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 위 기적의 시작, ‘모세의 기적’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흔히 대한민국의 도로에서 긴급차량이 지나갈 때 차량들이 양옆으로 길을 터주는 모습을 ‘모세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이 캠페인은 지금은 비교적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 시작에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시간과 싸웠던 한 사건이 있었다. 오늘(19일) 밤 방송되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바로 이 ‘모세의 기적’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제목은 ‘시간과의 사투 – 운명을 건 6시간’으로, 생사를 가르는 긴박한 순간이 담긴 실제 상황을 되짚는다.
이번 방송에는 SBS ‘심장이 뛴다’의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 당시 직접 구급차에 동승해 현장을 목격했던 배우 박기웅이 출연해 생생한 증언을 전한다. 그는 사건 당시를 생동감 있게 회상하며 그날을 생생히 증언한다. 또, 배우 최영우와 댄서 모니카, 하원미가 이야기 친구로 함께하며 그날의 충격적인 순간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특히 최근 아이를 출산한 모니카는 “신기하고 놀라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새로운 생명을 돌보는 감동적인 순간과 맞물려 이번 사건에 더욱 몰입한 모습을 보였다.

10중 추돌 사고… 한 여성의 비극으로 시작된 긴박한 골든타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눈 내린 어느 날 고속도로 위에서 발생한 10중 연쇄 추돌 사고는 모두의 삶을 멈춰 세웠다. 차량 간 충돌이 이어진 그 현장에서, 아이들이 도로 위에 서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 여성이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려 아이들을 구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달려오던 다른 차량에 의해 그녀는 끼이고 말았고, 그 결과 하지가 절단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상황은 시시각각 악화됐고, 피해자를 살리기 위한 사투가 시작됐다.
이 여성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간, 이른바 ‘골든타임’은 단 6시간뿐이었다. 이 시간을 넘기면 다리는 접합하더라도 생명을 장담할 수 없었고, 감염이나 쇼크로 인해 생사를 오갈 수 있는 중대한 고비였다. 이에 의료진과 구조대는 신속하게 그녀를 접합 수술이 가능한 서울의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이송 계획을 세웠다. 헬기까지 동원되며 구조에 최선을 다했지만, 마지막 장애물은 육상 도로였다. 서울 올림픽대로 10km 구간이 토요일 저녁 정체로 꽉 막혀 있었던 것이다.

길을 터주지 않는 차량들, 긴박한 순간의 절망
병원까지의 거리는 불과 10km. 이론상으론 10여 분이면 충분한 거리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연말의 주말 저녁, 올림픽대로 위를 가득 메운 차량들은 긴급 차량에 길을 터주지 않았다. 간절하게 사이렌을 울리고, 스피커로 “피양”(피하고 양보)을 외쳐도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구급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량들까지 등장해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현장에 있었던 배우 박기웅은 당시의 충격을 이렇게 전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 정도까지 막힐 줄 몰랐고, 이 정도로 안 비켜줄지 몰랐다. 꿈속에서 물속 달리기를 하는데 앞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그의 말처럼 긴급한 상황 속에서 길이 막히자 모두가 절망했고, 골든타임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이 장면을 함께 지켜보던 모니카는 화면을 보며 눈물을 쏟았다. “너무 고통스러웠을 거다”라며 말끝을 맺지 못한 채 오열했다.

10분 거리가 40분… 시민들의 자성과 ‘모세의 기적’ 캠페인의 탄생
이후 SBS ‘심장이 뛴다’ 제작진은 도로 위에서 응급차량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모세의 기적’ 캠페인을 시작했다. “긴급차량 길 터주기”라는 구호와 함께 전국적으로 홍보와 교육이 이뤄졌고, 이 캠페인은 지금의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 잡게 됐다. 긴급차가 사이렌을 울릴 때 사람들이 알아서 차선을 비켜주고, 앞차가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밀려나는 장면은 이 캠페인의 결과였다.

‘모세의 기적’ 10년, 도로 위 변화와 감동의 회고
이번 ‘꼬꼬무’ 방송에서는 10년 전 그날의 생생한 목격자인 배우 박기웅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던 경험을 토대로 사건을 되짚는다. 특히 하지절단 피해 여성의 삶 역시 소개되며, 그녀가 도로 위에서 보여준 용기와 희생이 오늘날 ‘모세의 기적’을 만든 계기가 되었음을 전한다.
또한,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긴급차량 길 터주기’ 문화가 어떤 절박한 상황과 고통 위에서 시작됐는지를 알리고, 여전히 길을 비켜주지 않는 일부 운전자들에게 자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방송은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두가 시간과 싸웠던 처절한 기록을 통해 ‘생명 앞에 도로는 어떻게 열려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의 부끄러운 장면과 용기 있는 시민의 행동을 대비시키며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돌아보게 만들 것이며, 특히 육아 중인 모니카와 같은 출연자들의 몰입을 통해 시청자 역시 더 깊은 공감과 반성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로 위 ‘모세의 기적’이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우리가 공동체 속에서 서로의 생명을 지키는 방법임을 되새기게 만드는 방송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여전히 긴급차량에 길을 비켜주지 않는 일부 운전자에게는 경각심을 줄 강한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