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극의 사건을 다시 소환한 ‘꼬꼬무’, 절규한 이형호 아버지
29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연출 이큰별, 이동원, 고혜린), 이른바 ‘꼬꼬무’ 177회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이형호 유괴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내 아이가 사라졌다’라는 주제를 다룬 특집 3부작의 마지막 편이기도 했던 이날 방송에서는, 배우 이이경과 그룹 온앤오프 리더 승준, 그리고 가수 별이 이야기 리스너로 참여했다.
이날 방송은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 2049 시청률 1.3%를 기록하며 목요일 방송된 예능, 교양, 드라마 프로그램 중 전체 1위, 그리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시청자들의 공분과 슬픔을 자극한 이 사건의 재조명은 방송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형호는 왜 사라졌는가…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 중 하나
이형호 군의 유괴 사건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과 함께 대한민국 3대 미제 사건 중 하나로 불린다. 사건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9살이었던 형호는 집 앞 놀이터에서 늦은 시간까지 놀다 갑작스럽게 실종되었다. 사건 당일 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범인은 형호를 데리고 있다며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안 된다”고 경고한 뒤 7천만 원의 몸값을 요구했다.
3명의 자녀를 키우는 가수 별은 방송 중 “상상도 하기 싫다”며 “부모들이 침착하게 대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이 말은 당시 부모가 느꼈을 공포와 절망을 대변했다.
범인은 당시 흔치 않던 카폰(자동차에 부착된 전화기)이 달린 차량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아버지와의 전화 직후 빠르게 돈을 챙기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었다. 별은 이를 듣고 “너무 치밀하다.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치열했던 심리전, 사라진 범인
형호가 유괴된 지 3일째 되는 날, 아버지는 범인의 지시에 따라 김포공항에 도착해 돈가방을 놓았다. 그러나 범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오히려 전화로 “뒷좌석에 누가 타고 있었다”며 눈치챈 듯한 말을 남겼다. 실제로 형호 아버지는 신고를 결정했고, 차량 뒷좌석에는 강력반장이 숨어 있었다. 범인은 경찰 개입 여부를 파악하려 했고, 이에 아버지와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시작되었다.
범인은 집에 형사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형사인 척하며 전화를 걸기까지 했다. 배우 이이경은 당시 상황을 들으며 “너무 무섭다”고 팔을 쓸어내렸다.
범인은 이후 전화로 “멋지게 속이셨군요. 당신은 말이야,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돼”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대담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수사를 따돌리는 범인의 태도는 국민들에게 강한 분노를 안겼다.
정체를 감춘 범인, 단서는 존재했으나…
범인은 통화 중 “저희”, “저도 손 떼고 싶다”, “형호 얼굴을 못 봤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일각에서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으로 해석되었으나, 범인이 일부러 다수인 척한 전략일 수도 있어 수사에 혼선을 주었다.
그러던 중, 돈을 인출하려던 한 남성이 은행에서 계좌 정지를 확인하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은행 직원이 기억한 인상착의는 양화대교에서 목격된 그 남성과 일치했고, 이에 따라 몽타주가 제작되었다. 하지만 범인은 이후 자취를 감췄다.
결국 형호의 시신은 한강 공원 배수로에서 발견되었다. 집과는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한 장소였다. 형호의 아버지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지칠 대로 지쳐 있었는데 형호가 죽어서 돌아오니까 앞이 안 보이더라. 내가 죄인이지”라며 참담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끝내 풀리지 않은 진실… 남겨진 유일한 증거는 목소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형호의 사인은 질식사이며, 유괴 당일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형호 아버지는 아들의 고통을 이해하고자, 직접 유사한 상황을 재현해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를 들은 3MC와 리스너들은 말을 잃고 고개를 떨궜다.
이후 사건은 공개수배로 전환되었고, 범인의 몽타주와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공개되었다. 범인의 음성이 담긴 1시간 25분 6초 분량의 녹음 테이프는 여전히 국과수에 보관되어 있으며, 최신 AI 기술을 통해 분석이 지속되고 있다. 박남인 국과수 AI 기술연구원은 “지금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이경은 “끝이 아니고 포기하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절규한 아버지, 사죄와 용서를 말하다
방송 말미, 형호의 아버지는 카메라 앞에서 절규했다. 그는 “왜 그랬는지 알고 싶다. 돈이 필요하다면 주겠다. 대신 형호 앞에 사죄해라. 그렇다면 용서하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사람은 모두 죽지만 우리 아들은 꿈도 키워보지 못하고 죽었다. 네가 사죄하고 잘못을 빈다면 내가 용서하고 받아주겠다”고 호소했다.
장성규는 “발전하는 기술과 양심으로 범인이 자백하길 바란다”고 했고, 장도연은 “잘못에 대한 고백과 용서는 공소시효가 없다. 범인은 잊혀질 권리가 없다”며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방송 이후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이어졌다. “꼬꼬무 범인 몽타주 너무 무서워 오늘 꿈에 나올 것 같아”,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보면서 계속 소리 지름”, “실제 목소리라고 해서 너무 소름 끼쳤음”, “이형호 사건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치밀하고 잔혹했는지는 처음 알았음. 부모님의 고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아버지 절규할 때 같이 울었다” 등 다양한 감정이 터져 나왔다.
‘꼬꼬무’의 힘: 잊힌 진실을 다시 불러오다
SBS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고 이해한 사건을,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일상적인 공간에서 1:1로 전달하는 독특한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 10시 20분 방송되며,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과 인간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힘으로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이형호 유괴사건 편은 끝내 밝혀지지 못한 진실에 대한 사회적 울림과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운 방송으로 남았다.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목소리, 그리고 멈추지 않은 아버지의 절규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잊어도 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