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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별잡: 지중해’ 세기말 공포가 낳은 중세 유럽 35만 개 성당

한효주 기자
2025-04-29 13:38:50
예능 ‘알쓸별잡: 지중해’ (제공: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에서 바티칸 변호사 한동일이 유럽 성당이 화려한 이유에 대해 지구 종말론과 연결 지으며 흥미를 자아냈다.

지난 28일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이하 ‘알쓸별잡: 지중해’) 5회에서 한동일은 마르세유의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랜드마크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을 찾았다. 성당 내부는 금빛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고 비잔틴 양식의 정교한 모자이크 장식이 곳곳을 수놓고 있었다.

이에 배두나는 “유럽의 성당이 화려한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던졌고, 한동일은 예수의 재림 후 천 년 간의 왕국이 지난 뒤 종말이 온다는 ‘천년왕국설’을 짚으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윤종신은 1999년, 새천년을 앞두고 전 세계가 불안과 혼란에 빠졌던 ‘밀레니엄 패닉’을 떠올렸다.

1999년도 이렇게 불안과 혼돈으로 가득 찼는데 하물며 999년은 어땠을까. 1000년이 임박하자 사람들은 전 재산을 성당에 바치고 농사 짓기와 결혼을 포기하며 밤낮으로 기도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런데 1000년이 되자 예상외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평소와 같은 평범한 나날들에 사람들은 “Thank God!(신이시여 감사합니다)”를 외쳤고, 안도와 감사의 마음으로 성당을 새롭게 꾸미기 시작했다. 낡은 프레스코화를 복구하고, 천장의 누수를 고치는 등 성당은 점점 더 화려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그렇게 유럽 전역에 35만 개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성당이 세워지게 됐다. 이처럼 모두가 “Thank God!”을 외치던 가운데, 김상욱은 “예측했는데 결과가 다르면, ‘뭐가 잘못된 건가’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냐”라며, 또 한 번 이과 모드를 켜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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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염원과 감사의 흔적을 성당에 담아두고 있다.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의 천장엔 배 모형의 모빌들이 달려 있는데, 이는 바다로 나간 사람들이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마음과 무사귀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인간이 무엇을 바라고 기원하는 마음은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

한편 과학자 이정모는 마르세유의 오렌지 벨로드롬 스타디움을 찾아 축구와 산업혁명의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조명했다. 축구는 원래 영국 귀족들의 스포츠였지만 산업혁명 시기 노동자들에게 보급되면서 사회적 의미가 달라졌다.

대부분 혼자 농사를 짓다 공장에서 단체로 일하게 된 노동자들에겐 협동심을 길러주는 훈련이 필요했고, 축구는 최고의 해결책이 됐다. 규칙을 익히고 감독과 코치의 지휘 아래 팀워크를 맞추는 과정이 산업 자본주의 시스템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축구는 더없이 반가운 변화였다. 이전에는 술이나 도박에 빠지기 쉬웠던 노동자들이, 축구를 통해 건전한 여가를 즐기고 소속감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같은 세계적 명문 구단들도 이렇게 시작됐다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섬유산업 노동자들에서 출발했고, 리버풀은 항만산업 노동자들로 시작됐다. 이렇듯 공업지대를 중심으로 발전한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도시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다.

이는 이민자 문제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마르세유는 지중해의 ‘멜팅팟’이 되었고, 지금은 프랑스에서 이민자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가 됐다. ‘지단 시대’를 이끌었던 지네딘 지단도 알제리계 이민 2세 출신이고 킬리안 음바페 역시 카메룬계 이민자 2세다.

하지만 이들이 세계 축구에 강력한 영항력을 행사하면서 이민자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민자들을 멀리하던 시선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들을 자연스럽게 응원하고 열광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

이처럼 축구는 국적과 인종을 넘어 사람들을 하나로 모았지만 여전히 이민자를 향한 다양한 시선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에 한동일과 이정모는 “우리 사회가 이민자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지,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할 때”라며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알쓸별잡: 지중해’는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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