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의 시인 안희연이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작가 프리모 레비의 삶과 죽음을 좇았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질문으로 성찰의 시간을 선사했다.
먼저, 유현준이 방문한 티볼리는 로마 황제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곳으로, 물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곳곳에 흐르는 물길과 정원이 어우러진 눈부신 풍경을 자랑했다. 그 중에서도 유현준이 30년만에 다시 찾은 곳은 ‘빌라 데스테’다. 16세기 교황 선출에 실패한 이폴리토 2세 데스테 추기경이 낙심 끝에 지은 이 정원은 정원 건축과 수경 설계의 걸작으로 꼽히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500개가 넘는 분수가 있는 이 공간은 단순한 조경을 넘어, 인간이 물을 어떻게 통제하고 설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박물관처럼 펼쳐졌다.
유현준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감각을 경험했다. “이 세상 어떤 정원보다도 아름답다”는 그의 감탄처럼, 빌라 데스테는 갈래마다 조경과 길의 경사, 물소리와 향기까지 달라졌다.
기하학적으로 나뉜 여섯 개의 길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시청각적 경험을 유도하며 매 순간 다른 정서와 분위기를 선사했다. 그는 그 안에서 마치 TV 채널을 돌리듯 장면이 바뀌는 듯한 감각을 언급하며, 이곳이 동양 정원과는 전혀 다른 철학과 구조를 지녔다고 짚었다.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동양 정원과 달리, 서양 정원은 수학적 규칙 속에서 자연을 조직하고 감각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사유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레비의 삶은 생존 이후에도 녹록치 않았다. 수용소에서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는데, 세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향 토리노로 돌아온 뒤에도 그는 비인간성을 끊임없이 경험했고, 결국 자신이 태어난 집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안희연은 묘비의 이름 아래 새겨진 수인번호 ‘174517’을 보며, 인간의 존엄성과 아프게 품은 역사의 무게를 절감했다. 그리고 무덤 위에 돌을 올리는 유대인 전통에 따라 푸른 돌 하나를 남겼다. 그 안엔 “당신의 죽음이 이렇게 푸르르다”라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안희연은 레비의 죽음을 비극을 넘어,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끝내 놓지 않은 한 인간의 조용한 저항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했지만, 살아낸 이후의 삶에서도 끝내 안식을 얻지 못했던 레비의 삶과 죽음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되새겼다.
한편 ‘알쓸별잡: 지중해’ 최종회는 26일 월요일 밤 10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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