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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별잡: 지중해’ 어린 왕자 작가 생텍쥐페리, 전쟁 중 실종된 사연

한효주 기자
2025-04-29 10:15:15
예능 ‘알쓸별잡: 지중해’ (제공: tvN)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에서 심채경이 ‘어린 왕자’ 작가 생텍쥐페리가 전쟁 중 실종된 사연을 소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 28일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이하 ‘알쓸별잡: 지중해’) 5회에서 지구별 여행자들은 역사가 숨쉬는 프랑스의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최대 항구 도시 마르세유에 도착, 저마다의 탐험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수다 보따리를 풀어놨다.

먼저 마르세유 서점에서 ‘어린 왕자’ 책을 사온 심채경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어린 왕자’의 작가로 잘 알려진 생텍쥐페리는 사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 조종사로 참전했던 인물이라는 것. 1944년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실종됐고, 이후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 잔해와 아내와 주고받은 은팔찌가 마르세유 근해에서 발견됐다.

세계적인 작가가 44살에 최고령 전시 조종사가 된 데에는 상상도 못할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프랑스 북부가 독일에 점령당한 뒤 남부는 나치 협력 정권인 비시 정부가 통치하면서 마르세유는 혼란의 중심지가 됐다. 이 와중에 생텍쥐페리는 비시 정부에 협력했다는 오해를 받아 정치적 공격에 시달렸고, 입대로 그 결백을 증명했다. 1944년 정찰 비행을 나간 그가 돌아오지 않자 어린 왕자를 찾아 떠났다는 등 많은 설들이 존재했지만, 현재까지는 독일 전투기에 격추됐다는 설이 유력했다.

생텍쥐페리는 생전 “정치적 충돌이나 증오 없이도 조국을 사랑할 수 있다”는 신념을 지켰고, 마지막까지 양심을 팔지 않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쉬지 않고 비행기를 몰며 자기 방식대로 프랑스를 사랑했던 그는, 실종 1년 전 마지막 작품 ‘어린 왕자’를 출간했다. 세상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로 기억되지만 사실 그 안에는 치열한 시대를 살아낸 지식인의 고뇌와 번민이 담겨 있었다. 심채경은 그런 생텍쥐페리를 “고뇌하는 지식인이자 행동하는 사람답게 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를 다시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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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티칸 변호사 한동일은 십자군 전쟁과 성 요한 기사단의 역사를 풀어내며 깊이를 더했다. 십자군 전쟁의 종교적 열기와 성 요한 기사단의 탄생, 왕권 위기에 따른 정치적 견제, 그리고 몰타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설명하는 한동일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상욱은 “그건 서양 중심에서 본 역사”라는 또 다른 포인트를 짚었다. 당시 기사단은 종교적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슬람 관점에서는 그들을 해적으로 규정할 정도로 살육과 약탈이 빈번했다는 것. 한동일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서구 중심의 시간에 치우쳐 있음을 말하며 “‘인간에게 이념과 이상은 무엇일까?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고 성찰했다.

생장(성 요한) 요새가 정확히 언제 지어졌는지에 집착(?)하는 김상욱의 고군분투기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프랑스어 위키백과와 영어 위키백과의 연도가 엇갈려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생장 요새를 방문한 그는 힘들게 찾은 요새의 역사관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영상 기기가 고장나 있는 상태였기 때문.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한 김상욱을 위해 관리처에까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정확한 연도는 알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아내며 웃픈(?) 결말을 맞았다.

이후 김상욱이 생장 요새에서 본 건 국가가 시민을 폭력으로 다스린 현장이었다. 이곳은 “짐은 곧 국가다”라는 루이 14세가 왕권에 도전했던 마르세유 시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용도였기 때문. 이에 그곳에 있는 대포는 항구 밖이 아닌 안을 향했다. 결국 이는 프랑스 혁명의 불꽃이 됐고, 자연스레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담론을 이끌어냈다.

‘국가는 국민의 자발적 동의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 개념과, 선거를 통한 권력의 정당성 부여 과정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심채경은 “국가에 속하려면 사실상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며, 선거의 한계와 현실을 짚어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루소의 고민처럼, 다수결이 옳은 이유는 단순히 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개인의 이익이 아닌 사회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 선택할 때 비로소 정당성을 가진다는 깊은 통찰도 공유했다. ‘알쓸별잡: 지중해’는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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