600억 원짜리 ‘넉오프’의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고 있다.
이 모든 화려한 향연 속에서 김수현만은 여전히 침묵 속에 갇혀 있다. 동료들의 작품 소식이 하나둘 전해질 때마다, 그의 마음은 얼마나 착잡할까. 완성된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것만큼 아까운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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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