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22년 전 강원도 인제에서 발생한 미제 사건, ‘광치령 얼굴 없는 시신 사건’의 미스터리를 다시 파헤친다. 2003년 4월 충격적인 시신 발견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고, 범인의 실체 역시 드러나지 않아 미궁에 빠진 이 사건은 여전히 국민적 의문과 공포를 자아내고 있다.

도로변에서 발견된 충격의 마대자루, 그 안에 담긴 진실
2003년 봄, 강원도 인제에서 양구로 향하는 31번 국도, 광치령 고갯길을 따라 공사 중이던 한 주민이 마대자루 세 개를 발견했다. 평소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지역이라 생각한 그는 무심코 그 중 하나를 열었고, 그 속에 담긴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자루 안에는 세 등분된 남성 시신이 들어 있었고, 피해자는 옷을 전혀 입지 않은 상태였다. 몸에는 흉기에 찔린 자창이 무려 스무 군데 이상 있었다.
‘신원 없는 시신’의 단서, 불법 시술의 흔적
사건 현장에서 얻을 수 있었던 단서는 단 하나, 피해자의 음경에서 발견된 불법 확대 시술의 흔적이었다. 이 시술은 한때 교도소 재소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것으로, 이를 토대로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과거에 수감 생활을 한 적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실제로 범죄심리학자 표창원은 “발견돼도 괜찮다. 오히려 발견됐으면 좋겠다. 내 분노를 야기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이기 위한 목적이라든지”라는 분석을 통해 범인이 사건 자체를 일종의 ‘시위’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범인은 얼굴과 양팔을 일부러 제거함으로써 피해자의 신원을 끝까지 숨기려 했고, 그 자신감은 범행 수법의 잔혹성과도 연결돼 있었다. 경찰은 이를 통해 범인이 단순한 우발적 범죄자가 아니라, 계획적이고 대담한 성향을 가진 인물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익명의 제보자, 폭력조직 간 보복 가능성 제기
사건이 장기화되던 중, “내가 말했다고 하지 마세요. 나도 죽이면 어떡해”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연 제보자가 등장했다. 그는 과거 자신이 조직폭력배 소속이었다고 밝히며, 피해자가 자신과 관련된 ‘ㅇㅇㅇ파’와의 갈등 중 보복성 살인을 당한 조직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가 사실이라면, 광치령 시신 사건은 단순한 개인 범죄가 아닌 조직 간 갈등이 낳은 잔혹한 결과일 수 있다. 실제로 조직폭력 세계에서는 ‘얼굴 없는 시신’으로 만든 뒤 버리는 방식이 과거에도 보고된 바 있어, 이번 사건 또한 그러한 ‘본보이기’ 차원의 범행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청부업자 혹은 제3의 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시신이 매우 깔끔하게 절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근거로 범인이 일반인이 아니라 절단 도구에 익숙하고 전문 지식이 있는 청부업자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키 180cm에 몸무게 80kg 이상으로 추정되는 피해자를 제압하고, 체계적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데 필요한 체력과 기술을 고려하면, 단순한 조직원보다는 고용된 제3의 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건 발생 23년이 다 되도록 피해자의 신원은 물론, 범인의 정체도 밝혀지지 않고 있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는 이번 방송을 통해 당시 수사자료를 재조명하고, 남은 단서들을 바탕으로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시도를 한다.
14일 토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는 광치령 얼굴 없는 시신 사건을 중심으로, 피해자의 몸에 남겨진 흔적과 사체 절단 방식에 대해 과학적 실험을 병행하며 범인의 윤곽을 그릴 예정이다. 실제로 돼지고기 절단 실험을 통해 범행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도구를 유추하고, 이를 통해 범인의 직업이나 수법, 범행 방식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찾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23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사람의 이름도, 범인의 얼굴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이 사건은 다시금 사람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피해자는 누구였고, 왜 그토록 참혹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를 그렇게 만든 범인은 지금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번 방송은 현재의 과학 수사 기법과 전문가 분석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23년 전 충격적이었던 미제 사건의 실체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특히 마대자루 안의 시신에서 발견된 불법 시술의 흔적, 제보자가 언급한 조직폭력배의 보복 가능성, 그리고 시신을 정교하게 절단한 방식 등을 통해 사건이 단순 살인이 아닌 고도로 계산된 범죄일 수 있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전율을 느꼈다. 과거에는 밝혀내지 못했던 도구 추정과 수법 분석, 돼지고기 절단 실험 등은 현재 수사 과학이 얼마나 진보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런 기술이 과거 사건 해결에도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방송은 세상에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고, 최소한의 정의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큰 감동과 의미를 전했다.
이번 방송은 잊혀진 이름 없는 피해자에게 최소한의 정의를 되돌려주기 위한 진지한 탐색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